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에 대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모든 투여 환자를 15년간 장기 추적 조사하겠다는 것. 하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지난 16일 코오롱생명과학은 800억 원을 투입해 인보사를 투여한 모든 환자에게 15년간 장기추적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말 인보사가 출시된 이후 판매된 3707건이 그 대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환자들이 올해부터 15년 동안 매년 일반혈액검사, 유전자검사 등 20개 이상의 주요 항목 검사를 받게 된다고 발표했다. 인보사는 골관절염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와 세포의 성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대책을 두고 업계 및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우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문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800억 원을 투입해서라도 장기추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변수가 많다. 만약 인보사 판매 허가가 취소되면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과 코오롱그룹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청구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 신약개발 전문가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 여러 소송에 휘말릴 텐데 만약 1000억 원, 1조 원 등 막대한 비용을 보상하라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업계에서는 코오롱티슈진이 폐업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장기추적 기간을 왜 ‘15년’으로 정했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15년이라는 기간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약사법 상으로 15년으로 규정되지도 않았고, 20년 지나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의 신약개발 전문가도 “15년으로 정한 것은 임상적이나 통계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도 그것이 인보사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동찬 법률사무소 도율 변호사는 “15년으로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법률적, 의학적 근거는 없다. 방사능 피폭의 장기추적 기준은 30~50년이다. 부작용은 100년이 지나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인보사를 맞은 사람들은 거의 노인이다. 그런데 만약 무릎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가도 이것이 노화 때문인지, 인보사 때문인지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추적이 원활히 이뤄질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인보사를 투약한 병원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인보사케이주 장기추적조사 환자등록시스템’에 환자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이때 병원은 인보사를 맞은 환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위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는 이상 일개 병원이 적극적으로 대응할지 미지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장기추적이 유야무야돼도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설대우 교수는 “나중에 가서 회사가 어려워져서 더 이상 투자를 못하겠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장기추적을 중도에 그만두거나 발표한 만큼의 돈을 투입하지 않았을 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단순한 약속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추적조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부장은 “전수조사를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왜 15년인지 과학적 근거도 없고 구체적인 로드맵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특히 줄기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약품과 달리 부작용이 얼마나 또 어떻게 나타나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특히 인보사는 성분이 바뀌면서 종양 유발 가능성이 강하다. 따라서 외국에서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최대 30년까지 추적조사를 하는 것처럼, 가능한 최장 기간의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따로 기관을 만들어서 추적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설대우 교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독립 법인(기관)을 만들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이 그 자금을 관리하며 그 환자를 관리한 병원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식의 액션이 있지 않는 이상 장기추적을 끝까지 안 지킨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라며 “15년이라는 기간은 식약처와 협의한 것이다. 또 15년 이후에도 검사를 하면 우리 약으로 암이 걸렸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있다. (상장폐지나 소송, 폐업과 관련해) 외부에서 어떤 소설을 쓰거나 얘기를 해도 우리 쪽에서 얘기할 부분은 아니다. 800억 원은 회사를 다 팔든 어떻게 해서든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와 협의했기 때문에 신뢰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와 함께하는 이유가 뭐겠나. 대충 하려고 하면 우리만 나서서 했을 거다. 약속에 불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식약처는 정부다. 정부에서 (우리가 장기추적 조사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하지 않겠느냐”며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지만 밝힐 수 없다. 로드맵을 공개할 수 없으니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미국에서 (장기추적 기간을) 15년으로 설정해놓고 있어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받지는 않았다.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재반론도 있다. 이동찬 변호사는 “(이번 코오롱생명과학의 발표는) 어떠한 사업을 하면서 정부의 감시를 받으면서 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일 뿐”이라며 “자동차회사에서 클린엔진을 개발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할 때 교통안전부와 같이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와 비슷하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의 장기추적 조사 발표 이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상승했다. 17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67%(200원) 오른 3만 250원을 기록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전날보다 9%(900원) 상승한 1만 900원에 거래됐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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