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가토 드 뮤지끄] 황소윤과 'So!YoON!'은 달라, 타히티 바닐라처럼

새소년에서 자연스럽게 홀로서게 된 황소윤의 또 다른 색깔과 맛

2019.04.22(Mon) 16:36:35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휴일, 빨간 날이라면 보통 주말을 떠올린다. 토요일, 일요일.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주말에 지갑 또는 삼성페이, 엘지페이가 되는 폰을 들고 외출한다. 

 

이들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말은 휴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미술관과 공연장 문을 주말에 닫을 수는 없다. 이들은 주말에 일하고 월요일에 쉰다. 양과자점 역시 마찬가지다. 월요일에 쉬거나 월, 화요일에 쉰다. 

 

‘재인(Patisserie JAEIN)’의 휴일은 조금 독특하다. ‘재인’은 화요일과 수요일에 쉰다. 그래서 ‘재인’에는 주말에 쉬는 사람도, 월요일에 쉬는 사람도 갈 수 있다. 

 

So!YoON! (황소윤) - “HOLIDAY”

 

지난해 말 ‘장기하와 얼굴들’이 전한 소식에 놀란 가슴이 아쉬움으로 차오르던 시기에 다시 한 번 아쉬운 소식을 접했다. ‘새소년’ 멤버 문팬시와 강토가 군입대로 인해 새소년에서 탈퇴한다는 소식이었다. 새소년에 황소윤 홀로 덜렁 남은 것이다. 

 

새소년의 신곡이 나오면 칼럼을 쓰겠노라 벼르고 있었기에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2019년에 새소년의 새로운 앨범이 나온다고 써있었다. 머릿속에 물음표 두 개가 떠올랐지만 원래 음악가의 속사정이란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니 그런 줄 알고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So!YoON!(황소윤)의 솔로곡이 발표됐다. 내 동공은 다시 한 번 물음표 모양이 됐다. 지금 새소년에는 황소윤이 홀로 있다. 솔로다. 그리고 황소윤은 ‘HOLIDAY’라는 솔로곡을 발표하며 ‘So!YoON!’이라는 시프트키를 많이 눌러야 하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저기서도 혼자고 여기서도 혼자인데, 저기 있는 혼자와 여기 있는 혼자는 뭐가 다른 걸까. 

 

음악가의 속사정이란 알 수 없는 법이니 이럴 땐 음악을 들어보면 된다. 새소년에서의 황소윤은 원래 이런 음악을 했다.

 

새소년 - 긴 꿈

 

‘재인’의 ‘생토노레’에는 새소년의 멤버 숫자와 같은 3개의 슈가 콕콕 박혀있다. 가장 위에 자리한 하얀 크림은 타히티 바닐라 크림이다. 그동안 접했던 바닐라는 별다른 설명이 없는 그냥 바닐라거나 마다가스카르 바닐라였다. 새삼 원산지를 표시한 이유가 있겠지. 한 입 떠서 먹어본다. 

 

재인의 생토노레.  사진=이덕 제공

 

눈이 띠용! 하며 고개를 번쩍 들어 두리번거린다. 이 놀라움을 전할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 갔다. 그래서 여기에 적는다. 타히티 바닐라 크림에선 꽃향기가 난다. 무슨 꽃이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이건 분명히 꽃향기다. 

 

놀란 마음에 포크를 바쁘게 놀린다. 하얀 크림 밑에 숨어있고, 슈 안에 들어있는 노란 크림은 마다가스카르 바닐라 커스터드 크림이다. 확인이 필요했다. 커스터드 크림이 묻은 슈 하나를 찍어 한 입에 넣는다. 슈 겉의 설탕막이 바스러지며 부드럽고 고소한 슈와 함께 커스터드 크림이 쭉 나온다. 이것이 지금까지 먹어왔던 익숙한 그 바닐라다. 같은 바닐라지만 저 바닐라에선 꽃향기가 나고 이 바닐라는 원래 알던 그 바닐라다. 

 

마찬가지로 So!YoON!(황소윤)에서의 황소윤은 새소년의 황소윤과 다르다. 다른 자아고, 다른 공간이다. 비트가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며 공기가 다르다. 매력적인 황소윤의 목소리가 여기에선 알앤비(R&B)의 박자를 타고 다닌다. 익숙하게. 원래 그랬던 것처럼. 둥둥 하던 박자를 잘 타던 황소윤의 어깨는 ‘두둑둥’ 하는 박자 또한 능숙하게 탄다. 

 

그럼에도 황소윤은 황소윤이다. 황소윤의 목소리를 감출 수 없는 것처럼 여전히 독특한 디자인의 안경을 끼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 트렁크에서 기타를 꺼내 둘러멘다. 멋들어진 에피폰 1958 코리나 익스플로러(Epiphone 1958 Korina Explorer)와 안경의 각도가 딱 맞는다. 여기에 허리에 찬 마샬 앰프까지 함께라면 황소윤은 홀로 R&B를 하든 뭘 하든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토노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슈 밑에는 바삭한 푀이타쥬(Feuilletage, 겹겹이 쌓인 파이반죽)와 그 사이에 숨은 우유 잼이 있다. 재인의 생토노레는 바닐라에 대한 찬사이자 우유에게 바치는 노래와 같다. 

 

So!YoON!(황소윤)의 ‘HOLIDAY’는 이제 막 타히티 바닐라 크림을 한 입 먹은 것에 불과하다. 잠시 후 5월이면 정규앨범이 나온다. 싱글도, EP도 아닌 정규앨범이 나온다. 자신이 만든 새로운 공간에서 So!YoON!(황소윤)이 어떻게 뛰노는지 지켜볼 참이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가토 드 뮤지끄] 생강 타르트가 소환한 '주현미'
· [가토 드 뮤지끄] 사랑을 부수는 블랙핑크, 잘 부서지지 않는 블랙핑크 컵케이크
· [가토 드 뮤지끄] 다시 만나고픈 '무키무키만만수' 그리고 르봉초초
· [가토 드 뮤지끄] 언제나 새로운 수민, 언제나 익숙한 쇼콜라 오렌지
· [가토 드 뮤지끄] 프레지에가 가져온 봄처럼 상큼한 '제이클레프'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