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29일 관세청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입국장 면세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확정한 지 6개월 만이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는 하나투어를 모기업으로 하는 (주)에스엠(SM)면세점이, 제2터미널에는 외식사업체 엔타스를 모기업으로 하는 (주)엔타스듀티프리가 선정됐다. 선정된 특허사업자는 두 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5월 31일 입국장면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두 업체 모두 현재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1.2%가 여행 중 면세품의 휴대와 보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찬성했다. 게다가 내국인 해외 여행객의 수가 지난 한 해 약 2600만 명, 내국인 면세점 구매액은 31억 달러에 이른다.
# 730억 매출보다 중요한 건 돈보다 시너지
국내 1위 패키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주력 자회사인 SM면세점은 이번 입국장 면세사업자로 선정되며 긍정적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근 패키지 시장의 침체로 인해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만큼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기대도 적지 않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에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총 730억 원의 매출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투어가 연매출 약 5400억 원, 영업이익 약 270억 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연 매출 730억 원의 사업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SM면세점에게 배정된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은 동편과 서편에 각 1개씩 합계 380㎡ 규모다. 100평 남짓으로 공간은 작지만 알짜배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매출은 약 2조 6004억 원이었다. 판매품목 1위는 화장품으로 9410억 원의 매출을, 2위는 담배가 3763억 원, 3위는 가방류가 2732억 원, 4위는 주류가 22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수시장을 어지럽힐 수 있다는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에서 담배 판매는 제한되었지만 주류, 화장품, 향수 등 면세점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물품들은 모두 팔 수 있다. 특히 주류는 여행 시 소비하지 않을 경우 휴대의 불편이 컸던 만큼 판매에 특히 장점이 있다.
하나투어는 “입국장 면세점 매출은 단지 매출의 의미만 있지는 않다. 하나투어의 패키지 상품은 물론 인바운드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오프라인 여행 비즈니스의 구조적 특성상 매출에 비해 수익구조가 좋은 편은 아니다. 직원 2700여 명의 인건비도 만만찮다. 단 몇백 명의 직원만으로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의 여행 애플리케이션(앱)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하나투어도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패키지 상품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여행 앱들을 경쟁사로 보지는 않는다. 자본력이나 규모 면에서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기 때문. 그래서 더더욱 패키지 상품에 특화된 자사의 경쟁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기존의 패키지 상품을 고객 맞춤이나 테마 상품으로 진화시켜 사업을 다각화하고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패키지여행 형태가 국내에서 특히 발달한 만큼 하나투어는 “패키지여행으로는 하나투어가 전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한다.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 언어의 제약이 있거나 여행 계획 짜기를 귀찮아하는, 또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패키지 고객의 고정 수요를 놓지 않겠다는 것. 여기에 인바운드 호텔 사업과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 만년 적자 시내 면세점에도 도움 될까
SM면세점은 서울 시내에서도 인사동에 대형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사실 매출의 50% 이상이 내국인에게서 나온다. 주로 판매되는 물품 역시 명품보다는 화장품, 향수, 선글라스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나투어는 시내 면세점과 입국장 면세점의 판매시스템을 공조할 예정이다. 대량 구매로 구매가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판매물품을 데이터화 해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마케팅으로 여행상품 판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내 면세점은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으로 몇 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나마 패키지로 번 돈을 면세사업과 호텔사업이 다 까먹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나투어 측도 시내 면세 사업이 내내 적자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입국장 면세점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입국장의 매출도 매출이지만 “고객과의 새로운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크다. “당장의 돈보다 패키지 상품과의 연결이나 시내 면세점, 호텔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다”는 것이 하나투어 측의 입장이다.
여행객들이 면세품을 살 수 있는 가격 한도는 출국장과 입국장 면세점을 합쳐 600달러다. 최근 고객들의 면세구매품목이 명품보다는 대부분 화장품이나 향수, 주류 등에 쏠려 있는 만큼 출국장 수익을 입국장에 뺏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출국장에 입점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우리가) 뒤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입국장 면세점의 애초 취지가 해외 소비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는 것이었던 만큼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1인당 면세 구매 한도액을 그대로 둔 부분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더 이상 특권층의 호사가 아닌, 전 국민의 여가생활이 된 만큼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린다는 측면에서 면세점 한도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출국장 면세점 관계자는 “출국장 면세점끼리 경쟁이 치열해서 입국장 면세점까지 신경 쓰지는 않는다. 각종 할인혜택이나 프로모션은 물론이고 상품 디스플레이도 중소기업 면세점보다 대기업 면세점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주류와 화장품 판매 등에서 기내 면세점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쇼핑은 곧 소비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피곤한 와중에 짐을 찾으면서 다시 쇼핑하고 싶은 기분이 들기는 쉽지 않다. 100평 남짓한 작은 입국장 면세점은 디스플레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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