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00년대 후반,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분쟁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가맹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지금도 그런 시각이 많다. 그러나 가맹이냐 직영이냐는 선이냐 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인 판단에 달린 일이다.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한 대로, 가맹 중심의 프랜차이즈 구조는 지난 60년간 비즈니스를 장악해온 강력한 시스템이다. 가맹점주가 파트너로 참여하기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그 빠른 확장성으로 지역을 장악하기에도 매우 유리한 구조다. 특히나 한번 지역을 장악할 경우 브랜드 노출 빈도가 그만큼 더 높아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더 유리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체계적인 구조와 운영이 뒷받침된다면 가맹점 중심의 시스템은 장점이 매우 크다.
이런 가맹 중심 구조에서 본사 직영 점포는 본사의 핵심 점포이자 가맹점주들을 위한 홍보형 매장으로서의 역할을 겸한다. 본사가 매장을 다수 운영, 관리할 역량을 갖추고 잘한다면, 가맹을 신청할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가맹 중심 전략의 강점은 과거에 비해 많이 퇴색했다. 온라인 쇼핑과 배송의 발달로 매장 방문의 필요성이 줄었고, 그만큼 점포의 매출은 하락했다. 과거엔 점포의 증가가 그로 인한 비용 상승을 감당하고도 남았지만, 지금은 비용 문제가 더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으로의 중심 이동은 그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더욱 높였다.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경험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이 측면에서 가맹점은 강점보단 단점이 크다. 가맹점은 기본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점포를 열고자 하는 유인이 강하며, 시설이나 매장 투자에 대해 본사보다 다소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또 경험 중시형 점포는 다점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즉, 고도의 체험형 매장을 만드는 데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여기에 가맹점 중심 전략은 어울리지 않는다.
가맹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투자를 기피하는 편이고, 본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투자를 감행할 경우 가맹보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이 수익성이 더 낫다. 집중 출점 등을 통해 가맹점의 갑을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면 직영 중심의 운영은 과거에 비해서 그 매력도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 유입되어 높은 가치를 가지는 브랜드의 경우엔 브랜드 가치의 훼손이나 하락을 막기 위해 가맹점주들에게 점포권리를 내어주는 프랜차이즈 방식보다는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금 시대에 고객이 관심을 갖는 것은 상품의 차별적 가치다. 기존의 상품, 브랜드와 비교하여 이 상품, 브랜드가 얼마나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는 소비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요즘 트렌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면, 가맹점으로 빠르게 확장함으로써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그 가치를 흔드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가는 것보다, 직영으로 매장 수를 적게 가져감으로써 브랜드의 희소 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유리하다. 특히나 매장을 소비자들의 체험형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직영이 아니라면 선택하기 어렵다.
그동안 여러 단점과 제약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았던 직영의 강점이 이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리얼 실리콘밸리] '디즈니 플러스' 올해 시동, 넷플릭스 떨고 있나
·
[골목의 전쟁] '프랜차이즈 제국'엔 미래가 있을까
·
[골목의 전쟁] '임금인상→생산성 증가?' 효율임금과 인과관계의 오류
·
[골목의 전쟁]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를 낳는 이유
·
[골목의 전쟁] 온라인 시대,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만든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