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라이프

[아빠랑] 전남 강진 1박2일 ① 다산 정약용과 함께 걷는 녹차길

꽃잎 떨어진 뒤 피어난 찻잎…다산초당, 사의재 등 볼 거리 놀 거리 풍성

2019.04.16(Tue) 16:12:28

[비즈한국] ‘남도 답사 1번지’ 강진은 차의 고장이다. 정약용이 다산(茶山)이란 호를 지은 곳이 바로 강진이었다. 다산의 제자가 된 초의선사가 조선 후기의 차맥을 이은 곳도, 일제강점기 다부(茶父) 이한영이 우리나라 최초의 시판 녹차 상표인 ‘백운옥판차’를 만든 곳도 강진이었다. 지금도 강진다원에는 월출산 기암괴석을 병풍 삼아 푸른 차밭이 융단처럼 펼쳐진다. 봄꽃의 기운이 한풀 꺾인 요즘, 꽃잎 떨어진 뒤에 피어난 찻잎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다산의 흔적 가득한 다산초당과 사의재, 모란이 피어나는 영랑생가도 봄 여행객을 기다린다. 

 

강진다원은 다산이 손꼽은 녹차 산지인 월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차밭이다. 단일 다원으로는 제주다원 다음가는 규모.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푸른 융단처럼 펼쳐지는 차밭이 압권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 다산이 반한 녹차와 정원, 강진다원&백운동원림

 

다산이 손꼽은 녹차 산지인 월출산 자락에 자리 잡은 차밭이다. (주)태평양 오설록에서 가꾸고 있는 4곳의 차 재배지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으로 면적이 약 33ha(약 10만 평)에 달하는데 단일 다원으로는 제주다원 다음가는 규모라고 한다.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푸른 융단처럼 펼쳐지는 차밭이 압권이다. 보성이나 제주보다 덜 알려져 한가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차밭 사이로 난 작은 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다.

 

강진다원과 이웃한 백운동원림은 조선 중기의 선비 이담로가 은거했던 별서정원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강진다원과 이웃한 백운동원림은 조선 중기의 선비 이담로가 은거했던 별서정원이다. 별서정원이란 세속에 야합하지 않고 자연에 귀의해 유유자적 살기 위해 만든 정원을 뜻한다. 이런 뜻이 통해서였을까? 강진에 유배 중이던 다산은 이곳의 풍광에 반해 제자 초의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가지 풍경을 시로 지어 ‘백운첩’을 남겼다. 

 

별서정원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왕대나무 숲인 ‘운당원’. 사진=구완회 제공


이 ‘백운첩’이 2001년에 발견되면서 한동안 잊힌 백운동원림이 옛 모습 그대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신선이 머물렀다는 ‘옥판봉’에서 단풍나무 비친 폭포인 ‘홍옥폭’, 고즈넉한 ‘취미선방’과 하늘 높이 솟아오른 왕대나무 숲인 ‘운당원’까지, 지난해 새 단장을 마친 백운동원림은 다산이 즐긴 모습 그대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 다산을 따라 걷는 산책길, 다산초당&백련사

 

강진 만덕산 자락의 다산초당은 다산이 10여 년을 머물며 차를 마시고 제자를 길러내고 수백 권의 저작을 써낸 곳이다.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유사옥에 연루돼 강진으로 유배 온 정약용은 처음 8년 동안 주막집 등을 전전하며 지냈다. 그러다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의 다산서옥에 우연히 며칠 머물게 되면서 아예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다산서옥의 주인이던 윤단은 이곳을 넘기는 대가(?)로 자신의 아들 3형제를 제자로 받아줄 것을 청했고, 정약용은 흔쾌히 응했다. 

 

만덕산 자락의 다산초당은 다산이 10여 년을 머물며 차를 마시고 제자를 길러내고 수백 권의 저작을 써낸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그는 여기서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수백 권의 방대한 저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산이란 호와 향기로운 차는 덤이었다. 다산초당 마당에는 차 달이는 부뚜막으로 썼던 큰 돌이 여전하고, 뒤편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란 글씨가 뚜렷하다. 

