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 꼭 배워야 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래를 주도할 기술이니 꼭 배워야 한다는 입장과 미래엔 마이크로소프트(MS) 프로그램 엑셀(Excel)처럼 잘 활용만 하면 될 테니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워낙 ‘핫’한 미래기술이기에 꼭 배워야 한다는 주장만 있을 것 같지만 개발자와 연구자들 사이에선 기술 그 자체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엑셀을 이용만 잘하면 됐지. 누가 엑셀 그 자체를 공부해?” 인공지능 역시 미래엔 그 자체에 대한 공부보다 활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1990년대 말 미래 인터넷 시대에 대비하여 ‘인터넷 정보검색사’ 시험공부를 하던 풍경과도 맞닿아 있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검색 자체를 공부한다는 건 참 바보 같은 풍경이었다. “검색? 구글 검색창만 잘 활용하면 됐지. 누가 검색 기술 자체를 공부하니?”
실제로 인공지능 도구들은 점점 ‘엑셀화’, ‘구글화’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제품을 선보이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19(Google Cloud Next 19)’ 이벤트가 있었다. 이 이벤트의 화두는 역시 인공지능이었는데, 화려한 인공지능 기술들을 선보이던 기존의 컨퍼런스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왜냐하면 이번 이벤트는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보다 이것을 비즈니스에 쉽게 적용시켜주는 도구와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글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인공지능? 그거 몰라도 돼. 엑셀처럼 쓸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 전처리, 레이블링(labeling), 빅데이터 관리, 분산처리, 서버 운영 등 다양한 IT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예측 결과를 내는 핵심은 머신러닝이지만 이를 제품화(productization)하는 과정에선 데이터 수집부터 서비스 적용까지 엔지니어링에 대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실제 업계에선 머신러닝 연구자(research scientist)보다 머신러닝을 이해하는 개발자(research engineer)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구글의 이번 이벤트는 이러한 시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제품의 서비스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미래 소프트웨어의 플랫폼 장악을 꿈꾸고 있다.
인공지능은 훗날 ‘엑셀’이 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은 점점 쉬워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몰라도 인공지능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공지능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도구는 점점 쉬워지지만 그 인공지능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결국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사람들의 니즈(needs)와 적정 기술이 결합할 때 창출된다. 미래의 인공지능 시장을 창출하는 중심에는 아마 인공지능 기술과 시장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엄태웅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LIG 넥스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현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University of Waterloo)에서 딥러닝을 연구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을 연구, 교육, 전달하는 연구실 ART Lab(AI & Robotics Tech La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장의 문제를 AI 기술과 연결하는 미션에 힘 쏟고 있다.
엄태웅 ART Lab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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