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2018년 매출 4조 4227억 원, 영업손실 1조 971억 원을 기록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쿠팡은 전년 대비 64.7% 성장하며 단일 이커머스 기업 사상 최대 규모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 역시 지난해보다 71.7% 늘었다.
수익을 내기 힘든 경영구조가 아니냐는 지적에 쿠팡은 여전히 ‘계획된 적자’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우리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의 앞만 보고 가는 전략은 손정의 소트프뱅크 회장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있기에 가능하다. 손 회장은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를 통해 10억 달러(1조 1365억 원)를 쿠팡 한국법인의 100% 지배회사인 쿠팡 LLC에 수혈했고, 2018년 11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20억 달러(2조 2730억 원)를 쿠팡 LLC에 추가 지원하는 데에 중간 역할을 했다.
# 매출 늘수록 비용도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년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 받은 자금이 곧 바닥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현재 수익 구조에서 물류 투자를 줄인들 흑자 전환이 가능하겠냐는 의문도 따른다. 쿠팡은 어떤 생각으로 어디에 돈을 쓰는 걸까.
2018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쿠팡은 매출이 커질수록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다. 쿠팡의 지난해 비용 지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5조 5198억 원이다. 매출이 64.7% 증가할 때 비용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했다. 서비스 이용수수료, 운반 및 임차료, 소모품 등 매입, 세금과 공과금 등의 항목도 59~67%로 늘어 매출 증가폭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3조 6726억 원이 쓰인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이었다. 물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쿠팡의 비즈니스 구조 때문이다.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항목은 ‘광고선전비’다. 쿠팡은 광고 선전비로 전년 538억 원 대비 187% 증가한 1548억 원을 썼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매출은 성장하되 비용 증가는 멈춰야 하는데, 쿠팡은 비용 증가폭도 함께 커지고 있다. 쿠팡은 출혈 경쟁을 통해 국내 물류시장을 지배하겠다는 계획일 텐데, 우리나라 물류시장엔 대기업이 버티고 있어 예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출구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물류 인프라 구축 비용, 전체 지출 대비 2.9% 불과
쿠팡의 물류 투자 집중도는 얼마나 높을까. 현재 토지나 건물 매입 등의 투자 비중이 크다면 추후 비용을 줄여 흑자 전환한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에 드러난 쿠팡의 지난해 설비투자 비중은 크지 않다.
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지표가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다. 전년 대비 524억 원에서 572억 원으로 증가폭이 9%(48억 원)에 그쳤다. 부동산이나 기계설비 투자가 적었다는 뜻이다. 또 쿠팡 소유 토지와 건물은 2017년과 비교해 2018년에 증가하지 않았다. 2017년에 없던 ‘건설 중인 자산’이 2018년에 311억 원 생겼을 뿐이다.
쿠팡은 15일 지난해까지 확보한 물류 인프라 부지가 122만 3140㎡(약 37만 평)이고, 12개였던 물류센터를 24개로 확충했다고 밝혔다. 2년 동안 부지 49만 2561㎡(약 14만 9000평)을 늘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쿠팡은 지난해 24만 9914㎡(약 7만 5500평) 남짓한 부지를 추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물류센터 수는 2배 늘었지만 면적은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쿠팡이 토지와 건물 매입 없이 물류센터를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쿠팡은 2013년부터 물류센터 부지 임차 비중을 늘려왔다. 쿠팡은 사무실 및 물류창고 등을 운용리스로 이용한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쓴 리스비 총액은 833억 원이다. 2017년과 비교해 203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임차보증금은 457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쿠팡이 지난해 물류시설 설비 확충에 투자한 금액은 리스비, 임차보증금, ‘건설 중인 자산’을 합쳐 1601억 원이다. 지난해 전체 비용 5조 5198억 원의 2.9%다. 3조 6726억 원의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 항목을 제외해도, 물류 인프라 구축에 들인 자금은 전체 비용의 8.6%다.
주목할 점은 인건비 비중이 매출과 비슷한 비중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쿠팡의 인건비는 전년 대비 50.5% 증가한 9866억 원이다. ‘쿠팡맨 노조’에 따르면 배송인력은 최근 2~3년간 35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물류 인프라 투자를 줄이고, 토지·건물 매입 대신 리스로 운영한다면 추후 비용을 줄이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올해쯤엔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내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인력인 쿠팡맨은 4000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지난해 쿠팡은 2만 4000명을 직간접 고용했다. 인건비 증가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임원, 내부 직원, 쿠팡플렉스 운용비용이 모두 합쳐진 것”이라고 답했다.
# 쿠팡의 ‘총알’은 몇 발이 남았나
재무제표 상 쿠팡의 총 자산은 1조 8376억 원, 현금성자산은 6424억 원이다. 올해 적자가 작년 수준과 같다면 자본잠식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투자 금액이 얼마나 남았냐다. 쿠팡이 소프트뱅크와 SVF 등으로부터 확보한 주요 투자 누적 금액은 34억 달러(3조 8627억 원)다. 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적자는 2조 9542억 원이다. 단순 계산 시 현재 쿠팡에 남은 투자금은 9085억 원 수준이다.
상세히 살펴보면 쿠팡은 지배회사인 쿠팡 LCC로부터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단계별로 투자금을 수혈했다. 쿠팡은 2018년 한 해 동안 2만 7098주를 유상증자해 1조 3549억 원을 끌어왔다. 쿠팡은 이 중 약 6190억 원 가치의 1만 2380주를 SVF가 2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한 2018년 11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했다.
쿠팡이 알뜰히 회사를 운영해 2018년 11월 이전에 받은 투자금을 모두 소진했다면, 현재 남은 투자금은 1조 65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자신이 가진 쿠팡 LLC 지분을 SVF에 7억 달러(7950억 원) 가격으로 넘긴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SVF가 손정의 회장의 지분 매입하는 조건으로 20억 달러 투자에 합의했다면 실제 쿠팡 LLC에 들어온 자금은 13억 달러(1조 4765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금이 1조 원도 남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그에 대해선 우리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쿠팡은 경쟁사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효율을 높이거나, 해외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며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손정의 회장이 투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드는 이유는 손 회장이 북한과의 통일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단순히 임대차 비용이 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다”며 “얼마라고 밝힐 순 없지만 아직 자금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당장의 수익보다 10~20년 장기적으로 생각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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