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지난해부터 하락 추세다.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매입과 인수·합병(M&A), 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벌이며 주가 부양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개별 금융사 실적보다 경기변동성이 주가 하락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KB금융지주, 주가 하락 폭 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들 중 최근 1년간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지주 주가는 4월 18일 종가 기준 4만 5750원으로, 지난해 4월 18일 종가인 5만 8900원에서 28.7%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는 3만 8000원으로 16.1% 감소, 신한금융지주는 4만 5150원으로 2.1% 떨어졌다.
지주사 전환으로 2월 재상장한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4월 18일 종가 기준으로 1만 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월 13일 재상장 첫날 종가인 1만 5300원에서 9.3% 떨어진 수치다.
업계에선 최근 경기 상황이 주가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금융권은 양호한 실적을 보이지만 정부의 규제강화, 주택시장 침체, 경기 부진 우려 등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주택시장 하락이 본격화될 경우 일시적 변동이 추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낮출 정도로 경기 자체가 안 좋다. 자산 증가 속도는 느려지고 카드나 보험 등 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주주들 입장에선 발전 가능성이 안 보이는 금융지주가 매력적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 자사주 매입, M&A로 주가 부양
금융지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가 부양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주사 회장들은 올 초부터 자사주 매입에 집중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월 15일과 3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1만 주를 총 1억 4455만 원에 장내 매수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3월 6일 자사주 1000주를 4305만 원에 사들였다. 시장에선 책임경영 의지 등을 내비쳐 주가 부양을 도모한 것이라는 평이다.
은행장과 지주사 임직원들도 지주사 주식 매입에 나섰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취임 다음날인 3월 22일 하나금융지주 주식 4000주를 1억 4800만 원에 매입했고, 허인 KB국민은행장은 4월 11일과 3월 12일 KB금융지주 주식 5500주를 2억 3857만 원에 사들였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임필규 부사장과 이우열 전무, 박찬일 상무 등이, 우리금융지주에선 최동수·박경훈 부사장, 정석영 상무 등 임직원들이 적게는 500주 많게는 2000주의 지주사 주식을 매입했다.
또한 금융지주들은 인수·합병(M&A)으로 지주사 가치를 올리려 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롯데캐피탈 인수에 나선 건 주가 제고 차원에서다. 지금은 생명보험 인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균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매물을 계속해서 물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한화그룹과 함께 롯데카드 적격예비인수자로 선정된 상황이고, 우리금융지주는 부동산 신탁사 인수를 노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미 두 차례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인수에 주력하면서 주가 하락 폭이 타 금융사보다 적었다고 본다. 두 회사가 실적에 포함될 경우 지주사 주가 반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IR, 고배당까지…“시장 상황 개선돼야”
높은 외국인 투자자 비율을 고려한 지주사 회장들의 해외 IR(기업설명회) 행보도 눈에 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해외 기관 투자가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14일부터 북미, 캐나다에서 IR을 진행 중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5월 중순 홍콩, 도쿄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미 중국과 홍콩, 호주에서 IR을 마쳤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경우 19일 실적 발표 이후 IR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지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 지급 규모를 대폭 늘렸다. 2018년 사업 결과에 따른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총 배당금은 2조 520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배당금 규모인 2조 3171억 원에서 8.8% 증가했다.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0.3~3.0% 올랐다.
전문가들은 주가 반등의 여지는 있다고 내다본다.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이들 금융사의 노력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주가 하락은 개별 금융사의 경영 상황보다 시장 탓이 크다. 시장이 나아지면 주가도 부양될 것”이라며 “순이자마진 하락, 카드 수익 감소 등 부정적 요소가 예상되지만 신탁보수 증가, 증권사 실적 개선 등 비은행·비이자부문 실적 개선, 불확실성 해소로 상승 반전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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