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롯데그룹의 ‘파킹딜’ 가능성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하나금융그룹이 인수전 흥행을 위한 ‘들러리’로 참여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롯데그룹주 펀드 조성으로 롯데에 힘을 실어준 것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선 당사자들만이 그 실체를 알 수 있다고 평가한다.
롯데지주가 지난 3일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당초 하나금융지주 혹은 우리금융지주·MBK파트너스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터. 업계에선 예상치 못한 발표에 롯데그룹의 ‘파킹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롯데그룹이 금융사보다는 ‘엑시트’를 노리는 사모펀드와 계약을 맺어 롯데카드를 다시 수월히 사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관련기사 예상 뒤엎고 한앤 품에 안긴 롯데카드, 무성한 뒷말의 근거는?).
최근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인수보다는 본입찰전 흥행을 위한 일명 ‘들러리’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과거 ‘그룹주펀드’ 조성으로 롯데그룹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때 하나금융이 롯데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했다”며 “내부적으론 이번 롯데카드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뛰어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룹주펀드는 특정 기업집단 주식과 채권 등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국내 펀드시장에선 삼성, 현대차, LG, 3대그룹 위주로만 운용되고 있다. 그러던 중 롯데그룹주 펀드가 지난해 5월 처음 출시됐는데, 이를 선보인 곳은 하나금융그룹 투자신탁 운용업체인 하나UBS자산운용이다.
하나금융그룹이 롯데그룹주 펀드를 조성한 시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치열했던 때. 신동빈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는 거셌다. 국내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으로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 속도에도 불이 붙고 있었다.
앞서의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소수 지분을 다투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하나금융의 펀드 조성은 신 회장에게 우호적 지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컸다”고 풀이했다.
시장에 알려진 하나금융지주 제시 입찰가가 다른 두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도 있다.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는 지분율 100% 기준으로 1조 8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본입찰 경쟁에서 최대 입찰가로 1조 9000억 원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 인수 등을 위해 1조 원의 자금이 준비됐다고 밝힌 바 있다”며 “실제로는 얼마를 써냈는지 모르지만 시장은 그 즈음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내부는 롯데카드 인수 불발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의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애초부터 롯데카드 인수에 크게 목을 매지 않았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날 이미 내부에선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며 “결론적으론 인수전 참여로 입찰가만 높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어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시급하거니와 여타 금융그룹들과 비교해 이 부문에 대한 인수 결실이 적은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2025년까지 은행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겠다는 비전을 갖고 참여한 것”이라며 “그 외 이야기들에 대해선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M&A업계에선 당사자들 외에는 그 실체를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M&A업계 관계자는 “M&A는 빙산과도 같아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감춰진 이해관계가 훨씬 더 큰데, 과거 한 사례에서도 그렇듯 대기업 그룹과 금융기관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정확한 실체는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파킹딜 의혹에 대해 양측이 부인을 하지 않는 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기보다 부인할 경우 사태가 더 커질 수 있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지주와 한앤컴퍼니의 우선협상 기간은 지난 13일 만료됐다. 본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못한 채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상황이지만, 롯데그룹은 기존 협상을 이어갈 것이란 방침이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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