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일, 다소 침체됐던 우리 방위산업계에 가뭄 속 봄비처럼 한 줄기 시원한 낭보가 찾아들었다. 인도네시아 반둥(Bandung)에서 대우조선해양(DSME)이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2차 사업 계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 수출계약이었던 2011년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1차 사업에 이은 두 번째 성공으로, 1차 사업 3척에 이어 2차 사업 3척으로 총 6척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잠수함은 고비용 해상 무기체계로, 군함 중에서 무게 대비 가격이 가장 비싸다. 이번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 규모는 3척에 1조 1600억 원. 잠수함 모델(DSME 1400 Class)의 1척당 배수량(배의 무게 단위)이 1400톤(t)에 불과하니 배수량 대비 가격은 이지스 구축함(약 8000톤에 1조 원 내외)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번 계약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규모의 잠수함 수출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세계에서 오직 독일, 프랑스, 러시아, 영국, 중국만이 우리보다 잠수함 수출 규모가 더 크다. 세계 최고의 잠수함 대국인 미국은 잠수함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지 않는다.
특히 DSME의 잠수함 수출은 기술을 이전받던 우리가 기술의 ‘원조집’을 이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93년 6월 SS-061 장보고함이 취역하면서 독일의 HDW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는데,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가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국제 공개입찰에서 HDW를 제치고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 사업에 대해서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우선 인도네시아는 수출금융지원제도를 통해서 잠수함을 구매했다. 방위사업청의 방산수출진흥센터는 DSME와 협조하에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재무부의 협조로 잠수함 구매 비용 상당부분을 한국에서 대출해주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방위산업에서 일반적인 일이고, 오히려 현금 즉시결제로 무기와 장비를 수출하는 것이 더 이례적이다.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에게 대출 등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세계 주요 방산 선진국들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 하나의 문제제기로는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잠수함이 ‘카피’라는 오해다. 독일 HDW의 설계인 장보고급 잠수함을 그대로 베껴서 생산했다는 것인데, 실제로 우리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과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나가파사(NAGAPASA)함의 외형은 매우 비슷하다.
이런 문제제기는 절반의 진실만 담겨 있을 뿐이다. 우선 나가파사함은 1400톤급으로 1200톤급인 장보고함에 비해서 이런 저런 부분이 개량된 발전형 디자인이며, 특히 전투 정보체계, 소나, 무장계통 등 많은 부분이 장보고급과 다르며, 이탈리아 WASS사의 최신형 어뢰 블랙샤크(Black Shark)를 장착해 장보고급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무장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DSME가 독일 HDW사의 설계를 복제한 것은 맞다. HDW사의 209급 잠수함의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이 만료돼 법적으로 DSME의 복제 행위를 제재하거나 제소할 수 없다. 현대 자동소총의 베스트셀러인 AR15가 지금은 수십 개 국가에서 다양한 카피 개량형들이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DSME와 우리 해양 방위산업의 수출전망이 밝을까?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우리의 잠수함이 앞으로도 수출 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첫 번째로 지적재산권을 온전히 가진 수출형 중소형 잠수함 모델이 필요하다. DSME 1400, 즉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 모델은 앞서 이야기했듯 독일 HDW의 209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디자인했다. 1971년에 첫 번째 209급 잠수함이 건조되었으니 이미 40년이 넘은 구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DSME와 현대중공업은 2018년 9월 14일 대한민국의 독자적 설계로 SS-083 도산안창호함을 건조했다. 다만 도산안창호함은 약 3700톤급의 중(重)형 잠수함으로,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싸 수출이 어렵다. 3000톤 이상의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은 러시아, 일본, 호주, 중국, 스페인 정도만 개발 및 배치 중이다.
스스로 잠수함을 건조하지 않는 나라들은 보통 1200톤에서 2000톤 사이의 잠수함을 구매한다. 물론 1000톤 이하의 잠수함을 요구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국방예산이 없어 1000톤 이상의 잠수함을 사려는 국가의 해군은 대체로 잠수함 건조 예산을 배정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안창호함의 기술을 활용한 1200톤 내외의 수출형 잠수함을 만든다면 국제 잠수함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수출형 잠수함은 대부분 생산국이 직접 운용하면서 성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1200톤 내외의 로(Low)급 잠수함을 3척 정도 한국 해군이 도입해 서해 및 남해안과 같은 연안에서 운용하면서, 주력인 안창호급 잠수함과 손원일급 잠수함을 보조하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두 번째로 잠수함 구매국가에게 종합적인 ‘잠수함 훈련 솔루션’을 완비해야 한다. 잠수함을 구매하는 국가들 대부분은 잠수함 전력 건설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정비, 운용, 훈련 등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해군이 인도네시아 잠수함 사업에서 성공한 이유도 잠수함 기술이전과 정비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우리 잠수함을 구매하는 국가의 해군 장교 및 운영요원을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잠수함을 구매하면서 우리 해군과 함께 잠수함 운영과 전술에 대한 교육을 상시적으로 받는 ‘잠수함 훈련 아카데미’를 만들어봄 직하다. 대한민국제 잠수함을 인도 받으면서, 동시에 한국 해군과 공동훈련을 통해 잠수함을 사용한 항만감시, 추적, 기뢰부설, 대함전투 등을 우리 해군 잠수함과 함께 수행하고 배우는 것이다.
우리 조선소의 잠수함 수출 쾌거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성공으로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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