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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국적기 황태자들' 대한항공 조원태 vs 아시아나 박세창

4남매 장남에 동갑내기, 경영수업 시기도 비슷…갑작스런 총수 유고 '동병상련'

2019.04.10(Wed) 16:41:56

[비즈한국] 기구한 운명에 맞닥뜨린 두 CEO(최고경영자)가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이다. 둘은 각각 국내 항공업계 양대산맥인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후계자로 묘하게 닮은 삶을 살아왔다.

 

조원태 사장과 박세창 사장은 1975년생으로 4남매의 장남이라는 점부터 같다.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박세창 사장은 2002년 7월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그룹에 입사했고, 조원태 사장은 그보다 1년 늦은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그룹에 발을 들였다. 둘은 20년 가까이 그룹의 요직을 두루 섭렵하며 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은 자의 반 타의 반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할 시기를 맞았다. 두 대표의 삶은 여러모로 닮았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운명의 장난인지 최근 두 후계자에겐 시련이 될지 기회가 될지 모를 일이 동시에 닥쳤다. 자의 반 타의 반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할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에 이어 지난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두 후계자의 경영 승계는 어떻게 이뤄질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8일 경영에 일선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했다. 그룹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 모두를 내려놓았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월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개한 감사보고서가 문제였다. 감사보고서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에만 1조 7000억 원의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의 불신은 커졌다. 

 

‘기내식 대란’ 논란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박 회장은 지난 3월 28일 그룹 경영 일선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더불어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고, ​두 회사의 주식 거래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정지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26일 ‘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새로 공시했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다시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드러난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순손실이 1958억 원으로, 이전 감사보고서에 공개한 당기순손실 1050억 원에 비해 손실이 908억 원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애초 공개한 보고서보다 큰 부실이 드러나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결국 박 회장은 지난 3월 28일 ‘퇴진’을 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앞서 부인과 딸들의 ‘갑질 사태’를 겪었다. 한진그룹을 향한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지난 3월 27일 ‘오너리스크’ 관리 실패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한다. 조 회장의 그룹 실지배력은 변함없었지만 이 사건은 상징적 의미가 컸다. 오너 일가가 주주에 의해 ‘단죄’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조양호 회장은 앞서 부인과 딸들의 ‘갑질 사태’를 겪고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마저 실패한 뒤 숙환인 폐질환이 악화돼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떴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이후 조양호 회장은 숙환인 폐질환이 악화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 8일 세상을 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임종을 지켰다.

 

박삼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국내 운수업체 두 축의 오너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 일찍이 후계자로 낙점된 두 장남에게 공이 넘어간 셈이지만, 두 그룹의 경영 승계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진그룹의 경우 그룹을 향한 부정적 여론, 상속세 문제, 2대 주주의 압박 등을 이유로 경영 승계가 여의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관련기사 조양호 별세, 조원태·현아·현민 세 자녀 경영권 승계 걸림돌 셋). 한진그룹 관계자는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회장의 역할을 누가 어떤 식으로 맡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박삼구 회장의 공석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맡고 있다. 아직까진 박세창 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는 윤곽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현재 박 회장의 역할은 위원회가 대신하고 있다. 위원회가 박세창 사장을 필요로 하면 호출하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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