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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나쁘지 않은데 '강박증'이 문제?

세계 경제성장률과 큰 차이 없어…"정부가 성장률 하락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

2019.04.12(Fri) 14:58:21

[비즈한국] 문재인 정부에 쏟아지는 주요 비판 중 하나는 세계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일자리 창출도 되지 않고, 일자리 감소가 내수 부진과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져 성장률이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세계 성장률 추이와 비교해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성장률 하락폭은 그렇게 크지 않다.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며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한 점도 간과되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스스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스스로 성장률 강박증을 보이면서 경제정책 방향을 상실할 조짐을 보인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코리안 5G 테크 콘서트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밝혔다. IMF는 지난해 10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제시했다가 올 1월 수정 전망에서 3.5%로 낮춘 바 있다. 6개월 사이에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차례 연속 낮춘 것이다. 

 

반면 IMF는 지난해 10월 2.6%로 제시했던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 정부가 편성에 들어간 추가경정예산을 미리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 하향 조짐에도 한국이 어느 정도 선방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성장률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 3.1%에서 2018년 2.7%로 하락했고, 올해는 2.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는 세계 경제 자체가 하향세라는 점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세계 경제가 상승 전환 가능성이 낮은 하강 동조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와 ‘FT’는 선진국 및 신흥국 경제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악화되고 있으며, 성장 모멘텀이 약화돼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무역 분쟁 위협이 지속되면서 세계 성장률 전망이 하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세계 성장률은 2017년에 3.8%를 기록한 뒤 2018년 3.6%로 떨어졌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을 앞서 언급한 것처럼 3.3%까지 하향조정했다. 한국 성장률과 비교하면 격차가 0.7%~0.9%포인트(p)가 나는 셈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포함해 평균을 내면 격차가 0.8%p 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요동쳤던 2011년 이후 세계 성장률과 비교해도 큰 차이는 아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과 세계 성장률 격차는 평균 0.7%p였다. 2011년과 2013년에는 한국 성장률과 세계 성장률 격차가 0.6%p였고, 2015년에는 격차가 0.7%p였다. 성장률 격차가 가장 적었던 때는 2014년으로 한국 성장률은 3.3%, 세계 성장률 3.5%로 격차가 0.2%p였다. 2012년에는 한국과 세계 성장률은 각각 2.3%와 3.5%로 1.2%p나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로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성장률이 평탄해진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도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은 세계 경제 둔화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의식하는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2.9%로 2017년 2.2%보다 0.7%p 올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의 영향이었다. 

 

그 외에 주요 국가들은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더 떨어졌다. 영국은 2017년 1.8%였던 성장률이 2018년에 1.4%로 하락했고, 일본 성장률은 같은 기간 1.9%에서 0.8%로 반토막이 났다. 독일 성장률은 2017년 2.5%에서 2018년 1.5%, 프랑스 성장률은 2.2%에서 1.5%, 이탈리아 성장률은 1.9%에서 0.8%로 하락했다. 올해는 미국 성장률도 지난해보다 0.6%p 떨어진 2.3%로 예상되는 등 세계 각국 성장률이 줄줄이 하락할 전망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성장률 강박증을 보이면서 경제정책이 방향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29번이나 언급했다. 이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서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소득주도성장은 수출-내수 불균형 해소에, 공정경제는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해결에 핵심이 되는 정책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근접하면 성장률이 하향세를 보이는 것이 당연한데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성장률 하락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책이 갈지자를 보이고 있다”며 “그나마 대안으로 혁신성장을 내세웠는데 민주당이 야당일 때 반대했던 규제 개혁 법안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청와대와 여당 간 교통정리가 안 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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