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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기획] '인구절벽'에 서다 ④ 암울한 연금의 미래

국민연금, 2057년 고갈 우려…공무원·군인연금 충당금 국가부채 절반 넘어서

2019.05.17(Fri) 20:47:38

[비즈한국]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해 1970년 공식 인구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초로 1명 이하로 떨어졌다. 2명이 결혼해 아이 하나도 낳지 못한다는 뜻이다. 2019년 올해는 인구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초로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 ‘비즈한국’은 창간 5주년을 맞아 인구 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심각성을 4회에 걸쳐 진단한다.​​

 

[창간 5주년 기획] '인구절벽'에 서다 ① 2019년 사망자, 출생자 추월

[창간 5주년 기획] '인구절벽'에 서다 ② 인구 줄면 일자리 늘까

[창간 5주년 기획] '인구절벽'에 서다 ③ 노인을 위한 나라, 없다?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일시적인 침체라기보다 추세적인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이렇게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과 2011년 우리 경제는 각각 6.5%, 3.7%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2년 이후 연평균 3%를 하회했다. 2000년대 4.4%에 비해 큰 폭으로 둔화한 것. 

 

KDI는 16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에서 저성장의 원인을 생산성 둔화로 보고 지금의 생산성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대 후반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 내다봤다. 2020년대에는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금은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가장 보편화된 수단이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국민은 다가오는 인구절벽 아래로 연착륙할 수 있을까. 2017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78만 3826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5142만 2507명)의 15.14%를 차지했다. 11일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0만 명을 넘어서 ‘초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20%)’에 진입한다. 2051년에는 노인이 1899만 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노인 1명의 연간 총소득은 평균 1177만 원 수준. 이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13.3%에 불과했다. 취업한 30.9% 노인의 근로소득은 1629만 원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현재의 생산가능인구가 미리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초고령사회에 연착륙하는 방법일 것이다.  

 

연금은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다. 소득의 상실이나 저하를 대비해 우리는 경제활동기간 중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노령에 접어들거나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일정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연금을 지급받는다. 연금은 크게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사적연금과 국가 또는 법률로 정한 특수법인이 운영주체가 되는 공적연금으로 나뉜다. 

 

가장 보편화된 연금은 공적연금이다. 공적연금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별정우체국연금)으로 나뉜다. 일반 국민이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의 보완 하에 노후소득을 보장받는다면, 공무원 등 과거 특수직역에 종사했던 국민은 퇴직연금 기능까지 포괄하는 특수직역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마련한다. 앞서의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 소득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 역시 수당·연금 등 공공기관 등에서 지급한 돈(공공이전소득)이었다. 국민 40%가 노인이 되는 미래에도 공적연금은​ 안정적으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까.

 

# 국민연금,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연금 받을 사람은 늘고

 

666조 4000억 원. 지난 2월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이다. 우리나라 올 한 해 예산 469조 6000억 원, 외환보유액 482조 9359억 원(4월 기준)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국민연금의 미래는 밝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4차 재정계산에서 이 돈이 2041년 1778조 원까지 늘다가 이후 급격히 줄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재정추계(2013년)보다 고갈시점이 3년 앞당겨졌다.   

 

이는 원금과 투자수익을 기반으로 연금을 지급하는(적립식 연금) 국민연금이 보장액에 비해 투자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5.10%​ 수준(누적 운용수익금은 잠정 318조 7000억 원).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작성한 ‘2018년 글로벌 연기금 운용성과 비교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민연금의 연 평균 수익률(4.97%)은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CalPERS: 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 등 서구권 연기금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제고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는 제도(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 카드를 꺼냈다. 소득대체율이란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납부보험료 비율을 뜻한다. 현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요율은 각각 40%, 9%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4차 재정계산을 근거로 이를 바꾸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제작해 국회에 제출했다. 

 

계획안은 △현행 유지 △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 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 상향 및 보험료율 12% 인상 △소득대체율 50% 상향 및 보험료율 13% 인상 등 4가지 방안을 담고 있다. 적립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현 상황에서 ‘더 내거나, 덜 받는’ 방향 혹은 둘 모두를 아우르는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적자폭 늘어도 개혁은 뒷전

 

939조 9000억 원, 정부가 향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지급해야 할 돈을 지금 가치로 환산한 금액(연금충당부채)이다. 공무원·군인 기여금과 정부부담금으로 조성한 두 연금의 재원이 지급액보다 부족하면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메워야한다. 우리나라 4대 공적연금 가운데 두 연금만 2015년부터 적자여서 국고에서 보전하고 있다. 2018년 공무원·​군인연금 국고보전금(예산안)만 4조 3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1년 전보다 94조 1000억 원 증가해 국가부채 1682조 7000억 원의 과반(55.8%​)을 차지하게 됐다. 2011년 420조 5000억 원이던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2014년 643조 7000억 원이 되었고, 2016년 이후엔 매년 90조 원 이상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두 연금도 보험료를 올리고 수익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였다. 그 뒤 적립금까지 바닥나면서 연금 지급 자체가 어려워졌다. 공무원들이 들고 일어날지 몰라 2000년 정부 보전 조항을 넣었다. 당시 나는 ‘정부가 적자 보전을 명문화하면 누가 보험료를 올리고 지급률을 줄이는 데 동의하겠나. 연금 제도 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정책 결정권자는 항상 표를 생각하는 정치권이었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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