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예산 부족으로 준공기한이 2020년으로 5년 연장된 서울 한강의 월드컵대교가 설계 오류로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보완설계에 따라 공사비와 설계비가 증액될 것으로 예상돼 준공 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성산대교와 가양대교 사이에 위치하는 월드컵대교는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1980m, 왕복 6차선(폭 31.4m) 규모의 다리다. 인근 도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지어지고 있다. 총사업비 2046억 원 규모의 건설 주무기관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시공사는 삼성물산, 건설사업관리단은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월드컵대교의 2일 현재 공정률은 62.98%다.
설계 오류가 발견된 지점은 월드컵대교 남단 강남 방향 노들길 진입로(지도 상 ‘강남방향’).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진입로는 원설계 상 지하차도로 예정됐지만, 예정지에 설치된 육교와 지장물의 철거가 불가능해 서울시로부터 시공 불가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설계도서 작성을 소홀히 한 원설계사 A, B 사에 각각 벌점 1.1점과 0.9점을 부과했다.
서울시는 강남 방향 노들길 진입로를 지상 고가도로(교량)로 변경하는 대신 기존 공항로에서 대교 북단을 오가는 2층 구조 진입로(지도 상 ‘RAMP-D’)를 없애기로 했다. 두 도로의 충돌(시설한계)이 예상된 때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두 도로를) 입체교차가 아닌 평면교차 하도록 했다. (공항대로에서 오는 차량은) 노들길을 통해 유턴 또는 좌회전을 해 강북방향으로 진출하게끔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장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가 마련한 자구책은 램프-D 혜택를 받는 인근 지역 시의원 반발로 무산됐다. 정진술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부위원장은 “램프-D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돼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램프-D를 삭제하는 쪽으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강서구와 양천구 지역구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어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 램프-D를 되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월드컵대교 남단 보완설계를 맡은 동일기술공사는 교량형 램프-D가 강남 방향 노들길 진입로와 충돌하지 않는 새 설계도를 구상하고 있다. 동일기술공사 관계자는 “현장 측량을 완료한 상태다. 지적된 문제와 지자체 의견 등을 반영해 12월 완료를 목표로 보완설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완설계가 진행됨에 따라 공사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추가 설계비에 보완설계 과정에서 제기된 민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동일기술공사 관계자는 “아직 설계비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원설계 비용 11억 원보다 10억~20억 원 증액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공사비 역시 설계해야 할 양들이 많아져 늘어날 것이다. 도로 아래 있는 영등포정수센터에서 침전조 8기 위에 덮개를 달아달라는 의견이 있어 반영 중인데 그 공사비만 해도 수백억 원 규모”라고 전했다.
앞서 예산 투입 부족으로 한 차례 준공기한이 연장된 월드컵대교의 기한 내 준공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예산투입 부족에 따른 공정지연으로 당초 2015년 8월 22일이었던 준공기한을 2020년 8월 31일까지 5년 연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기반 시설본부 관계자는 “예정된 준공시기를 맞추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확보된 예산으로도 가능한 범위”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보완설계가 끝나는 대로 원설계사 A, B 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보완설계 결과가 나오고 금액이 산정되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청구금액을 산정해 법률자문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원설계사에서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설계 오류를 지적받은 원설계사 A, B 사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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