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시아나항공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품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취약한 재무구조와 수익성 악화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한정’ 의견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박 회장은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된다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단칼에 ‘No(노)’를 선언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인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5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3년간 자구안 이행에 실패하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된다는 강수를 뒀다. 일견 금호아시아나의 경영 회생 의지가 남달라 보이지만, 알맹이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상장사인 금호고속의 기업 가치는 현재 자산과 앞으로 3년간 수익 등을 고려하면 300억 원 안팎일 것이란 게 금융권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박 전 회장 측이 담보로 내놓을 수 있는 지분은 박 전 회장의 부인 이경열 씨(3.1%)와 딸 박세진 씨(1.7%)의 지분을 합한 4.8%가 전부다.
기업 가치를 고려한 지분의 현금가는 15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거래금액인 1주당 10만 5513원을 반영해도 지분가치는 141억 원 남짓이다. 박 전 회장(31.1%)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21.0%)이 52.1%의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이 중 42.7%는 이미 산업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내놨다. 이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담보는 해제되지 않는다.
박 전 회장 측은 아직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금호고속 주식 9.4%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겠다고 하지만 5000억 원의 담보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금호아시아나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박 전 회장 일가는 금호고속 지분만큼은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박 전 회장이 3년의 시간을 더 요구한 것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은 1년 단위로 맺는다. 채권단이 박 전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연 단위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3년은 보장해줘야 한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며 3년을 더 달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고 일축하면서도 12일엔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구계획에 대한 추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뺏긴 뒤로 자칫 그룹 경영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에 해외 자본에는 손을 벌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돈을 추가로 지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526억 원, 2017년 2479억 원에서 지난해 1959억 원의 큰 규모의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대거 등장하며 일본·중국 등 근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앞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신규 항공사 3곳의 사업면허를 허가했다. 올 3월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 LCC 여객 수는 18% 증가하는 등 입지가 커지고 있다. 그간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이 나지 않는 근거리 노선을 폐지하거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 넘기는 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해왔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이에 채권단은 자금 회수 계획도 검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 실패 가능성이 있고, 아시아나항공의 시장가치가 높을 때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은 미래 수익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이 600%에 달하는데, 앞으로 장기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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