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다낭은 최근 베트남에서 나트랑(나짱)과 함께 대표 휴양지가 됐다. 한국 여행자들이 이를 견인했다 할 만큼 한국인이 특히 많이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우리 국민의 수는 약 350만 명. 항공업계에서는 그 중 3분의 2가량이 다낭으로 향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해외 출국자 2870만여 명 중 10% 가까이가 다낭이라는 하나의 도시를 찾은 셈이다. 다낭 관광청은 2018년 다낭에 온 한국인 여행자 비중이 중국인 여행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다낭에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다낭에는 한국인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스카이스캐너 같은 항공권 가격비교 플랫폼에선 다낭으로 가는 할인 항공권이 흔하고, 다낭-호이안 패키지는 여행사라면 어디서든 흔하게 판다. 모두투어의 동남아시아 상품 판매 비중은 베트남이 34.9%로, 동남아 관광의 양대 산맥이었던 필리핀(15.4%)과 태국(16.8%)을 훌쩍 넘어서는 모습이다.
# 항공 뜨면 여행지도 ‘떠’, 보라카이 노선 등 일부도 다낭으로
다낭이 이렇게 뜨는 해외 여행지가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항공좌석의 공급이 많았던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특정 여행지가 뜨기 위해 가장 필요한 첫째 요건이 원활한 항공좌석의 확보다. 항공좌석이 많아진다는 것은 공급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은 가격이 싸진다는 얘기다. 보통은 여행경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좌석이 싸지면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 수 있고, 안정적인 수요층을 기반으로 보다 넓은 고객층을 끌어낼 수 있다. 패키지 상품이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곳에 개별자유여행자들도 몰린다.
지난해 여름에는 국적기와 외항사에서 운영하는 정규편과 비정규편의 다낭 노선이 30여 개에 이를 만큼 공급이 넘쳤다. 현재도 하루 20개 정도의 노선이 운영 중이다. 30분에 한 대씩이니, 고속버스 노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LCC(저비용항공사)들도 승부수를 띄웠다.
베트남 LCC인 비엣젯 항공은 하루 11편의 노선을 운항한다. 하루 2~3개의 노선을 띄우던 진에어나 제주항공 등의 국내 LCC들도 앞 다퉈 노선 수를 2배로 늘렸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LCC는 160~180석 규모의 작은 기체라는 한계 때문에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어렵고 주로 6시간 이내의 노선을 운항한다는 점에도 잘 들어맞았다.
한 번 늘어난 항공 좌석, 즉 한 번 띄운 운항편은 줄이기는 어렵다. 시간재화인 항공좌석은 특정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빈 좌석으로 가느니 마이너스 마진에라도 팔아야 남는 장사가 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면 박리다매를 해야 하고, 시장에 상품이 넘치면 애초 예상하지 않았던 소비자도 움직인다. 즉 싸니까 너도나도 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는 좌석을 팔든 안 팔든, 정기편이라면 무조건 띄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운수권을 딴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라면 비행기는 무조건 띄워야 국가로부터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페널티가 쌓이면 운수권이 취소되거나 신규노선을 띄우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뜨는 비행기의 좌석은 하나라도 더 채워야 이익을 남긴다. 의아하게 생각될 만큼 저렴한 항공 티켓이 시장에 유통되는 이유다.
항공사 관계자는 “처음 운수권을 따거나 신규노선을 취항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운항되고 있는 노선을 증편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며 “비인기 노선의 항공기를 모두 다낭으로 돌린 것 같다”며 “특히 지난해 일정 기간 폐쇄 후 다시 오픈한 보라카이 노선이나 정치·치안·자연재해 상 문제가 있었던 동남아 국가의 노선 일부가 다낭으로 돌려졌다”고 전했다.
이커머스의 여행팀 관계자는 “보라카이 상인 50% 이상이 한국인이다. 6개월가량 입도 제한이 있기 전에도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가 들어서며 각종 제재가 강화되면서 보라카이에서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얼마 전 다낭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갔더니 그릇에 ‘보라카이 OO’이라는 상호가 적혀 있더라. 듣기론 적잖은 보라카이의 한국 상인이 다낭으로 왔다”고 말했다.
상인뿐 아니라 가이드와 현지 여행사, 리조트 관계자도 다수 보라카이에서 다낭으로 터를 옮겼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재 다낭에만 한국 현지 여행사가 80여 개에 이른다.
# 다낭 해변에만 500여 개 리조트, 인스타에 피드 넘쳐
항공이 신규 취항을 하거나 공급이 많아 티켓이 싸게 풀리기 시작하면 해당 항공사와 관광청은 TV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간접광고(PPL)를 진행하고 각종 매체와 SNS를 통해 공격적 프로모션을 더한다. 최근의 소비심리는 직접 광고보다 콘텐츠 기반의 간접광고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향이라 인기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의 성패에 따라 노선의 명암이 갈릴 정도다.
무엇보다 짧은 비행시간이 장점이다. 4시간 30분~5시간이면 닿아 하루 정도 연차를 활용하면 주말에도 짧게 다녀올 만하다. ‘가까운 곳으로, 짧게, 자주’가 요즘 여행 트렌드이니 만큼 젊은 층에도 적중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다낭’을 검색하면 1200만 개가 넘는 피드가 쏟아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리조트나 호텔에서 수영장을 배경으로 찍은 인물 사진들이다. 다낭 관광청에 따르면 다낭 해변에만 4~5성급의 호텔과 리조트가 500여 개나 된다. 그 중 200여 개는 2014년 이후 지어진 것들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낭은 괜찮은 리조트가 많은 휴양지인데도 리조트 가격이 다른 동남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현지 물가도 싸서 가족 단위 여행객뿐 아니라 20대 초반의 수요까지 잡았다”고 말했다. 리조트 휴양이 중심인 괌·사이판에 비해 가성비가 월등히 좋다는 것이다. 그는 “리조트에서의 휴양이 여행의 주된 목적이라면 그곳이 세부든 파타야든 사이판이든 장소가 어디든 크게 상관이 없다. 가성비 좋은 곳이 좋은 곳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낭은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도 안전하다는 평이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안전망이 여성 여행자들을 안심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음식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여행자 둘이 현지 식당에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다해도 1만 5000~2만 원선이다. 혼자 여행해도 좋을 만큼 교통이나 현지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한마디로 안전하고 싸고 편하다.
한 베트남 전문 여행사 대표는 “베트남은 휴양과 관광이 적절히 섞인 신선한 여행지다. 태국, 필리핀으로 대표되던 동남아시아 여행에 싫증을 느낀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핫 스폿이 됐다”고 전했다. 기존의 휴양지에 식상해진 여행객들이 새로운 여행지를 원했고, 다낭이 비용과 인프라에서 그 목적지에 부합 했다는 것이다.
실제 다낭에 다녀온 다수의 여행객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리조트에서 휴양에 집중한 여행객들은 가성비 좋은 리조트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동남아시아 특유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꿈꿨던 이라면 메콩강에서 흘러온 진흙 때문에 서해 같은 바다를 보며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국인들이 너무 많은 것도 신선함을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다낭은 가깝고 가성비가 좋지만 현재 포화상태다. 항공이 너무 많이 뜬다. 너무 빨리 소비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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