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법인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데, 회사 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면 받지 않아야 하는데 아닌 곳들이 있더라고요.”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에 착수한 곳은 효성그룹. 경찰은 최근 효성 법무팀장과 재무관계자, 그리고 과거 그룹 지원본부장을 지낸 계열사 대표 등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이 주목하는 것은 변호사 비용. 과거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과 아들 조현준 회장 등 효성 오너 일가를 둘러싼 각종 횡령, 배임 의혹 관련, 선임 등 변호사 비용을 오너 개인이 아니라 법인 자금으로 지불한 혐의(횡령)를 받고 있다.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은 국세청. 지난해 첩보를 입수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 2월부터, 법인 비용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며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정기 세무조사 일환이 아닌, 조현준 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 등 효성 사주 일가의 횡령을 겨냥한 비정기 부분조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2013년 당시 효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질 때 효성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로펌을 선임하고 사건에 대응했는데 당시 이 과정에서 법인이 변호사 비용을 로펌 측에 보냈다고 들었다”며 “사건 내용이 회사와 관계가 없는데 왜 개인 사건을 회사 명의로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미 업계에서도 잘 알고 있는 ‘위험한 방법’이었다는 지적이다. 통상 대형 로펌들은 개인 사건의 경우, 의뢰인과 계약을 맺고 선임 비용 등을 해당 의뢰인 명의의 계좌로 받는다.
다른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얼마 전 대기업 회장 사건을 맡았는데, 당시에도 회사와 관련이 없는 오너 관련 부분은 철저하게 회장 개인명의 계좌로 변호사 비용을 받았다”며 “회사 돈이 개인 계좌로 가서 우리에게 입금됐는지 등은 중요하지 않다. 회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당연히 비용을 법인에 청구할 수 있지만 개인 사건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고 얘기했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 역시 “의뢰인과 얘기가 잘 돼서 사건 케이스가 열리면 선임비용 등도 사건 피의자 이름으로 받아야 하는데 왜 (효성 사건에서) 해당 로펌이 개인 사건을 법인에서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효성을 변론한 로펌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곳. 법조계가 ‘그래서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혐의 금액도 크다. 최소 수십억, 최대 2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효성그룹은 2013년부터 계속된 재판까지의 법적 대응 과정에서 특정 로펌과 전관 변호사 다수를 선택해 계약을 체결했는데, 경찰은 특정 변호사들과 법률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자금 지출 내역, 이 같은 의사 결정에 그룹 내 어느 선까지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오너 개인의 사건에, 법인 비용을 쓴 부분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경찰은 효성과 계약한 변호사들이 명목상으로는 회사 경영 전반과 관련한 법률자문을 맡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그룹 총수 일가 개인의 형사소송에 관여했을 개연성도 수사 중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협회와 국세청 신고자료 등도 확보해 법률계약 내용과 실제 변호활동 간 차이가 있는지도 분석 중이다. 또 일부 전관 변호사들의 경우 사건 선임계를 내는 정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뒤에서 몰래 총수 일가 개인 사건을 변론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전관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개인 회장의 사건도 회사가 돈을 내고 그랬지만, 이제는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해 효성 측은 “회사도 소송 당사자였다. 2013년부터 총수 일가와 효성이 각종 형사사건에 대응한 것은 그룹에 막대한 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률 대응 비용은 개인과 법인을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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