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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포인트까지 연계? 서울시의 '제로페이 무리수'

자치구에 실적 압박, 공기업 TF 결성 등 공무원노조 "과도" 서울시 "협조 구한 것"

2019.04.10(Wed) 16:25:06

[비즈한국] 서울시의 간편 결제서비스 ‘제로페이’​ 활성화 노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맹점 유치에 공무원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시 산하 공기업 직원 복지포인트까지 제로페이와 연계하려 해서다. 서울시는 “권유사안이었으며, 자치구 부담을 덜고자 지원금 등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 실적 평가기간 연장에 복지포인트 연계 강구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는 지난 3일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의 공무원 동원에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제로페이 사업 참여율이 저조하자 특별교부금 지급을 명목으로 자치구를 압박, 공무원들을 가맹점 모집 등에 지속 동원한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들이 지난 3일 제로페이 활성화를 목표로 한 서울시의 강제동원에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서울시는 올 1월 ‘​창업·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사업’​ 일환으로 서울 25개 자치구의 제로페이 활성화 실적을 평가, 30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키로 결정했다. 기준은 제로페이 가맹점 유치 비율, 앱 설치 실적, 사용자 확대, 관련 홍보 등이다. 당초 실적평가는 1월부터 3월까지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근 평가기간을 4월로 연장하고, 가맹점 유치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평가기준을 강화했다. 노조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3월 초 ‘​공무원 강제동원·할당 등은 3월까지만 집중’​​, ‘​기존 평가방식에 절대평가 요소 가미’​ 등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권정환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서울시에서 이런 지침을 내리면 자치구는 교부금을 받기도 해야 하고, 윗선의 눈치도 보다 보니 아래 공무원들을 쫄(압박할)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들의 기존 근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한 달 더 연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한 자치구 공무원은 “​담당부서는 물론 전 직원을 동원한다. 어떤 구청은 1인당 유치해야 할 가맹점 수까지 할당하는데, 실적이 저조하면 위에선 ‘이것밖에 못 하냐’라는 압박이 들어온다. 이번 연장이 4월로 그칠 거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서울 시청 앞에서 지난 4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8일 관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시 지침에 따라 A 공기업은 제로페이 TF팀을 구성하고 내부 직원을 TF팀으로 겸임 인사 발령냈다. 사진=서울시 산하 공기업 관계자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까지 동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공기업들에게 직원 복지포인트 일부를 제로페이로 사용토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것. 공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제로페이 추진 TF팀’​을 구성, 제로페이와 복지포인트 연계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러한 방침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공기업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분류된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2017년 12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직원들의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최근 동일한 판결을 받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곳도 적지 않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복지포인트가 임금의 성격을 갖게 될 경우 그 사용을 간섭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임금 원칙에 어긋날 여지도 많다”​고 평가했다.

 

# 서울시 “​협조 구한 것, 지원비 지급 등 노력”​

 

서울시는 “​가맹점 수 등 이용기반 확충을 위해 자치구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과도하게 동원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보고 관련 인력 채용을 위한 지원비 지급, 가맹활동 자제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실적평가 기간 연장은 평가기준을 변경하면서 자치구들이 성과를 보완할 기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 복지포인트와 제로페이 연계는 어디까지나 권고사안이며 노사 협의에 맡기고 있다”라며 “현재 공기업별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중구 파리바게뜨 명동 본점에서 제로페이 QR코드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서울특별시

 

# 참여율 저조…“​정책 방향 바꿔야”​

 

현재 제로페이 이용률과 가맹점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한 달 제로페이 전체 결제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1억 9949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록한 신용카드 결제 15억 건, 결제금액 58조 원와 비교하면 0.001%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4월 4일 기준으로 서울 시내 카드결제 가능 점포 50만여 곳 중 누적 가맹점 수는 14만 1100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서울시가 이용 유인이 부족한 사업을 강제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결제방식도 생소하고 소비자 참여도 저조하다 보니 편의점주들도 그렇고 소상공인들 대부분이 제로페이에 회의감을 갖는다”​며 “졸속으로 만든 정책을 시에서 억지로 끌고 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신용카드가 보급·확산되는 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상당했던 것처럼 서울시도 전방위로 나서는 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이 적절치 못하다. 가맹점 유치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며 “제로페이로 소상공인들이 누리는 1.2~1.3%의 수수료 절감액 절반을, 소비자 할인 혜택 지원비 등으로 돌려 이용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대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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