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호텔신라가 베트남 등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올해 말까지 베트남 다낭에 ‘신라 모노그램(Shilla Monogram)’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겠다는 것. 롯데호텔도 2013년 호치민, 2014년 하노이에 직영 호텔을 오픈한 데 이어 2022년 베트남 하노이에 L7호텔을 추가로 열고, 2024년에는 호치민에 5성급 호텔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표 호텔들이 앞 다퉈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인에 의한 안정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 LG등을 비롯해 하청업체들까지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 많아 기본적으로 상용과 그 부대 수요가 있고 최근 여행지로의 베트남과 다낭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베트남 다낭은 어떻게 한국인 '최애' 해외여행지가 됐나).
베트남 진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은 지금 투자 러시다. 부동산 개발과 함께 각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투자유치도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 호텔신라, 기타 산업 연계 없이 호텔 브랜드 수출
호텔신라가 올해 말 베트남 다낭에 선보일 고급 호텔 브랜드 신라 모노그램(Shilla Monogram)은 다낭 농눅비치에 지상 9층, 300여 객실 규모로 조성된다. 직영은 아니고 위탁경영이다. 위탁경영은 호텔이 건물 등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고 호텔 브랜드를 활용해 체인으로 경영하는 것을 뜻한다. 건물을 사지 않고 대신 로열티를 받고 들어간다. 하얏트, 메리어트, 쉐라톤, 노보텔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체인 호텔이다.
즉 하드웨어의 주인은 따로 있고 호텔 브랜드가 가진 소프트웨어와 운영노하우를 활용해 호텔을 브랜딩하고 경영한다. 위탁경영 방식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호텔신라 측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호텔 경영 노하우를 살려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Shilla Stay)도 위탁운영과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장기 임대해 ‘신라’라는 브랜드를 입히고 경영하면서 수익을 건물주와 셰어 하는 방식이다. 마스터리스(Master lease, 책임임차)라고도 부른다. 신라스테이는 현재 국내에서 11개의 체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텔신라의 발표대로라면 2013년 출범 이 후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호텔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내 호텔 업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대부분의 시내 호텔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두 곳을 제외하곤 신라스테이의 사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국내 호텔 시장은 지금 포화 상태다. 사드 보복 여파로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호텔마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외 진출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관광호텔과 가족호텔 등을 포함한 서울시의 호텔 수는 2014년 237개, 2015년 291개에서 2018년 443개로 급증했다. 2022년까지 서울 시내에 준공 예정인 호텔도 188개에 이를 전망이다.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과는 반대로 서울시내 호텔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객실 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와 임대료 비중이 높은 호텔업은 마진이 적고 계절과 국제 관계에 민감해 부침이 많다. 대기업을 낀 대형 호텔이 면세사업을 병행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장충동 호텔신라는 만년 적자지만 호텔 내 면세점은 또 다른 얘기다. 면세점을 운영하기 위해 호텔을 유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호텔 사업보다는 면세 사업이 알짜”라고 전했다. 호텔신라의 전체 해외 매출 중 면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어선다.
201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2010년 신라면세점은 청주공항점과 대구공항점을, 2011년엔 김포공항점을 열었다. 면세점을 해외 공항으로 확장해 2013년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과 홍콩 첵랍콕공항점을 열어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에 신라면세점을 입점 시켰다. 이러한 면세사업의 성공적 확장은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 경영성과 중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되며 업계에서 입지를 굳히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호텔신라측은 이번 베트남 진출 건에 대해서는 “아직 면세 사업과의 연계를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호텔 내 면세점을 입점 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호텔 브랜드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신라는 2021년,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 200여 개 객실 규모의 신라스테이를 오픈할 예정이다. 향후 동남아시아, 미국,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해 10여 개의 위탁운영 호텔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롯데호텔, 부동산 개발과 유통까지 염두
롯데호텔의 글로벌 확장은 더 전방위적이다. 2017년에 취임한 김정환 롯데호텔 대표는 롯데호텔을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장기 구상을 진행 중이다. 취임 후 2년간 국내는 물론 러시아를 중심으로 미얀마, 일본 등지에 9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오픈했다. 객실을 모두 합치면 1만 개가 넘는다.
이로써 롯데호텔은 국내 19개 호텔 및 리조트를 비롯해 러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7개국에서 총 30개의 체인을 보유하게 됐다. 30개의 호텔 중 미얀마의 롯데호텔 양곤, 우즈베키스탄의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 러시아의 롯데호텔 사마라 3곳이 위탁 운영 중인 것을 제외하곤 모두 직영이다. 향후 롯데호텔은 20개의 호텔을 더 오픈해 50개 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이다.
여기에 2022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L7호텔을, 2024년 2월에는 호치민에 5성급 호텔을 추가로 오픈한다. 이 두 곳은 그룹 내 계열사 간 복합 사업으로 쇼핑몰, 마트, 영화관 등도 들어선다. 롯데호텔은 이미 2013년 호치민 롯데레전드호텔 사이공을 시작으로 2014년엔 롯데호텔 하노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지역 호텔 확장에 적극적인 행보다.
롯데호텔 측은 “향후 오픈할 베트남 호텔들을 직영으로 운영할지 위탁으로 운영할지는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검토 중인 단계지만 한국인 수요가 많은 다낭과 나트랑에도 추가 호텔 오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에 특히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롯데호텔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라 그룹차원에서 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 공격적 투자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와 맞닿는 부분이다.
호텔신라가 위탁운영을 통해 운영의 묘미를 살린 호텔 브랜드 ‘신라’를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의지라면, 롯데호텔은 부동산 개발과 함께 면세와 유통 사업 등 호텔을 활용해 다각도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얘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롯데호텔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하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호텔 브랜드 수출 이상으로 가기 어렵다”며 “반면 롯데호텔은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이고, 내수 시장이 침체된 만큼 쇼핑몰을 활용한 새로운 유통시장 개척에도 그룹 차원의 공격적 접근이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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