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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CEO] 직원 200명 떠나보내는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

실적악화 비상경영체제, 현대중으로 전직…현대중 "인적분할 전에도 해오던 조치"

2019.05.10(Fri) 16:03:23

[비즈한국]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 정명림 대표이사 사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직원 200명을 현대중공업으로 떠나보낸다. 국내외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로 인한 현대일렉트릭의 실적 저하에 따른 조치로, 현재 선박 수주 물량 증가로 일손이 모자란 현대중공업과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일렉트릭은 발전기, 선박용 배전반, 변압기, 차단기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인적 분할했지만, 사업장의 경계가 없어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인다. ​​​

 

정명림 사장은 중동과 북미 등 해외 수출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희망퇴직을 진행하던 현대일렉트릭을 되살리기 위해 2018년 8월 구원 등판했다. 정 사장은 1959년생으로 아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현대일렉트릭의 전신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 입사해 30여 년간 고압 차단기 및 변압기 설계·생산을 두루 경험한 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18년 8월 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에 선임된 정명림 사장은 오는 27일 전체 직원 2500여 명 중 200명을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떠나보낸다. 실적 악화에 따른 조치다. 사진=현대일렉트릭 제공

 

실적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아 정명림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그룹사 중 유일하게 2019년 사업계획 목표치를 지난해와 비교해 낮춰 잡으며 수익성 개선을 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3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2억 원 늘어난 수치. 올해 1분기 매출액 또한 지난해보다 2.8% 감소한 4179억 원이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정명림 사장은 노무 관리에도 신경을 써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노동조합에 노무 이슈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날 선 대립을 이어왔다. 특히 ‘4사 1노조’ 체제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와 합의한 해고자 복직 문제를 두고 노조와 대립하면서 단체임금협상 합의가 미뤄지기도 했다. 

대표로 선임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정명림 사장은 이와 같은 노력에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초강수를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지난 9일 담화문을 통해 유휴인력을 현대중공업으로 전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일렉트릭은 2500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현대중공업으로의 전직 의사를 타진한 뒤 오는 17일까지 200명에게 전직 동의서를 받고 오는 27일 현대중공업으로 보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사장은 담화문에서 “미국의 반덤핑 고관세 부과와 중동시장 회복지연, 신흥국가 가격 경쟁력 강화로 수주가 급감했다”며 “국내 시장 역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기기 수요가 감소하고,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발전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정 사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역시 최근 크고 작은 화재로 인해 상반기까지 발주물량이 전무한 상황이다. 중저압차단기도 납기지연 및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부임 이후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또다시 적지 않은 적자가 발생했다”고 실적이 저조한 회사 사정을 전했다.

정명림 사장은 “유휴인력을 줄여 고비용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어떻게든 현대중공업으로의 전직을 통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경영진 모두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기 위해 임금을 추가 반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부 모습. 현재 수주 받은 물량이 현장에 풀리면서 유휴인력으로 골머리를 앓던 현대중공업은 일손이 모자란 상황에 놓였다. 사진=박현광 기자

 

2018년 말까지만 해도 유휴인력으로 골머리를 앓던 현대중공업은 이번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해 들어 수주 물량이 현장에 풀리면서 오히려 일손이 부족해지기 시작했기 때문. 사내하청 인력으로 물량을 감당해보려고 하지만 2016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떠나간 인력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조선 쪽은 작년과 재작년에 수주했던 물량이 풀려 유휴인력이 없다. 전기와 기계 쪽을 다루던 인력이라 현업에서 당장 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인력은 기술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될 것”이라며 “현대일렉트릭과 현대중공업이 분할되기 전에도 필요에 따라 이와 같은 인력 재배치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일렉트릭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는 인력은 직업훈련소에서 3~6개월 재교육을 받은 뒤, 선박 건조에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일렉트릭 내부에선 이번 결정을 그리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현대중공업은 현재 유휴인력은 없고, 오히려 일손이 부족한 상태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대일렉트릭 내부에선 사실상 다른 회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서이동처럼 여겨지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무엇보다 내가 몸담아왔던 회사 사정이 안 좋다는 점에서 침울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상시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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