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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배터리 전쟁' LG화학 신학철 vs SK이노베이션 김준

58조 폭스바겐 전기차 수주전 후폭풍…곤란해진 LG 신학철, 자신만만 SK 김준

2019.05.14(Tue) 16:22:30

[비즈한국] 전기자동차가 화학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불꽃 튀는 경쟁을 하는 두 기업이 있다. 바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다. 최근 두 기업은 경쟁을 넘어서 법정 공방에 이르렀다. 양사 간의 갈등은 LG화학이 지난 4월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의 핵심인력과 기술 유출로 인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였다. LG화학은 지난 4월 30일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과 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일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해외 법원에서의 법정 공방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라는 사안을 두고 법정 공방 중이다. 양사 간의 갈등은 LG화학이 지난 4월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알려졌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사진=각 사 제공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채용 공고가 뜨면 LG화학 내부에선 해당 내용을 돌려보며 술렁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의 남다른 대우 때문으로 보인다. 공시된 사업계획서에 나타난 양사 직원들의 2018년도 평균 연봉은 LG화학이 8800만 원, SK이노베이션은 1억 2800만 원이다. SK이노베이션의 평균 연봉이 LG화학보다 4000만 원 높게 나타났다.

 

양사는 적극적으로 입장문을 내며 ‘공개적 다툼’을 계속해왔다. LG화학은 지난 2일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하는 일”이라고 지적하자 SK이노베이션은 하루 뒤인 3일 “경쟁사가 비신사적이고 근거도 없이 SK이노베이션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하더라도 경쟁사와의 법정 공방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12일 LG화학이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낸 소송장이 공개되면서 그 실질적 배경엔 ‘58조 원대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이 최근 SK이노베이션에 밀려 ‘폭스바겐 배터리’ 수주에 실패하면서 물밑에 있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 ‘인력 유출을 막아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평가되는 3M의 미국 본사 해외사업부문을 책임지는 수석부회장을 지낸 인물로, LG화학의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LG화학의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다. 신 대표는 게다가 LG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 자리에 오른 첫 외부 인사로, 2018년 11월 내정 당시 ‘구광모식 개혁’의 신호탄으로 꼽히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더 이상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이번 소송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LG화학 제공

 

신학철 대표는 더 이상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이번 소송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 배터리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에 밀린 건 신 대표 취임 전이지만,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LG화학은 폭스바겐 전기차 수주를 앞둔 2018년 3월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이 수주에 참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LG화학의 인력 유출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실제 LG화학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낸 소송장에서도 기술 탈취가 없었다면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 배터리를 수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 직원들은 폭스바겐 관련 제품과 기술을 다루는 곳에서 일했다”면서 “폭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사업에서 따낸 SK이노베이션의 승리가 LG화학의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급 계약은 2025년까지 400억~500억 달러(47조~58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영업비밀 침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비롯한 잠재 고객을 잃었다. 이에 따른 손실은 10억 달러(약 1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 자신감 내비치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1987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토종 ‘SK맨’으로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 SK 물류서비스실 실장, SK에너지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SK에너지 대표이사 당시 수익구조를 혁신해 석유 사업 흑자를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2017년 3월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공장 부지를 확장하는 등 사업 규모를 확장하며 배터리 사업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대표는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을 이끌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20일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112만㎡(약 34만평)에 달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기공식을 진행했다. 이 배터리 공장은 이르면 2022년 초부터 제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간 9.8GWh(기가와트시)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전기차 32만 70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김준 대표는 이날 기공식에서 “2023~2025년 사이 글로벌 배터리 톱3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누적 수주 잔량은 430GWh로 이미 글로벌 톱3 수준에 들어섰다. 지난 2016년 기준 30GWh에 불과했던 수주잔고가 2018년 12월 기준 2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두 번의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론 법정에서 모두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는 따로 추가 발언은 하지 않고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상시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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