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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재개발·재건축 계속돼도 공급이 늘 부족한 이유

'신규 아파트' 수요 계속 늘지만, 재개발·재건축으론 세대 수 증가에 한계

2019.05.06(Mon) 13:38:37

[비즈한국] 서울에선 거의 매주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 분양을 한다. 그런데 왜 거주할 만한 주택 수는 늘 부족하다는 인식이 생길까? 5층짜리 아파트 허물고 35층으로 짓는데 주택 수가 늘 부족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하는 내용이다. 주택 수 부족을 수치적으로 증명할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통계라는 것이 ‘1+1=2’ ‘2-1=1’ 식의 모든 개별 세대 사정을 고려한 수치의 통계여야 하는데, ‘신규 분양으로 몇 세대 증가했다’ ‘재개발로 주택 수가 몇 세대 멸실됐다’는 식의 단편적 통계여서 실질적인 수요·공급이 어떻게 충족되는지에 대한 증명을 할 수 없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거주할 만한 주택이 충분한지 아닌지로 주택 수급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7월 30일 서울 미아 9-1구역 주택재건축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장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서울특별시 제공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건축을 하면 일반적으로 공급 세대수는 약간 늘어나는 정도다. 하지만 모든 단지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1 대 1로 똑같은 세대수가 공급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증가·유지·감소의 3가지 경우가 모두 있다는 의미다.

 

세대수가 증가하더라도 기대보다 많은 세대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올 1월부터 입주하고 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9510세대의 대형 단지였다. 이 중 일반 분양분은 1558세대. 생각보다 많은가? 적은가?

 

올 8월 입주하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는 1320세대의 대단지다. 일반분양분은 63가구. 생각보다 증가하는 세대수가 많지 않은가? 헬리오시티의 일반분양분만 보면 꽤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헬리오시티급 대형 단지는 이제 거의 없다. 대부분은 1000세대도 안 되는 중소형 단지가 대부분이다. 중소형 단지를 재건축할 경우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세대는 몇 세대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분양분이 추가로 증가하는 세대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존 조합 세대 중 분양이 아닌 청산 세대도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조합원 세대 중 분양을 포기한 세대도 일반분양분이다. 증가분에서 일부는 감안해서 증가 세대수를 계산해야 한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일반분양분이 있는 모든 단지에는 임대세대가 의무적으로 들어간다. 이는 주택수가 증가한다고 봐야 할까? 일반 세대가 분양받을 수 있는 여지가 없으므로 거주할 만한 주택 수에 포함시킬 수 없다. 

 

고려할 사항이 더 있다. 분양 전 개포주공아파트는 대체적으로 66㎡(20평)형 미만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신규 분양 세대는 대체적으로 99㎡(30평)형 이상이 대부분이다. 기존 세대 규모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한 세대의 사용면적이 증가했다. 과거에는 3300㎡(1000평) 부지를 100세대가 나누어 썼다면 이제 30세대만이 쓸 수 있다. 

 

재건축으로 신규 아파트를 건설해도 세대수가 생각보다 많이 증가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세대수는 줄 수 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첼리투스는 단 한 세대도 증가하지 않은 사례다. 1 대 1 조건으로 재건축을 한 단지다. 조합 세대에서 추가적인 임대 세대를 만들지 않는 조건으로 추가분담금을 100% 자비로 세대당 5억 원 이상을 지불하고 기존 조합원들만의 단지를 만든 것이다.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 또 다른 조건이 있다. 과거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를 비교해 보자. 부지 활용 방법이 다르다. 2005년 이전 아파트와 그 이후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상 주차장 여부다. 조경 시설의 규모도 비교해야 한다. 과거의 5층 아파트 건축물 부지에 아무런 변화 없이 35층을 올린다고 생각해 보자. 

 

오피스 건물 같은 신규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을까? 고층으로 갈수록 동 간격도 벌어져야 하고 도로, 산책로, 조경공간, 수공간 등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재건축으로 증가하는 세대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다.

 

재개발은 더 간단하다. 재건축은 주변에 도로, 상가 등 기반시설이라도 있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은 매우 취약한 입지 기반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재개발은 매우 촘촘한 다세대·빌라, 단독주택 부지에 차가 원활하게 다닐 만한 도로도 새로 만들고, 공공시설 등 여러 가지 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이전 부지 활용도와 다른 마을을 하나 새로 만드는 셈이다. 

 

아울러 재개발의 경우, 입지 특징 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세대가 대단히 많다. 독립된 세대 형태가 아니라 동거 형태의 임차로 거주하는 세대가 자가 세대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임차 거주민들의 이주 계획까지 포함해 재개발 계획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재건축 대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발생해 재개발을 추진 못하는 경우가 꽤 적지 않다. 특히 상가가 많은 지역은 더 추진이 어렵다.

 

재개발 지역에 전체 공급 세대수가 1000세대라고 하면 아마 그 전에는 1500가구 정도가 거주했을 것이다. 통계로 확인할 수 없는 가구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가구도 단독주택이다. 19세대가 살고 있는 다가구의 경우 통계로 따지면 1개 주택이다. 재개발은 신규 공급 세대수가 기존 거주 가구 수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대 물량분, 거주 규모 증가분 등 나머지 이유는 재건축과 같다.

 

나대지에 신규로 개발하는 신도시나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고스란히 세대수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 대구처럼 기존 도심을 재건축·재개발 해야 하는 입지는 생각보다 세대수가 증가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대별 가족 수는 점점 줄고 있다. 기존 5인 이상 2~3세대 가족이 3인 이하 1~2세대가 되는 속도가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도심 속 거주 희망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하지만 도심 내 신규 공급 주택 수는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을 해도 거주할 만한 주택 수가 감소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요인이 있다. 신규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 세대들이 지속적으고 증가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세대는 단독, 다세대, 빌라는 물론이고 구축 아파트로도 이사하려 하지 않는다. 이 수요는 어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신규 공급 아파트 숫자는 한정되어 있다. 반면 자가든, 임차든 신규 아파트를 희망하는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의 미래에는 이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지속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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