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희열이 작사한 ‘인연’이란 노래에 ‘내 옷장엔 입을 옷이 왜 이리 없나요’라는 가사가 있다. 우리에게 옷장은 그런 공간이다. 옷을 계속 새로 사는데도, 정작 입으려고 보면 ‘입을 만한’ 게 없다. 분명 옷장엔 옷이 가득한데도 말이다. 새 옷을 사고 보면 옷장에 이미 비슷한 옷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쇼핑을 더 하기보다 옷장부터 정리해보자. 평소와 다른 시선으로, 서로 다른 조합으로 옷을 매치해보면 새 옷 같은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다.
옷장과 책장은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버릴 것을 가려내야 좋다. 한때 유행이었지만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몸매가 달라져서 이젠 입을 수 없는 옷들은 정리하자. 비싸고 좋은 옷보다 더 가치 있는 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다.
비싼 명품 브랜드로 온몸을 감쌌지만 멋지지 않은 사람들, 그 반대로 아주 낡은 옷을 대충 걸친 듯해도 유니크한 멋이 나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옷의 가치는 입는 사람의 취향과 안목에 의해 가늠될 수밖에 없다. 한 시즌만 반짝할 유행도 받아들이고 싶을 때가 있고, 수십 년 지나도 변치 않을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옷마다 수명이 다르다. 그것이 옷장 안을 주기적으로 정리해야 할 이유다. 매년 새로 사는 옷의 수만큼 옷장에서 덜어내자. 양만 많다고 멋쟁이가 되는 게 아니니까.
책장의 책도 마찬가지.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가벼운 호기심과 시류에 따라 읽어볼 책도 있고, 시간이 지나서 가치가 사라진 책도 있다. 이런 책을 정리해야 책장에 새로운 책들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옷장과 책장만큼 그 사람을 이해하기 좋은 공간도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취향과 안목이 쌓인다는 의미다. 옷장과 책장은 그걸 확인하기 좋다. 관심사에 대한 깊이도, 방향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멋지게 사는지, 얼마나 잘나가는지를 드러낸다. #ootd가 SNS에서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ootd는 Outfit of the day의 줄임말로 ‘오늘의 패션’이란 의미다. 오늘 뭐 입었는지 보여주는 건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이자 자랑이다. 어떤 옷을 입는지, 자신의 몸매나 스타일은 어떤지를 드러내는 게 지금 시대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걸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시시하고 후줄근한 건 빼고 멋진 것만 골라 보여준다. 그러면서 남들이 자신의 일상은 모두가 멋질 거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멋짐 인플레이션, 취향 인플레이션이다. 진짜가 아니어도 진짜인 척하기도 너무 쉬워졌다.
그런 점에서 옷장을 인증하거나, 책장을 인증하는 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다. 여기선 양과 질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멋진 옷 몇 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어도 멋진 옷 수십 벌은 어렵다. 책 몇 권으론 그 사람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수백, 수천 권의 책이라면 좀 더 그 사람의 취향과 수준, 가치관을 파악하기 쉽다.
당신의 옷장, 당신의 책장은 어떤가? 시간을 내서 차근히 살펴보자. 과연 그 공간이 나를 잘 드러내고 있는지, 정말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거기서 드러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살펴보자.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기 좋은 공간이 바로 옷장과 책장이다. 그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보시라.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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