 

다산초당 뒤편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란 글씨가 뚜렷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다산초당에서 시작하는 오솔길은 백련사로 이어진다. 동백숲이 아름다운 천년고찰 백련사에는 다산의 10년 아래 절친인 혜장이 있었다. 다산은 호젓한 길을 걸어 백련사로 가 혜장과 선문답을 주고받으며 차를 마셨다. 동백꽃은 이미 후두둑 떨어졌지만 백련사 가는 길의 동백숲은 여전히 울창했다. 길목에 자리 잡은 부도 몇을 지나면 어느새 백련사다. 화려한 단청을 이고 선 대웅보전 현판은 조선후기 명필 원교 이광사의 글씨란다. 

 

# 다산이 처음 머문 주막집 골방, 사의재

 

사의재는 다산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머문 주막집 골방이다. 다산은 이곳에 ‘사의재(四宜齋)’란 이름을 붙이고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 등 4가지를 올바르게 하는 집’이란 뜻을 담았다. 그리고는 학문에 정진하여 이곳에서 ‘경세유표’와 ‘애절양’ 등을 지었다고 한다. 사의재가 있던 동문매반가는 글자 그대로 ‘동문에서 밥을 파는 거리’다. 

 

사의재는 다산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 머문 주막집 골방이다. 다산은 이곳에 ‘사의재(四宜齋)’란 이름을 붙이고 ‘생각과 용모, 언어, 행동 등 4가지를 올바르게 하는 집’이란 뜻을 담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기에 착안해 강진군에서는 사의재 일대를 조선시대 저잣거리로 꾸미고 주말마다 ‘조만간(조선을 만나는 시간)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높은 누각 아래 대문을 지나면 주막과 기방, 빨래터까지 옛날 저잣거리 풍경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는 주모와 기생, 빨래터 아낙과 짐꾼으로 분한 ‘재연 배우’들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빨래터 아낙과 방망이질을 하고, 점집에서 관상을 보고, 기방에서 열리는 ‘기생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식이다. 사의재를 재현한 주막에선 막걸리와 안주도 판다. 

 

강진군에서는 사의재 일대를 조선시대 저잣거리로 꾸미고 주말마다 ‘조만간(조선을 만나는 시간)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조만간 프로젝트의 백미는 하루 세 번 펼쳐지는 마당극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조만간 프로젝트의 백미는 하루 세 번 펼쳐지는 마당극이다. 유배지에서 실의에 빠진 정약용이 실의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내다 늙은 주모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백성을 위한 학문에 전념하게 된다는 내용도 흥미롭지만,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나중에는 함께 어우러져 춤과 노래를 즐기는 방식도 재미있다. 

 

여행정보

 

강진다원

△위치: 강진군 성전면 백운로 93-25

△문의: 061-432-5500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백운동원림

△위치: 강진군 성전면 월하안운길 일대

△문의: 061-430-3312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다산초당

△위치: 강진군 도암면 다산초당길 68-35

△문의: 061-430-3911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백련사

△위치: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45

△문의: 061-432-0837

△관람시간: 일출~일몰, 연중무휴

 

사의재

△위치: 강진군 강진읍 사의재길 27

△문의: 061-433-3312

△관람시간: 10시~17시, 평일 휴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전면전 롯데 vs 용병 신라' 한국 호텔들의 색다른 베트남 상륙작전
· [유럽스타트업열전] 유럽 최대 클라우드 기업 일군 '엔지니어 집안' 비사
· [핫 CEO] 오너 2세 경영 '시련기'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
· [아빠랑] 짚풀로 이런 것까지?!! 짚풀생활사박물관
· [아빠랑] 충북 단양 1박2일 ① 물고기 탐험 후 전망대 올라 새처럼 '찰칵'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