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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검‧경 수사권조정안 '패스트트랙 수사'에 달렸다

멀쩡한 곳 수술하는 것 아닌지 걱정…여야 고발 사건 수사 실력‧수사지휘 필요성 입증해야

2019.05.06(Mon) 07:08:47

[비즈한국] 지난 4월부터 정국을 휩쓸고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후폭풍이 서초동을 강타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어떻게 되기에 검찰에서 반발하는 걸까. 

 

문무일 검찰총장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박은숙 기자


검사는 수사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은 물론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면 대부분의 수사는 사실상 경찰에 의하여 실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또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종결권은 검사만 갖고 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을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하여 지휘관계를 폐지하고, 경찰은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수사현장에서 거의 혁명에 가까운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아픈 지점에 제대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거나 위중할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몸이 낫는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원성을 듣고 불신을 받는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곳을 수술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몸의 일부를 절단해야 목숨을 살리는 경우도 있듯이, 권한을 축소해야 검찰이 사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검찰의 아픈, 혹은 썩은 부위는 어디일까. ①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경우 ② 정권의 하명을 받고 무리한 수사를 한 경우 ③ 제 식구를 감싸고 사실을 은폐한 경우 ④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으로 사건이 왜곡된 경우 ⑤ 별건수사나 표적수사로 인권을 침해한 경우 등이 당장 수술이 필요한 부위로 떠오른다. 

 

수사권 조정안과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안은 수술이 필요한 부위 중 ①과 ③을 해결하기 위한 명분이 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은 수술이 필요한 부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검찰권 남용은 수사지휘가 아니라 ② ⑤와 같은 중요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에서 주로 야기되었다. 검찰이 2008년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소 여부와 무관에게 강제수사를 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발표를 상기하자.

 

수사권 조정 후 10만이 넘는 경찰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버닝썬 사건 관련 경찰청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검찰과 경찰은 상명하복관계가 아니다. 경찰이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미 2011년에 삭제됐다. 단지 경찰은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관계에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하자면,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을 인권침해 방지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검사가 감시한다는 것이지 누가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데 수사권조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경찰은 스스로 수사를 끝낼 수 있다. 이때 가서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되지만, 초동수사에 관여하지 못한 검사가 기록을 경찰에 반환해야 하는 60일 안에 사건을 제대로 검토한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경찰이 사건을 끝낼 수 있는 힘이 생긴 만큼 경찰 출신 변호사나 토호와의 유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버닝썬 클럽 사건만 해도 경찰들의 유착관계가 드러났다. 또한 고소인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 10만이 넘는 경찰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구나 국가정보원 국내정보파트가 폐지돼 정보경찰의 힘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한다면, 경찰에 대한 효율적인 사법통제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검사는 수사가 아니라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를 위해 유래된 제도다. 따라서 검찰의 직접 수사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수사권 조정안은 아픈 곳이 아니라 멀쩡한 곳만 수술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든다. 

 

검찰(서울남부지검)은 패스트트랙의 또 다른 후폭풍인 여야 간 고발 사건을 경찰(영등포경찰서)에 수사지휘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검·경 모두에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수사실력을, 검찰은 수사지휘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는 기관에 국민의 지지가 뒤따르지 않을까 싶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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