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통업계의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오픈마켓의 ‘최저가 보상제’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앞다퉈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생활필수품 및 신선식품을 할인하는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롯데마트는 9년 전 선보였던 5000원대 ‘통큰치킨’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최근 롯데백화점까지 온라인 아웃렛을 오픈하며 온라인과의 가격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1인 가구가 늘고 비대면성을 선호하는 Z세대로 소비 대상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따라 오프라인 업계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최대 규모 월마트도 온라인 매출이 40%가 넘는다. 신속성과 편의성, 가격경쟁 등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우세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식품군 매출, 대형마트 줄고 오픈마켓 늘고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3월 유통업체 매출 추이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오프라인은 1.3% 증가, 온라인은 18.2%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은 전체 유통업의 41%를 차지하며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올라섰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을 합한 비율(38.8%)보다 커졌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가장 매출이 부진한 건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계(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 중 3월 매출이 유일하게 감소했다. 점포당 매출액은 3월 기준 58억 5000만 원으로 전년 동월 58억 8000만 원보다 0.6% 감소했다. 구매 건수도 전년 동월 대비 3.3%의 감소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특히 의류, 가정생활, 잡화 등의 비식품 부분 매출이 부진했다. 대형마트의 비식품 품목은 지난해부터 매출 하락세를 보이는데, 가전·문화 품목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다 3월에만 2.8%의 성장세를 보였다. 의류 역시 지난해 2월(4.3%), 3월(0.2%), 9월(8.3%)을 제외하고는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계속해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1~3월 평균 매출 증감률은 -10.3%다. 가정·생활 부문(-5.5%), 스포츠 부문(-10.2%), 잡화(-10.5%) 등의 평균 매출 증감률도 마이너스(-)다.
대형마트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식품군도 매출 부진은 마찬가지다. 1~3월 평균 매출 증감률은 -0.4%. 소비자의 식품 구입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쿠팡, 인터파크,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등의 온라인 판매중개업(오픈마켓)은 식품군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신선식품까지 판매 영역을 확장해 지난해 평균 매출 성장률이 32%를 기록했다. 3월 중 식품군의 매출 성장률은 40.5%로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다.
# 백화점 의류 판매 줄고 명품 매출 늘어
백화점 업계 1~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0.6% 상승했다. 백화점 매출 일등공신은 가정용품과 해외 유명 브랜드다. 가정용품은 1~3월 평균 14.9%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봄철 미세먼지 관련 상품 판매 증가로 가정용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달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이 상승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1~3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은 평균 15.2%로 나타났다. 결혼 시즌인 3월에는 예물 상품 판매 증가로 해외 유명 브랜드(15.7%)의 매출이 증가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는 백화점 상품군 중 가장 높은 비중(22.3%)을 차지한다. 2016년에는 매출 비중이 13.5%에 그쳤지만 18년에는 19.3%로, 2019년 2월부터는 22%대로 진입했다.
반면 의류 및 잡화 품목은 지난해 대비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잡화의 경우 1~3월 평균 매출 증감률이 -4.8%로 나타났고, 여성정장(-6.4%)과 여성 캐주얼(-5%), 아동 및 스포츠 의류(-1.9%)도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김익성 교수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온라인과의 경쟁을 위해 새로운 판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백화점은 명품 위주 판매, 마트는 가격경쟁으로 전략을 짜게 될 것”이라며 “백화점은 로열 고객층을 위한 판매 전략을 강구하면서 예전에는 구색 맞추기식으로 들여온 저렴한 품목을 퇴출시키고 명품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으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판매 전략을 짤 수 없는 백화점은 아웃렛이나 쇼핑몰 등으로 타깃을 바꿀 수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대형마트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과 더불어 온라인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익성 교수는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에 이어 꾸준히 제품군을 바꿔가며 가격경쟁에 나설 수 있다. 기존 고객을 잡겠다는 의지”라며 “더불어 4차 산업 기술과 결합해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고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익성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서비스 R&D(연구·개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벽배송 시장은 적자임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가능성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가 확실하고 회원제의 특성상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는 성장하게 되니 이 시장에서 우위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처럼 결핍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부분을 채워주는 업체가 시장의 승자가 된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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