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보다 나쁘게 역성장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바라는 정부의 몸이 달고 있다. 정부는 4월 25일 6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통과 시기가 불분명해졌다.
지난 3년간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여야 대립에 모두 국회 제출 45일 만에 통과됐지만, 이번 추경안은 3년간 계속됐던 국회 계류 45일 기록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지속될 경우 2008년 당시 91일은 물론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2000년의 107일을 넘길 수도 있다.
국회에 따르면 2016년 이래 3년 연속 추경안은 정부 제출 이후 국회 통과까지 세 번 모두 45일을 기록했다.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통과에 한 달 보름이 걸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기업구조조정 여파에 마련한 11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7월 26일 국회에 제출된 뒤 45일 만인 9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과 조선·해양산업 부실 책임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에 통과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야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정책 조정회의)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접점으로 추경안 통과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월 7일 국회에 제출된 일자리 창출용 11조 300억 원 규모의 추경안도 45일 만인 7월 22일 국회 문을 넘었다.
당시 한국당이 공무원 증원에 반발하면서 국회 계류일이 길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중앙직 공무원 증원 예산 80억 원을 삭감한 뒤에야 추경안이 통과됐다. 2018년 청년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 역시 4월 6일 국회 제출된 뒤 45일 지난 5월 21일에 국회를 통과했다. 드루킹 사건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처리가 늦어지다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경안 동시 처리에 합의하면서 간신히 빛을 봤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추경안 통과에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6~2018년에는 여야가 대립 와중에도 합의를 이룰 지점이 있었던 것과 달리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지만, 향후 본회의에서 이대로 처리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당에 추경안 및 민생 법안 심의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3년 연속 45일 통과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안 통과 45일은 1998년 이후 20차례 마련된 추경안 통과일 중에서 공동 5위에 오를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 사례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2000년 2조 7000억 원 규모의 저소득층 생계안정 지원과 의약분업 사태 지원용 추경안 통과에 걸린 107일이다. 추경 적절성 논란에 1000억 원이 깎인 뒤에야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다.
2008년 고유가 대책용으로 4조 6000억 원 규모 추경안이 마련됐지만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 여파로 91일 만에 통과됐다. 2001년 지역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 확대 등을 위한 5조 1000억 규모 추경안은 73일, 2005년 세입결손 보존 및 의료·생계 급여 부족분 지원용 4조 9000억 규모 추경안은 46일이 걸렸다.
정부는 올해 추경안 6조 7000억 원 중 선제적 경기 대응에 4조 5000억 원, 미세먼지 대응에 1조 5000억 원, 산불대응 강화에 7000억 원을 배정하는 등 경기 대응과 재해 예산을 혼재시켜 국회 조기 통과를 위한 나름의 작전을 짰다.
2002년 태풍 루사 재해대책 지원 추경안(4조 1000억 원)이 3일 만에, 2006년 태풍 에위니아 재해대책 지원 추경안(2조 2000억 원)이 11일 만에, 2003년 태풍 매미 재해대책 지원 추경안(3조 원)이 22일 만에 통과되는 등 역대 3차례 재해 대책 추경 모두 국회를 빠른 시일 내에 통과했다.
표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인들 사정상 국회 계류를 오래 끌 수 없는 탓이다. 한국당도 이 때문에 올해 추경안 논의를 거부하면서도 재해 추경은 분리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등 한국 경제 뒷걸음질을 막기 위해서는 추경안 조기 통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정치적 문제에 대한 여야 4당과 한국당의 입장차가 너무 극명해 추경안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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