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유오피스 생활을 시작했다. 새로 문을 여는 공유오피스 일주일 체험 이벤트에 당첨됐기에. 깔끔한 시설, 서울 시내 중심지, 젊은 창업가들의 교류 장소 등 ‘힙’한 이미지를 가진 공유오피스는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누구나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곳이다. 일주일 동안이지만 이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라운지 소파에 앉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미팅하는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걸까.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150걸음 떨어진 빌딩 23층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였다. 일단 사무 공간이 역과 가까워 출근 시간이 절약된다는 이점이 있었다. 또 평소 주로 취재원을 만나는 광화문과 종로 인근에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시청, 강남, 종로 등 땅값이 비싼 요충지에 자리하는 건 대부분 공유오피스의 특징이자 전략이다.
빌딩 로비에서 안내를 받아 공유오피스가 위치한 23층에 올라갔다. 탁 트인 전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건물 전면이 유리였다. 고층이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사무공간은 23층과 24층 두 개 층에 걸쳐 있었다. 크게 3~10명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독립된 ‘오피스’와 도서관같이 넓은 공간에 긴 책상과 의자만 놓여 있는 ‘핫 데스크’로 나뉘었다. ‘체험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핫 데스크였다.
# 네트워킹? 친해지기 쉽지 않아
핫 데스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20명 남짓. 공유오피스엔 사무공간과 휴게공간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일하다가 잠깐 일어서서 커피를 뽑아 마신다든지, 창밖을 바라본다든지, 전화를 받으러 소파에 앉았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소한 차이에서 오고 있었다. 물론 상사의 통제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도서관보다는 자유롭고, 카페보다는 소란스럽지 않았다. 소음이 없진 않았는데, 주말엔 가끔 백색소음 효과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카페를 가는 것과 비교하면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넓은 책상과 편안한 의자가 카페에서 일할 때 불편했던 점을 보완해줘서 집중도가 높아졌다. 공유오피스엔 고가 브랜드의 가구가 비치돼 있었다. ‘폰 부스’도 넉넉히 마련돼 있어 필요할 땐 주변 방해 없이 전화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색다른 기분은 공유오피스 이용 3일 정도 됐을 때 사라졌다. 여전히 창밖 전망이 좋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취재가 끝나고 기사를 작성할 땐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일은 일이었다. 본질적으로 색다르지 않았다. 외근이 잦은 탓에 사무실에 앉아 있을 시간이 부족한 것도 한몫했다. 평소에도 취재하다 보면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퇴근하는 일이 더 많다.
공유오피스의 장점 중 하나는 ‘네트워킹’이라고 한다. 다른 업종 종사자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나아가 협업까지 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기간이었지만 네트워킹은 쉽지 않았다. 카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말 걸면서 친해지긴 쉽지 않다. 지난해 6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발간한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네트워킹에 참여하는 공유오피스 이용자는 40.2%에 불과했다. 그중 29.5%가 네트워킹해도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 그래도 공유오피스의 강점은 있다
그렇다고 공유오피스의 장점은 무시할 순 없었다. 5일째 되던 날, 인터뷰가 필요한 취재원을 공유오피스로 불렀다. 크기와 용도가 다른 여러 회의실과 커피 바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 보통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이 경우 주변이 소란스러워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커피 값 지출도 무시할 수 없다. 공유오피스가 교통 요충지에 있어 누군가에게 방문을 요청하기 덜 부담스럽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취재원과 약속 잡을 때 부담도 줄었다.
공유경제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다 함께 공간을 쓰기 때문에 혼자 부담할 때보다 임대료가 싸다. 대부분 공유오피스 임대료는 1인당 30만 원 후반에서 40만 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면적을 계산해보면 보통 4.5~5.5㎡다. 싸다고 할 순 없지만 역세권, 서울 도심, 전망 등을 고려했을 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소소한 기쁨을 누리게 하는 장치는 창가에 비치된 휴식 공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휴식공간과 사무공간의 경계가 없기에, 자연스레 일하다가도 쉴 수 있고, 쉬면서도 일할 수 있었다. 노동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었다. 물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창가에 앉아 일할 여유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일주일 동안의 공유오피스 이용이 끝났다. 업무 향상도만 놓고 본다면, 사실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공유오피스는 각자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선택할 문제다. 하지만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동안 사기진작엔 확실히 도움 됐다. 쾌적한 공간, 휴식 공간 등 각종 서비스, 탁 트인 전망, 고급 가구. 직원들의 공간 만족도를 높이고 싶은 경영자라면 한 번쯤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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