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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학회 특정 약물 사용 권고, 국내 제약사 입맛만 다시는 까닭

SGLT2·GLP-1 치료제 다국적 제약사가 지배…"국내 제약사 경쟁력 확보 시급"

2019.05.16(Thu) 17:50:08

[비즈한국]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성분 중 특정 약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전문의, 의학자 등 3700여 명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회에서 권고한 제제가 포함된 당뇨병 치료제를 제조하는 제약사들이 엉겁결에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국내 제약사보다는 다국적 제약사에게 좀 더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당뇨병학회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 권고”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32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2019 당뇨병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2015년 이후 4년 만에 개정됐다.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은 이 지침을 참고해 환자를 관리하고 약을 처방한다.

 

‘2019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핵심은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을 권고한 부분이다. 사진=대한당뇨병학회 제공


이번 지침의 핵심은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 권고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을 흡수하는 체내 호르몬인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 배출을 증가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물이다.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해당 약제들이 혈당조절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 그래서 기존 진료지침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지만, 이 내용을 강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체내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성하지 못하는 제1형 당뇨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형 당뇨로 구분된다.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모두 제2형 당뇨의 2차 치료제다. 일반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최초 약물치료에는 혈당 조절제인 ‘메트 포르민’이 쓰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환자는 2차 치료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같은 약물을 처방받는다.

 

제2형 당뇨의 2차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은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뿐만이 아니다. 동아제약, LG화학 등 국내 제약사들이 주로 제품을 내놓고 있는 ‘DPP-4 억제제’도 있다. DPP-4 억제제는 혈당을 낮춰주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인 DPP-4를 억제하여 GLP-1의 작용 기간을 연장하여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특허 문제로 국내 제약사들이 당분간 뛰어들기 어렵다. 알약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다.


# 경쟁력 부족한 국내 제약사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업계에서는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기반의 당뇨병 치료제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지배한 상황.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엠에스디, 아스텔라스제약이 국내 의약품 허가를 받아 SGLT2 억제제를 시판 중이다.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노보노디스크, 사노피아벤티스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다. 현재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당뇨 치료제를 시판 중인 국내 제약사는 없다. 다국적 제약사가 내놓은 대부분의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에 특허권이 등재됐기 때문이다. 특허 기간은 최대 20년까지 유지된다.

 

특허 기간이 끝난다고 해도 국내 제약사들이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약을 개발하기 쉽지 않고, 개발한다 해도 다국적 제약사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어서다. 제네릭(복제약)을 내놓는다고 해도 진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굳이 국내 제약사의 약을 선택할지도 불분명하다.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 다국적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국내 제약사들은 ‘영세상인’이다”며 “보통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하기보다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신약 후보물질 기술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획기적인 기술이 아닌 이상 다국적 제약사가 기술을 탐내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국내 제약사들의 라이선스 아웃이 중간에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의약품의 매출이 상당히 뛸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 시내 종합병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시장 성장세 뚜렷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 치료제 ‘슈가논정’을 시판 중인 동아제약 관계자는 “아무래도 당뇨병학회에서 권고사항이 내려왔으니 일선 현장에서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크게 타격은 없을 것 같다. 국내 처방 환경에서 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몇 가지 약이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 복합제를 연구개발 중이다”며 “당뇨병 치료제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도 다국적사보다 국내 제약사들이 혁신적인 약을 내놓기는 힘든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는 2017년 37억 2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24.49%로 증가하여, 2022년에는 111억 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LP-1 작용제는 2017년 58억 7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18.31%로 증가해 2022년에는 13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들이 당뇨병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대우 교수는 “제2형 당뇨 치료제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 결국 독자적인 기술을 갖추는 것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방법인데, 국내 제약사 중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갖춘 기업이 드물다”​며 “신약 개발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약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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