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에 이목이 쏠린다(관련기사 왕자의 난에서 대표이사 박탈까지 '조양호 70년사'). 일각에선 현금 부족과 여론의 압박, 2대 주주인 강성부 펀드(KCGI)의 공격적 투자 등을 이유로 고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을 조씨 일가가 고스란히 승계받기 어려울 것이란 섣부른 관측까지 나온다.
한진그룹 경영권의 핵심 법인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주요 계열사인 정석기업(48.27%), 대한항공(29.62%), 한진(22.19%), 진에어(60%) 등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8일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우선주를 제외하고 지분 17.84%(1055만 3258주)를 가진 고 조양호 회장이다. 고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2.34%)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치면 조씨 일가의 지분은 총 28.7%에 달한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고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세 자녀가 전량 물려받아야 하지만 쉽진 않아 보인다. 걸림돌은 상속세다. 주식에 붙는 상속세는 고인이 사망한 시점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8일 한진칼 주가는 전일 종가 2만 5200원 대비 20.63% 오른 3만 400원으로 마감했다.
상속 금액이 30억 원을 넘기 때문에 상속세율은 50%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할증률은 20%다. 할증률 20%를 계산해 한진칼 주가를 4만 800원으로 두고 계산한다면, 조 회장의 주식 가치는 약 4305억 원이다. 따라서 조 회장의 세 자녀가 마련해야 할 상속세는 약 2152억 원에 달한다. 경영권 상속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조씨 일가가 상속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이다. 조씨 일가가 갖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의 지분가치가 1217억 원이다. 보통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여기서 609억 원을 수준을 조달할 수 있다”며 “나머지는 결국 배당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데, 2018년 조씨 일가가 지급받은 배당금은 약 12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광래 애널리스트는 이어 고 조 회장의 유가증권 총 가치가 3454억 원으로 추정되고, 부동산이나 기타자산을 합치면 자산이 더욱 늘어나는 만큼 상속 금액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씨 일가가 남매간의 의견 불일치, 여론의 압박 등에 못 이겨 상속을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고 조 회장 보유 한진칼 지분은 6개월 이내에 상속이 완료될 예정이지만, 세 자녀 간 분할비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고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게 지분 상속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지만,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은 세 자녀에게 그룹을 분할해 나눠준 전례가 있는 만큼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장남 조 사장에게 지분이 몰리면 상속세 고민이 깊어지고, 세 자녀에게 골고루 배분되면 경영권 다툼에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고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상속될 지분 또한 하나의 변수다.
대항항공 관계자는 “유언장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상속 비율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답했다.
외부 변수도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일명 강성부펀드라 불리는 그레이스홀딩스(KCGI)다. KCGI는 8일 기준 13.47%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세 자녀의 총 지분 6.95%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경영권 획득을 노릴 가능성이 적잖다.
KCGI는 정관변경이나 감사 선임 등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왔다. 앞으로 꾸준히 지배구조 개편 요구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조씨 일가가 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조 회장의 지분 승계를 계속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금융업계 관계자는 “상속 분쟁이나 경영권 다툼이 생길수록 주가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상속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주가 추이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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