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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법]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주식'보다 중요한 것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답변 유보…후보자 '생각' 드러내지 않은 게 더 문제 아닐까

2019.04.15(Mon) 09:02:40

[비즈한국] 헌법재판소가 또 세상을 바꾸었다.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이 66년 만에 전면 개정 개정될 전망이다.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 호주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국회의 날치기 통과를 막았으며, 정부의 수도이전계획을 무산시킨 것 모두 헌법재판소의 결단에서 나왔다. 

 

모든 국가기관들은 제각각 헌법을 해석하여 이에 위반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권한을 행사한다. 예를 들면, 국회는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한다. 정부의 권한 행사나 법원이 재판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원리를 고려하면 국민이 선출한 대의기관이 헌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최종적인 헌법해석을 하는 기관으로 별도로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고, 심지어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에 대해 파면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미선 헌법재재판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답변서면에서 낙태죄 처벌(헌재 결정 전),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종교인 과세, 5·18 왜곡발언 처벌 등에 대해 답변을 유보했다. 지난 10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 후보자.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재판관을 선출한 기억이 없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9인의 재판관을 임명하되,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보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초당파적이고 훌륭한 인물이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자가 국민들로부터 선출된 국회나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사퇴요구가 거세다. 이미선 후보자 부부는 신고한 재산인 약 42억 원 가운데 83%인 35억 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15년 전부터 주식 거래를 했으므로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판사로 재직할 때부터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주식은 남편이 한 것이라 모른다고 하고,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는 불법은 전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맡았던 사건에서 주식관련회사가 있었는지, 오 변호사가 로펌에서 진행한 사건을 통해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다만 법정에서 사건당사자가 “배우자가 한 것이라서 나는 몰랐다”고 항변하면 판사들이 쉽게 믿고 그냥 넘어갔을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주식거래 회사의 재판을 맡은 것도 모자라 회사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자의혹”이 있다면서 이 후보자 부부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한다. 반면 오충진 변호사는 당초 의혹을 제기한 주광덕 한국당 의원에게 토론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불법이 아니라는 이 후보자 측은 억울하겠지만, 작금의 주식논란은 지난 2017년 주식 투자 논란으로 사퇴한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영향이 크다. 검찰은 지난 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 전 후보자를 기소했다.

 

그런데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없으면 바로 헌법재판관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이미선 후보자는 40대 여성이고, 지방 국립대 출신이다. 판사 출신인 점은 다소 아쉽지만, 헌재 구성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구성의 다양화에 기여하려면 외관상 다양성 못지않게 생각의 다양성도 중요한데, 유감스럽지만 지금까지 이 후보자의 ‘생각’을 거의 알 수 없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답변서면에서 낙태죄 처벌(헌재 결정 전), 군대 내 동성애자 처벌, 최저임금제, 종교인 과세, 5·18 왜곡발언 처벌 등에 대해 답변을 유보했다. 

 

이미선 후보자는 난민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을 못했다”고 답변했을 뿐이다. 하나 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사안임에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형배 후보자가 낙태는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동성애는 찬반영역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지만 동성혼은 반대, 군대 내 동성애 처벌은 합헌, 5·18 민주화운동은 불의에 항거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며, 국가보안법 일부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비교된다.

 

야권은 ‘조-조 라인’(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선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기에 검증부실을 문제 삼는 것이다. 야권의 의도와 별개로 헌법재판관에 대한 검증은 철저해야 한다. 정부와 한몸인 장관 임명 과정과는 비교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주류의 가치가 강제된다. 그 사회에 다원주의를 고려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해석을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주된 과제다. 주식에 몰입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후보자가 과연 헌법재판관 자격이 있을까.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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