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 정명림 대표이사 사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직원 200명을 현대중공업으로 떠나보낸다. 국내외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로 인한 현대일렉트릭의 실적 저하에 따른 조치로, 현재 선박 수주 물량 증가로 일손이 모자란 현대중공업과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일렉트릭은 발전기, 선박용 배전반, 변압기, 차단기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인적 분할했지만, 사업장의 경계가 없어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인다.
정명림 사장은 중동과 북미 등 해외 수출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희망퇴직을 진행하던 현대일렉트릭을 되살리기 위해 2018년 8월 구원 등판했다. 정 사장은 1959년생으로 아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현대일렉트릭의 전신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 입사해 30여 년간 고압 차단기 및 변압기 설계·생산을 두루 경험한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아 정명림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그룹사 중 유일하게 2019년 사업계획 목표치를 지난해와 비교해 낮춰 잡으며 수익성 개선을 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3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억 원 늘어난 수치. 올해 1분기 매출액 또한 지난해보다 2.8% 감소한 4179억 원이었다.
2018년 말까지만 해도 유휴인력으로 골머리를 앓던 현대중공업은 이번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해 들어 수주 물량이 현장에 풀리면서 오히려 일손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기 때문. 사내하청 인력으로 물량을 감당해보려고 하지만 2016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떠나간 인력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상시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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