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데스크톱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업무용 PC도 노트북이 대세다. 특히 스타트업 같은 경우는 거의 100% 노트북을 지급할 정도다. 귀가 후에도 일 시키기 쉽기 때문. 과연 스타트업 정신이다. 과거에는 불문율로 여겼던 게임용 PC도 노트북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을 정도다. 노트북으로 무슨 게임을 하느냐고 비웃던 사람들도 최근에는 게이밍 노트북을 많이 구입한다. 기술의 미래를 비웃는 것은 경솔한 짓이다.
데스크톱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거추장스러워서다. 비록 가격은 저렴해도 키보드, 본체, 모니터를 다 따로 구입해야 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모니터 하나만 책상에 올라가도 다른 공간이 모두 사라질 정도다. 특히 모니터가 대형화되면서 이런 데드 스페이스는 점점 늘어난다.
삼성이 내놓은 ‘스페이스 모니터’는 이런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모니터다. 테이블 고정형 거치대가 들어 있어 책상 끝에 세워 둘 수 있다. 책상 끝에 두니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책상을 사용하거나 책상 위가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솔루션이다.
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하다. 요즘 제품 같지 않고 예전 프로용 모니터 같은 살짝 투박한 느낌이 든다. 커브드(Curved)도 아니고 두께가 아주 얇지도 않다. 세련되고 매끄러운 재질이 아니라 손으로 잡아도 문제가 없다. 이 제품은 테이블 고정형 제품이기에 손으로 잡고 모니터를 이동시킬 일이 많다. 그래서 두께 부분에 어느 정도 일부러 공간을 둔 듯하다. 다만 베젤은 얇다. 디자인을 보면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목적성에 맞게 잘 설계됐다는 생각이 든다.
스탠드 힌지는 형태가 단순해서 앞으로 구부리거나 똑바로 세우는 두 가지 형태로만 움직일 수 있다. 회전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큰 책상 한편에 고정시켜 놨을 경우는 모니터 회전이 안 되므로 정면에 설치해야 한다. 콘셉트 상 큰 책상용이 아니라 작은 책상용 제품에 가깝다. 이런 단점이 있지만 대신 깔끔한 스탠드 디자인과 깔끔한 선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선 처리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원케이블과 HDMI케이블을 하나의 선으로 처리하는 Y케이블을 제공하는데 이 케이블이 모니터 스탠드에 잘 수납되므로 설치해 두면 케이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D-SUB나 DVI 포트는 제공하지 않지만 요즘 노트북이나 PC에는 저런 포트가 필요 없다. 과감하게 여러 기능성을 포기하고 공간 디자인에 ‘올인’을 한 모델이다. 삼성이 포기를 하는 것도 있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디스플레이 품질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색감은 뛰어나지 않지만 대신 명암표현력이 뛰어난 VA패널이다. 해상도는 QHD, 즉 2560×1440으로 27인치 급에서는 적당한 수준이지만 밝기는 250칸델라로 평범한 편이다. G-싱크, 프리싱크 기술 등은 제공하지 않지만 144Hz의 주사율을 제공해 게임 시에는 꽤 몰입감이 뛰어나다. 장단점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게 만든다. 그래도 종합하자면 가격대비 나쁘지 않은 스펙이다. 물론 삼성전자라는 브랜드와 A/S에 가치를 둔다면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고 하겠다.
144Hz 주사율은 1초에 144장의 화면을 보여준다는 의미인데 일반적인 모니터들이 60~80Hz 수준인 것에 비해 게이밍 노트북들은 120~144Hz를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240Hz 모니터도 출시되고 있지만 144Hz 이상이면 충분한 스펙이다. 이런 고주사율 모니터로 게임을 하면 확실히 움직임이 부드럽다. 특히 액션 게임이나 시점이 급격히 변하는 게임의 경우는 주사율이 높을수록 몰입감이 높아진다.
삼성 스페이스 모니터는 전문가용 모니터 콘셉트는 아니지만 다수의 모니터를 쓰는 전문가들이 쓰기에 나쁘지 않다. 본격적인 게이밍 모니터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게임용으로 쓸 때도 상당히 몰입감이 좋았다. 어떤 목적으로 써도 무난한 쓰임새와 놀라운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점차 사라져 가는 데스크톱 시장에서도 노트북의 확장 모니터로 살아남으려는 모니터의 영리한 변신을 보여준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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