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글이 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구글 I/O(아이오)’에서 꺼내 놓은 또 하나의 주제는 하드웨어였다. 구글은 두 가지 새 하드웨어를 공개했다. 한 가지는 스마트폰 ‘픽셀3a’이고, 다른 한 가지는 홈 어시스턴트인 ‘네스트 허브 맥스’다.
구글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하드웨어를 내놓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과거 구글 홈이나 크롬북, 넥서스Q 등 실험적인 기기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특히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놓는 것은 낯설다.
픽셀3a는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플래그십 제품인 ‘픽셀3’의 경험을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제품의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픽셀3a는 399달러(46만 8000원), 화면이 더 큰 픽셀3a XL은 479달러(56만 2000원)에 판매된다. 799달러(93만 7000원)부터 시작되는 픽셀3에 비하면 반값 수준인 셈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점점 비싸지는 기기들 사이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기술로 가격 장벽을 낮춘 기기를 준비했다”며 픽셀3a를 소개했다. 기기 자체를 보자면 분명 픽셀3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구글이 이야기하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차이는 거의 없다.
가장 큰 차이는 프로세서에 있다. 픽셀3a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670 프로세서를 쓴다. 스냅드래곤 845를 넣은 픽셀3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게임처럼 하드웨어 성능에 예민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주려는 경험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실제 시연 기기를 만져봤을 때도 거의 성능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디스플레이는 픽셀3a와 픽셀3a XL이 각각 5.6인치, 6인치다. 해상도는 풀HD에 위 아래로 18.5:9, 18:9 비율만큼 늘린 제품이다. 두 제품의 화면 비율은 차이가 있다. AM OLED를 써서 전반적으로 픽셀 3의 디스플레이와 비슷하지만 HDR 콘텐츠 재생은 빠졌다.
다른 부분은 더 차이가 적다. 아니, 사실상 같다고 볼 수 있다. 보안을 관리하는 타이탄 M 칩도 그대로 들어갔고, 인공지능 기술로 카메라의 화질을 높이는 이미지 처리 기술도 똑같이 쓰였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고, 디지털 줌을 확대해도 픽셀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픽셀 3의 카메라는 놀라움을 자아냈는데 픽셀 3a도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보안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앞으로 3년 동안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특히 소프트웨어 경험은 픽셀 3와 완전히 똑같고 구글 포토 용량 무제한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픽셀3a는 최고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스마트폰이다. 픽셀 스마트폰에는 구글이 추구하는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실험되는데 가격은 꽤 높은 편이다. 픽셀3a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구글은 가격이 높아지는 요인을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로 풀어내고, 성능과 경험을 타협하지는 않는다고 픽셀3a를 소개했다. 이번 구글 I/O에서 구글이 하드웨어에 담은 메시지는 ‘인공지능 +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다. 그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긴밀한 결합은 중요한 메시지였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이 추구하던 방향성이자 차별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글은 여기에 인공지능을 더했다.
사실상 인공지능은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은 최근 하드웨어를 설계할 때도 머신러닝 기반 기술들을 더했다. 구글은 픽셀3a를 통해 약간의 하드웨어 차이는 소프트웨어와 머신러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안드로이드 파트너들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 있지만 구글이 추구하는 안드로이드의 방향성은 기기 성능의 제약을 최소화해 어떤 기기에서도 안드로이드와 구글 경험을 확장하는 데에 있다.
네스트 허브 맥스 역시 의외의 제품이다. 구글은 음성 제어 기반의 구글 어시스턴트 기기를 ‘구글 홈’ 브랜드로 내놨다. 그 중에서 디스플레이와 함께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구글 홈 허브’로 출시했는데, 이를 스마트 가전 브랜드인 ‘네스트’로 따로 분류했다. 그래서 기존 구글 홈 허브 역시 ‘네스트 허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상위 모델인 ‘네스트 허브 맥스’를 새로 더했다. 가격은 229달러(26만 8000원)로 여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네스트 허브는 이름을 바꾸면서 129달러(15만 1000원)로 값을 조금 내렸다.
네스트 허브 맥스는 화면 크기가 커졌고, 네스트를 비롯한 스마트홈 연결을 쉽게 했다.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기기로, 목소리와 얼굴을 인식해 일정이나 메시지 등 개인 정보를 구분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이나 사진을 재생하는 디지털 액자 역할도 한다.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구글 듀오’ 같은 영상 통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얼굴을 인식하기도 한다. 제스처도 읽어 들인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다가 전화 통화를 해야 할 때는 멀리서 기기를 바라보고 손을 들면 음악이 멈춘다.
구글은 네스트 허브에서도 개인정보를 강조했는데, 아예 카메라를 물리적으로 끌 수 있는 버튼을 달았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달린 홈 어시스턴트 기기들이 해킹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풀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그리고 물리적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구글은 하드웨어 정책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깊이 집어넣었다. 보안에 대한 대비도 놓치지 않는다. 하드웨어, 특히 스마트폰은 사실상 성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반도체 성능은 높을수록 좋긴 하지만 이미 대중적으로 시장이 필요한 수준을 충분히 뛰어넘었다. 그 장벽을 뛰어넘어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급화하고,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구글은 정반대의 해석을 풀어놓았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한 구글의 흥미로운 해석이다. 픽셀3a와 네스트 허브는 결국 지금 당장 기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이야기를 하드웨어로 보여줬다.
미국 마운틴뷰=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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