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국내 재계 서열’ 순위에서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린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순이다. 이 대기업들의 총수인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 LG 고 구본무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의 생가는 모두 국내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풍수지리학자들은 “명당에서 부자 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5대 기업 총수들의 생가는 어떤 모습일까. ‘비즈한국’이 직접 찾아가봤다.
4월 30일, ‘비즈한국’은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가를 찾았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위치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가는 안채와 별채 두 개 동으로 지어진 초가집이었다. 부엌, 안방, 작은방이 딸린 안채는 30.74㎡(9.3평), 외양간과 사랑방이 있는 사랑채는 16.83㎡(5.09평)로 대기업 총수가 자란 집이라 하기엔 규모가 작았다. SK그룹, LG그룹, 삼성그룹의 창업주가 ‘천석꾼’, ‘만석꾼’의 집안에서 자랐다면, 롯데그룹 창업주는 ‘흥부의 아들’처럼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셈이다(관련기사 [대기업 총수 생가를 찾아서 ① SK] 6·25 당시 고풍스런 한옥 '그대로', [대기업 총수 생가를 찾아서 ② LG] 진주 만석꾼의 풍요로움 '생생', [대기업 총수 생가를 찾아서 ③ 삼성] 만석꾼 넘어선 천석꾼의 '작은' 고택).
신격호 명예회장은 1969년 대암호 건설로 생가가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언덕에 예전 모습 그대로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 관리인은 “수몰 전 나무기둥, 마루, 창살문, 볏짚 등을 가져와 예전 모습과 똑같이 지으려 부단히 애썼던 것으로 안다”면서 “복원된 생가를 자세히 보면 외양간이 별채에 딸려 있는데, 이는 조선 후기 경상도의 전통적인 초가 형태”라고 전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주민등록상 생일은 1922년 10월 4일이다. 실제로는 1921년 10월 4일에 태어났고, 1년 늦게 호적에 올렸다고 한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1921년 이전에 지어진 초가집에서 태어났고, 그때 쓰였던 구조물을 가져와 1969년경에 복원한 셈이다. 복원된 지 50여 년이나 지났지만 1920년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을 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둔기리에서 소작농을 하는 신진수 씨와 부인 김필순 씨 사이에서 5남 5녀 중 맏이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은 3평 남짓한 작은방에서 네 명의 남동생과 함께 지냈다. 관리인은 “부모가 큰방에서, 여동생들이 사랑채에서 지냈다고 한다. 전부 합쳐서 14평 남짓이니 잠을 잘 때 얼마나 끼어 살았겠나”라며 “신격호 명예회장,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아면세점 사장 등 형제자매들이 검소한 삶을 산다. 가난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복원 생가 바로 앞 부지에 1971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별장을 지었다. 이 부지 4개 필지(6062㎡, 1833.76평)의 소유주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관리인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은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1년에 한두 번씩 이 별장을 찾았으며,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연면적 613.28㎡, 185.52평)의 본채에 주로 머물렀다. 최근 4~5년간은 별장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지상 2층 규모(연면적 669.44㎡, 202.51평)의 별채는 신동주 회장이 자주 찾는데, 지상 1층에 노래방, 지상 2층에 숙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울주군민들을 위해 매년 5월 별장 바로 옆 부지에 조성된 공원을 개방한다. 오는 24일에도 울주군민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7일 경상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은 국유지 8필지(2만 2718㎡, 6872.2평)를 무단 점유해 공원을 조성했고, ‘개인 소유지입니다’는 안내문을 붙여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2008년 한국수자원공사에 의해 국유지 무단 점유 사실이 적발됐으나, 신격호 명예회장 측은 원상복구 대신 매년 변상금을 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6025만 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급증하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안전은?
·
평창올림픽 공사비를 아직도? 조직위, 공사대금 미지급 논란
·
[왜죠?] 과천은 '3기 신도시'인가, 아닌가
· [김대영의 밀덕 ]
북한 발사체가 돈이 된다? 주목해야 할 '방산주' 리스트업
·
[부동산 인사이트] 재개발·재건축 계속돼도 공급이 늘 부족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