[비즈한국] 아파트에 관심 있는 이들이 궁금해 하는 부동산 이슈 중 하나는 소규모 단지의 경쟁력이다. 세대수가 작으면 상품 경쟁력이 얼마나 낮아질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통상 1000세대 기준으로 대단지 여부가 나뉜다. 300세대 미만은 소규모 단지, 그 이상은 중규모 단지로 구분한다.
‘나홀로’ 소규모 단지의 경우 같은 입지 조건이라도 통상적으로 대단지보다 시세가 낮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나홀로 단지와 시세가 높은 대단지 중 어떤 아파트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소규모 단지와 대단지라는 상품 경쟁력만 놓고 객관적 판단 기준을 정리해 보자.
동일한 입지라면 대단지가 나홀로 소규모 단지보다 경쟁력이 높다. 시세도 마찬가지다. 대단지는 10년차 이상의 옛 아파트고 나홀로 소규모 단지는 입주 5년 미만의 새 아파트라 할지라도 그렇다. 대단지라는 규모의 경제가 주는 아파트 상품 프리미엄이 신규 아파트라는 새 상품 경쟁력보다 높다. 가치는 시세에 반영된다. 목동 14개 단지와 주변 단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하나 비교할 만한 사례는 나홀로 소규모 단지 밀집 지역과 나홀로 대단지의 경우다. 동일 입지에 나홀로 단지가 여러 개 인접해 있어 일종의 택지개발지구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 강북의 주요 아파트단지다.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프리미엄은 대단지보다 높다. 대단지를 여러 개 합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양천구 목동, 용산구 동부이촌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원구 상계동 등을 제외하면 서울에는 아파트단지만을 위해 개발된 택지개발지구가 없다. 하지만 마포구 공덕동, 아현동, 서대문구 북아현동, 북가좌동, 성북구 길음동 등은 나홀로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큰 지도로 보면 택지개발지구 신도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나홀로 소규모 단지가 연합해 택지개발지구처럼 형성된 지역과 신규 입주 대단지 아파트의 상품 경쟁력을 비교하면 신규 대단지 아파트가 우세한 경우가 좀 더 많다. 하지만 1000세대 규모 단지는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어렵다. 최소 2000~3000세대 이상은 돼야 초대형 단지로서의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택지개발지구 내 나홀로 소규모 단지와 나홀로 대단지 간의 경쟁력은 어떨까. 기반시설이 풍부한 택지개발지구 내 소규모 새 아파트와 택지개발지구가 아닌 나홀로 단지로서의 대단지를 비교한다면 택지개발지구 내 소규모 단지의 경쟁력이 높다. 택지개발지구의 입지 가치가 대단지 상품 경쟁력보다 높기 때문이다.
매머드급 나홀로 대단지와 택지개발지구의 비교도 필요하다. 매머드급 나홀로 대단지 새 아파트와 택지개발지구 내 옛 아파트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2018년까지 단일 단지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송파구 신천동의 파크리오는 좋은 입지의 대단지로서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2019년 11월 입주 예정의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보다 11년이나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시세는 더 높다.
2019년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9510세대다. 이 정도면 나홀로 단지라도 대단지 아파트 10개가 함께 있는 듯한 효과가 있어 택지개발지구 내 대단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분양가였던 3.3㎡(약 1평)당 2600만 원 전후의 가격대는 단지의 가치 대비 저렴한 편이다. 분양이 완판되고 프리미엄이 많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지역 대단지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았다. 이제 입지 조건만 따져서는 부족한 시장이 됐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서다. 대단지로서의 프리미엄, 그리고 소규모 단지지만 신축 아파트로서의 경쟁력 등을 모두 고려해 아파트 시세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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