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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핑크라이트' 부산은 되고 서울은 안 되는 이유

부산시 "임산부·일반승객 모두 만족" 서울교통공사 "비용 높고 일반승객과 갈등 소지…인식개선 주력"

2019.04.24(Wed) 17:11:32

[비즈한국] 임신 여부를 확인하면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게 임산부 배지다. 배지를 부착하면 배가 나오지 않은 초기 임산부도 임신 중임을 표시할 수 있어 대중교통 등에서 배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임산부 배지가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들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 임산부 배지 여부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지하철 내에 임산부 배려석을 따로 지정했지만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산부 배려석 앞에 배지를 달고 서 있어도 모른 척하는 승객이 상당수다. 임산부 사이에는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임산부 배지만 보면 스르륵 잠이 든다며 ‘임산부 배지에 수면성분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8년 발표한 ‘임신경험으로 본 배려문화와 지원정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는 400여 명 중 88.5%​가​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불편을 느꼈다고 응답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임산부 배지가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스마트폰만 보느라 배지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부산시 유튜브

 

# 부산시가 도입한 핑크라이트, 임산부 및 일반 승객 만족도 높아 

 

임산부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높이고자 각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부산시의 ‘핑크라이트’다. 부산시는 2017년 말 지하철 내에 임산부 자리 양보 안내 시스템 ‘핑크라이트’를 설치했다. ‘비콘(무선발신기)’을 소지한 임산부가 지하철에 탑승한 뒤 소지하고 있는 비콘 버튼을 누르면 차량 내 수신기에 핑크빛 불이 켜지고 자리 양보 안내 음성이 흘러 나온다. 

 

부산시는 부산교통공사 협조를 받아 1호선(51편승 204개 설치)과 3호선(20편승 80개 설치)에 핑크라이트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2호선과 4호선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핑크라이트 사업은 부산시 자체 아이디어 사업이다. 2018년 제11회 두바이 국제모범 사례상-우수작으로 선정됐을뿐만 아니라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부산시가 도입한 핑크라이트. ‘비콘(무선발신기)’을 소지한 임산부가 지하철에 탑승한 뒤 소지하고 있는 비콘 버튼을 누르면 차량 내 수신기에 핑크빛 불이 켜지고 자리 양보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사진=부산시 유튜브

 

핑크라이트 사업을 담당하는 부산시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50% 이상이 핑크라이트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만족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임산부의 경우 임산부 배려석에 다른 승객이 앉아있을 경우 직접 자리 양보를 부탁하는 일이 많다. 말을 걸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핑크라이트 도입 후에는 그런 고충이 해소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반 승객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일반 승객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경우가 있는데, 승객이 탈 때마다 임산부인지 확인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임산부인 줄 몰라 자리 양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산부가 탑승하면 핑크라이트가 울리기 때문에 그때 자리를 양보하면 되니 승객들도 오히려 편하고 만족한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 서울·수도권 임산부 핑크라이트 도입 요청 민원, 서울교통공사 “사정상 어려워”


부산 핑크라이트 사업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지역 임산부도 핑크라이트 도입을 요청하는 분위기다. 부산시로 핑크라이트 문의를 하는 지자체도 부쩍 늘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 초부터 핑크라이트 사업 문의가 많아졌다.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상세히 묻긴 하는데 아직까지는 검토 수준으로 보인다”며 “도입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한 임산부는 “서울교통공사 측에 직접 핑크라이트 도입 민원을 넣었으나 도입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서울·수도권은 지하철이 혼잡해 임산부 이동이 더 불편한데도 도입하지 않는다니 답답하다”며 불편한 심정을 전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방과의 운영 규모 차이를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 꼽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은 1일 수송 인원이 약 720만 명으로 혼잡도가 높아 핑크라이트 설치 시 실효성 여부, 인위적 장치 설치로 인한 일반 승객과의 사회적 갈등 가능성, 관련 예산 확보 등의 사유로 현재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부산시 지하철에 부착돼있는 핑크라이트 수신기. 1·3호선 핑크라이트 설치비용은 약 4억 원, 유지 보수 비용은 3개월에 500만 원 수준이다. 사진=부산시 블로그

 

특히 예산 확보에는 상당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란 추정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7년 말 1호선과 3호선에 핑크라이트를 설치하는 데 약 4억 원(1년간 유지보수비용 포함)의 비용이 들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초기 비용이 생각보다 높아 사업 진행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추가로 도입되는 2호선과 4호선의 경우 1억 5000만 원선으로 예산을 잡고 있다”며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게 있고 공급업체가 안정화돼 비용이 줄었다. 다만 유지보수 비용은 3개월에 500만 원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든다”고 설명했다. 유지보수 비용에는 수신기 건전지 교체 및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의 전동차 보유량은 926칸인데 비해 서울교통공사는 3551칸으로 3배 이상이다. 설치 비용 및 유지 보수 비용도 3배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승객과의 갈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 6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임산부 배려석 비워 놓기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내 임산부 배려석의 엠블럼이 X 표시 등의 낙서로 훼손된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핑크라이트를 도입하는 대신 다양한 임산부 배려석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사 관계자는 “최근 애니메이션 ‘토닥토닥 꼬모’ 캐릭터와 협업해 임산부 배려 문화 동영상을 제작 및 방송하고 꼬모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유인물, 임산부 배지 등을 제작하고 있다. 임산부 배려송의 역내 방송, 외국인 및 다문화 가정을 위한 임산부 배려석 엠블럼에 다국어 패치 제작 등을 시행 중”이라며 “지속적인 캠페인, 안내방송, 홍보영상 등을 통해 임산부 배려문화 인식 개선 홍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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