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에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2% 성장률이 무너진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잦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제기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정부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빨간불’이라기보다 ‘노란불’이 들어온 정도라는 것이 해외 경제분석기관들의 평가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나은 편이고, 성장률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제대로 된 규제 완화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고 있어 재정건전성과 성장률을 유지하고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아시아 태평양 시장 보고서’에서 “경제 모멘텀 약화에 직면한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올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며 “많은 국가들이 지출 증가로 인해 앞으로 재정적자 증가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아시아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로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인 103%보다 크게 낮았다.
정부의 재정 운용도 우수한 편에 속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개 아시아 주요국들은 한국을 제외하고 모두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중국으로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4.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기업 지원 등이 재정 적자 확대 원인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3.8%로 중국 다음으로 높았고, 일본(3.5%)과 태국(3.5%), 필리핀(3.2%) 등도 재정적자가 GDP 대비 3%선을 넘겼다.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도 재정적자 규모가 3개국 모두 GDP 대비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반해 한국에는 GDP 대비 0.7%의 재정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내다봤다. 다른 국가들은 앞으로 5년 뒤인 2023년에도 모두 재정적자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한국은 GDP 대비 0.6%의 재정흑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재정흑자는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경우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출을 확대할 여력을 만들어준다.
한국은 경제성장률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에 마이너스(-) 0.3%라는 역성장을 딛고 상승세로 다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률은 G20 국가들 중에서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가 3.4%로 G20 국가 중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고, 미국(2.4%), 인도(1.5%), 중국(1.4%), 남아프리카(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한국 성장률이 3분기에는 1.0%, 4분기에는 1.1%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역시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희망이 앞에 있다. 앞으로 몇 개월 사이 중국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1분기 일자리 증가로 소비가 나아지고 있다”며 “정부 추가경정예산은 2분기 말에 소비와 일자리 증가 효과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정이나 성장률이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 세입 감소와 일자리 감소, 성장률 하락이 벌어지면서 경제 체질이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투자대조표(IIP)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3876억 달러로 2017년보다 7.5%나 늘었다. 반면 해외 투자자의 국내투자는 2314억 달러에 그쳤다. 2017년에 비해서는 0.9% 증가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순유출액은 1562억 달러로 2017년 대비 19.1%나 급증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해외직접투자 확대는 국내 일자리 감소와 세입 감소는 물론 성장률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며 “해외 진출기업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을 보다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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