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O2O 서비스 시장은 2016년 178조 원에서 올해 831조 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108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숙박업, 택시업 등 다양한 업종이 O2O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유독 ‘세탁 서비스’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국내도 해외도 지지부진, 왜 세탁 시장은 성장하지 못했나
2015년부터 하나둘 선을 보인 세탁 O2O 서비스는 현재 10여 개 이상으로 늘었지만 이들 중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워시스왓’이 국내 세탁 O2O 기업 중 최초로 월간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세탁계 우버’로 불리던 미국의 세탁 대행 서비스 ‘워시오’는 1700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으며 주목받았으나 2016년 창업 3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았다. 워시오는 ‘닌자’라 불리는 배달기사들이 예약시간에 맞춰 세탁물을 수거하며 세탁을 맡기고 찾는 번거로움을 개선해 호평을 받던 서비스다. 하지만 세탁 자체는 외부 공장에 맡기는 구조였고, 본질인 세탁 서비스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 고객들이 외면하며 폐업을 결정했다.
‘오드리 세탁소’ 서비스를 기획한 구성우 세탁 주식회사 이사는 국내 및 해외의 세탁 O2O 서비스가 ‘물류’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한계라고 지적한다. 그는 “초기 세탁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은 모두 IT맨이었다. 그러다 보니 세탁이라는 전문 분야에 대해 잘 몰랐고, 물류의 간편함만 추구한 채 세탁은 여전히 작은 세탁공장에 맡기는 식으로 운영됐다”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세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니 세탁 O2O 서비스의 성장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다수의 세탁 O2O 서비스 업체들은 수거한 세탁물을 외주 세탁공장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성우 이사는 “세탁공장은 말만 공장이지 사실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세탁시설이다. 동네 세탁소 중 상당수도 이런 세탁공장을 이용한다”며 “동네 세탁소와의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 세탁 O2O 서비스 업체는 세탁보다 물류에 집중하기 때문에 고객이 세탁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해도 즉각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전했다.
세탁업은 소비자 만족도가 유독 낮은 업종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이 2018년 12월 공개한 월별 상담 건수 현황을 보면 세탁서비스 관련 상담은 145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3% 증가했다. 의류·섬유에 이어 상담건수 2위를 차지하며 헬스장, 인터넷, 여행 등에 비해 불만족 비율이 눈에 띄게 높다.
서비스 만족도를 하락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건 세탁 시장의 독특한 구조다. 자영업자 기반의 영세 소상공인으로 이뤄진 구조가 세탁 서비스 성장을 막는다. 구성우 이사는 “가정용 세탁 서비스는 대부분 자영업자가 제공한다. 프랜차이즈 세탁 업체도 마찬가지”라며 “국내 세탁소는 2만 7000개로 동마다 9개 정도 있는 셈이다. 소비자를 잡기 위해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세탁요금이 낮아지고 품질, 서비스도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세탁 시장은 대기업의 시각에서 매력적이지 않다. 통계청 기준 세탁 시장은 1조 5000억 원으로 규모가 애매하고 왕복 물류(수거 및 배송)라는 특성상 물류 관점에서 관리 포인트도 많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이 진입하지 않고 전문 교육 과정도 마련되지 않았다. 젊은 사람이 세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다.
# 자체 세탁공장 운영, 신규 서비스 개발 등 세탁 시장은 변화 중
최근 세탁 시장은 성장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탁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자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5월 중 서비스를 오픈하는 ‘오드리 세탁소’는 자체 공장에 세탁 전문가를 고용해 질 높은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세탁 수거 및 배송은 택배사에 맡기고 세탁에 집중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우리동네 세탁소’도 세탁물 수거 및 배송부터 세탁까지의 모든 공정을 본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서비스 불만족 시 100% 재세탁, 환불, AS 보상 처리를 한다.
새로운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는 업체도 있다. 맨즈캐비넷은 단순 세탁 서비스에서 한 발 나아가 직장인 남성의 스타일링 케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문기 맨즈캐비넷 대표는 “셔츠를 입는 회사원이 줄면서 전체적인 세탁 시장이 작아지는 추세라 단순 세탁서비스로는 한계점이 많다. 이미 전국망을 갖고 있는 크린토피아, 그린어스, 월드크리닝 등이 수거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 신규 업체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조 대표는 “세탁 시장의 한계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순 세탁서비스에서 차별화를 해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성우 이사는 “세탁 서비스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장”이라면서 “세탁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많은 업체가 시행착오를 겪는 기간이라 생각한다. 운영방식도 바뀌고, 서비스의 질도 개선되면서 차츰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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