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때는 재작년과 작년 여름. 최저임금으로 논란이 많던 시기로 자영업자들과 임금근로자들이 감정의 날을 서로 세우던 때였다. 당시 임금을 받는 쪽은 임금을 올리면 그만큼 소득이 늘어나 내수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을 했고 임금을 주는 쪽은 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맞섰다.
먼저 밝히자면 지금 어느 쪽의 주장이 옳았느냐고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그때 눈에 들어왔던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최저임금 상승을 지지하는 사업가들이었다. 임금을 주는 쪽 입장에서 높은 임금을 주면 그만큼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들이 이 비용의 상승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일은 누가 봐도 의외였다.
당시 이 사업가들은 자신들의 SNS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그들이 쓴 글에서 자신은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밝힌 점이다. 그들은 직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직원관리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며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립에서 사용자의 인상 주장은 매우 신선한 주장이었고 이는 곧 화제로 떠올랐다.
경제학에선 이런 임금을 ‘효율임금’이라 부른다. 효율임금은 종업원의 동기를 유발하고 자신의 직장과 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유익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노동자에게도 유익하다. 실제로 이 효율임금을 활용하여 널리 알린 사람은 포드자동차 창업주인 핸리 포드다. 포드는 1914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두 배 늘려서 큰 효과를 얻었다.
그렇다면 포드가 효율임금을 지급해 큰 성공을 거뒀고 임금 상승을 지지하는 사업가들도 비즈니스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고 있으니 이에 따라서 직원 임금을 높이면 장사가 잘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포드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두 배로 지급한 맥락을 알아야 한다.
포드자동차는 핸리 포드가 에디슨전기회사를 다니며 창업한 ‘디트로이트 자동차회사’가 그 전신이다. 최첨단 산업이었던 자동차의 가능성을 본 핸리 포드는 전업을 결정하고 에디슨을 퇴사한 후에 디트로이트 자동차회사를 설립하도록 도와준 투자자들의 지분을 사들여 자신의 이름을 내건 포드자동차를 설립한다. 그리고 1913년 그 유명한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혁신한다.
이 컨베이어벨트 덕에 생산효율과 생산성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지만 핸리 포드에겐 당시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다. 만성적인 직원 부족이 그것. 팀 하포드가 쓴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에 이 상황이 잘 나와 있다. 당시 포드의 회사에 필요한 노동자의 수는 5만 명이었지만 고용인원은 고작 1만 3500명.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그만큼 사람을 고용하더라도 너무 빨리 퇴사하는 것이 문제였다.
포드의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이 그만두었던 이유는 일에서 느끼는 불행감 때문이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은 생산공정을 극도로 분업화하여 효율을 극대화 했지만 이는 각 노동자들에게 같은 작업의 지루한 반복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즉 노동자가 사실상 기계처럼 일하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당연히 지루한 단순작업이 반복되므로 특별히 숙련도가 높지 않은 노동자라도 이 일을 맡을 수 있었지만 이 지루함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내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게으름과 무단결근을 밥 먹듯이 하며 생산라인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방법의 해결책으로 1914년 포드가 선택한 것이 효율임금이었다. 그는 당시 2.5달러였던 평균임금의 2배에 해당하는 5달러를 일당으로 지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포드자동차에서 일하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포드 또한 고용에 대한 걱정을 더 하지 않아도 됐다. 노동자들은 이제 포드 자동차를 그만두면 다른 곳에서는 그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므로 노동을 더 열심히 해야 했다.
핸리 포드의 사례에서 중요한 부분은 임금을 올려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킨 것도 있지만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생산성을 급격하게 끌어올린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곳보다도 높은 생산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그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효율임금제를 활용한 것이다. 즉 포드자동차의 성공은 컨베이어벨트가 기반이 된 상태에서 효율임금을 실시해서 얻은 것이지 효율임금 그 자체가 성공의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시각으로 다시 더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던 사업가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의 비즈니스는 과연 그들이 효율임금을 지급해서 성공한 것일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이는 그들의 비즈니스가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고 있고 거기에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직원을 필요로 하기에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최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효율임금을 지급해야 최적화되며 그 비즈니스 모델의 생산성이 높기에 효율임금을 지급하고도 잘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효율임금을 지급해서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만약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면 효율임금의 지급은 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수익구조를 망가뜨려 사업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 있어 효율임금을 자신의 사업이 잘 되는 이유로 꼽는 사람들은 그 인과관계의 오류를 저지른 셈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인과관계의 오류로 인한 착각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착각을 줄여야 실패확률은 줄어든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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