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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이주열 '해외미팅' 기준금리 인하 교감?

IMF/WB, G20 회의 함께 참석…확장적 재정정책 통화정책 필요성 강조

2019.04.19(Fri) 14:55:45

[비즈한국] 한국 경제의 양대 축인 기획재정부의 홍남기 부총리 겸 장관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의기투합’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12~1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홍 부총리와 이 총재가 참석했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필요성이 강조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을 오는 2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하는 등 재정 확장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정부 분위기가 금리 인상을 요구했던 지난해와 다르다는 점에서 변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각국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지난 12일 IMF/WB 춘계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은 이날 워싱턴 DC 모처에서 비공개로 오찬도 같이 했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경제 분야에서 극히 드문 강원도 출신으로 재정과 통화 정책의 수장을 맡아 시장에서는 두 사람의 정책 공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홍 부총리는 강원도 춘천이, 이 총재는 원주가 고향이다. 

 

현재까지는 두 사람의 정책 방향은 반대쪽을 가리키고 있다. 홍 부총리가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2019년 예산을 469조 5751억 원으로 지난해(428조 8339억 원)보다 40조 7752억 원(9.5%) 늘린 슈퍼 예산으로 짰다. 9.5% 증가율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예산 증가율(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기재부는 미세먼지 대책과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대책, 경기 대응 민생 예산 확보 등을 위해 7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18일 당정협의에서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경제도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민생 경기 긴급 지원에 중점을 두고 추경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가 재정 확장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과 달리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통화 완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금융통화위원회 4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짚어봤으나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뒤 동결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상승률 하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낮춘 데 이어 4월에는 2.5%로 하향조정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4%에서 1.1%로 내렸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이유와 여력이 생긴 셈이다.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가 IMF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을 내놓은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IB)인 노무라 증권은 ‘한국: 장기적 저(低)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현재 실질 정책금리가 중립적 실질금리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기준금리가 다소 긴축적인 영역에 있음을 시사한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적어도 0.5%포인트 낮출 여력이 있으며 4분기에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 총재가 홍 부총리와 함께했던 IMF/WB 춘계회의 결과도 이 총재를 기준금리 인하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무역 긴장, 글로벌 부채 누적, 신흥국 금융 불안 등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재정·통화 정책 등 확장적 조치, 적시 정책 대응,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적 개혁 등이 진행되면 내년부터 성장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한은에 기준금리 인상을 독촉했던 탓에 입을 다물고 있지만 내심 인하로 돌아서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부담도 줄어든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홍 부총리와 이 총재의 워싱턴 DC 오찬 자리에서 금리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IMF에서 확장적 재정·통화 조치 필요성과 적시 정책 대응 필요성을 들은 뒤 만난 자리라는 점에서 뭔가 교감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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