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따이공 옥죄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우리 면세점 괜찮을까

무풍지대였던 개인 전자상거래에 세금 등 제재…아직 영향 없지만 "최악 대비해야" 지적

2019.05.10(Fri) 18:30:11

[비즈한국] 지난해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전자상거래법’이 발표됐고 올해 1월 1일 시행됐다. 보통 법령이 시행되고 나서 3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는 만큼 지난 4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발표한 전자상거래법이란 전자상거래를 하는 개인들에게도 적법한 절차와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 

 

그동안 별다른 제재 없이 인터넷상에서 상거래를 했던 보따리상 따이공(代工, 구매대행)과 메신저 판매상 웨이상(微商)이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면세품 판매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웨이상이란 중국의 카카오톡 격인 위챗과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웨이보에서 최소 50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위챗 뷰도 최소 5000뷰에 달하는 등 개인의 명성을 활용해 상업 활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파워블로거의 광고 및 상행위로 볼 수 있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조직적이다. 따이공이 구매 대행한 물건을 웨이상이 판매하기도 하고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전자상거래에 비해,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자칫 국가 간 무역산업을 교란시킬 수도 있는 따이공들의 활동을 방관하는 등 법률적 공백이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이번에 웨이상과 개인방송판매자 등의 업태가 전자상거래 범주에 포함되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따이공의 구매대행에 직간접적 압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웨이상과 개인방송판매자 등의 업태가 전자상거래 범주에 포함되면서 향후 따이공의 구매대행에 직간접적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면세점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번 전자상거래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웨이상은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었다. 세금도 내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 활성화된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 징둥, 샤오홍수를 비롯해 위챗 모멘트 등에서 한국 화장품 같은 면세품이 유통되었지만 당국의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가 이루어졌다. 

 

중국인 웨이상 A 씨에 따르면 “한국으로 치면 중고○○ 같은 플랫폼 안에서 개인들이 누구든 아무 방해 없이 거래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위챗 모멘트나 웨이보에서 상품을 홍보하고 거래도 위챗 대화를 통한다. 개인이긴 하지만 수천에서 수만 명과 접촉하고 물건을 판매하기에 개인 이상의 힘을 가진다. 이들이 가장 판매하기 쉽고 수요가 많은 제품이 화장품이었다. 

 

웨이상은 최근 개인과 개인 간 거래는 물론 기업과 개인의 도소매 거래까지 확장됐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을 넘어 점차 조직화되고 있는 웨이상들은 1980~1990년대생들이 주축으로 알려져 있다. 웨이상은 이제 중국에서 하나의 청년 창업 유망 업종이 됐다. 누구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영업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웨이상을 활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상품을 가져오는 곳이 한국의 면세점이라는 점에서 웨이상이 커질수록 한국 면세 시장도 커지게 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웨이상 시장은 6834억 8000만 위안(약 115조 7300억 원)에 달한다. 2019년 웨이상 시장 규모는 9804억 3000만 위안(168조 8790억 원)으로 내다봤다. 웨이상 숫자만 해도 3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산업의 발전에 따라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 수단에 큰 변화가 있었다. 전자상거래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웨이상, 방송판매업자도 전자상거래 경영자의 범주에 넣어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법령을 어길 시, 사안에 따라 기한부 시정이나 휴업, 2만 위안(345만 원) 이상 10만 위안(1723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0만 위안 이상 50만 위안(8616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본 법에 의해 웨이상이나 1인 방송판매자 등 소규모 개인업자들도 전자상거래법의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역시 청년실업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많은 수의 청년들이 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업인 웨이상에 뛰어들었기에 함부로 제재를 가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인 여행사 대표 A 씨는 “지금은 따이공에게 별다른 제재 없이 잠잠한 상태지만 중국 정부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한·중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히든카드로 칼을 휘두를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따이공 입국도 하루아침에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계 인바운드 여행사 대표 B 씨는 “무역이 활발한 상하이 같은 곳은 관세도 세고 법률도 더 엄격히 적용한다. 잘못 걸리면 ‘밀수’로 낙인찍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상하이에서 밀수를 하다가 잘못 걸리면 유통을 교란한 죄로 최대 사형까지 당한다. 어느 날 갑자기 중국 정부가 본보기로 실형을 때리면 따이공과 웨이상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지금은 중국 정부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지만 현황 파악을 모두 끝냈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면세점업계는 지난 1분기에 또 다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4월 1일 이후의 업계 동향과 매출 변화 추이를 묻는 질문에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4월 면세점 매출에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워낙 중미 관계나 북중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라 늘 위험요소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면세점들은 중국 따이공에 대부분의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 언제 면세점 매출이 위태로울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 정부는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면세점 특허 기준을 완화하고 신규 면세점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방안이 든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면세점은 늘어나고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정점에서 너나없이 호황인 면세점 업계지만 언제 어떤 정치적 변수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핫클릭]

· 중국인들의 한국여행은 어쩌다 이토록 참혹해졌을까
· '유커 희망고문' 엇갈리는 인바운드-면세점 업계 속사정
· 입국장도 접수한 SM면세점, 하나투어 '패키지 위기' 돌파구 될까
· [현장] 사드 보복 그 후, 인바운드의 뜨거운 감자 '마펑워'
· '사상 최대 매출' 면세점, 알고보면 남는 게 없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