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가야금 소리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긴 몸통에 묶인 긴 줄이 울리는 소리.
연주 사이사이 간식을 먹어도 될 만큼 늘어지는, 아니 여백의 미가 넘치는 산조가 듣고 싶은 것은 아니다. 비틀즈를 연주하는 것은 한참 유행이 지났다. 아메리칸 비빔밥 같은 퓨전도 내키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야금으로 뭘 연주할까?
역사와 전통에 묶인 악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악기는 그저 연주자의 손끝에 따라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불화를 그리던 사람이 엔드게임을 재미있게 보고 온 날이면 부처를 그리던 기술을 그대로 써서 타노스의 얼굴을 그릴 수도 있다.
이누야샤 ost - 아야금.
가야금 소리를 들으니 유기그릇에 담긴, 아주 부드럽게 잘 삶아진 갈비찜이 떠오른다. 갈비찜 옆에는 나물이 있다. 곰취 나물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양과자를 만나면 즐겁다. 딱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함. 4년 전엔 이 곰취 마카롱을 먹으러 정선까지 갔다. 지금은 방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양과자를 먹는 방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엘지 U+ 5G 광고음악 커버 - 아야금.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창작물들이 ‘그게 뭐야 ㅋㅋㅋ’에서 비롯된다. 널리 알려진 것,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음악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기 맘대로 연주해본 무엇. 2019년을 살고 있는 음악가가 관심 있고, 흥미로워하는 무엇. 공부하려고 산 볼펜으로 그림을 그려보듯.
듣는 사람은 음악가가 들려주는 것 외에는 들을 수가 없다. 지금까진 지인, 가족이 아니라면 이런 재미있는 연주를 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로스트 아크 BGM 커버 - 아야금.
상상초콜릿의 곰취 마카롱엔 곰취 특유의 향이 가득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쑥 마카롱과 비슷한듯 많이 다르다. 이 마카롱을 먹어보기 전까진 곰취와 마카롱이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오미자 마카롱에 들어간 오미자 역시 정선에서 난 거다. 정선이라고 하면 역시 카지노, 아니 높은 산과 맑은 물과 맑은 공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맛을 비교하기 위해 하나는 차갑게, 하나는 실온에 뒀다 먹어봤다. 오미자 마카롱은 극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차갑게 먹었을 때는 새콤하니 맛있네,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실온에 오래 뒀다 먹으니 오미자차를 마셨을 때 느꼈던 그 향이 입 안에 가득했다. 쫀득한 식감이냐, 오미자의 향이냐를 묻는다면 후자를 택하겠다.
다섯 악기를 위한 몽금포 타령 - 아야금.
편안하고 평화롭기로는 집에서 마카롱을 아구아구 먹으며 유튜브로 아야금의 연주를 듣는 것이 최고지만, 음반이든 음원이든 영상이든 듣고 보고 있노라면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마련이다.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2019년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부지런히 이 동네 저 동네 돌아다니고 공연장 앞에 기꺼이 줄을 선다.
뮤직 유튜버에겐 영상에서 보이는 공간이 곧 공연장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공연을 하고, 우리는 온라인에서 그들을 만난다.
이 온라인 만남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온 축제가 ‘플레이 넥스트 2019’다. 카카오톡과 영상통화에서 친구를 만나는 것과 마주 앉아 밥을 함께 먹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음악가와 시청자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아야금도 출연한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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