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거든 상업시설이든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역 내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내 집 한 채를 소유하는 것도 집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지역시장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거지역에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동산 프리미엄이 발생할까, 아니면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게 될까.
2017년 부천시는 부천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백화점을 건설하기로 했던 신세계의 민간사업자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세계는 백화점 건립 계획이 백지화되자 부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올 2월 법원은 부천시의 손을 들어줬다. 2년 전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인근 지역상인의 반발은 극심했다. 지자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했다. 대형 유통시설의 지역 내 입점 소식에 대한 입장이 이해관계자마다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주거지역 거주민은 대형 상업시설 입점을 반기는 입장이다. 주거시설의 부동산가치가 올라 플러스 프리미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슬리퍼 생활권(슬리퍼를 신고 집 앞의 쇼핑, 문화시설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 되면 프리미엄은 훨씬 더 올라간다.
기존 상업시설, 상가 점주, 상가 부동산 소유주의 입장은 둘로 갈린다. 대형 유통시설 내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업종이면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해 반대 입장이 된다. 반면 상업시설이라도 대형 유통시설과 경쟁하지 않는 업종이면 플러스 효과가 나타난다. 상가가 잘되려면 집객이 많이 돼야 하는데 대형 유통시설이 집객 역할을 해 무임승차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입점 무산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여기에 지역 님비(Not In My Back Yard)와 지역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설에 대해 인근 지역인 인천광역시 부평구 상인의 반발이 거셌다. 예상 가능했던 일이다. 부평 상인의 생존권이 달린 만큼 강도 높은 시위를 했다. 신세계에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을 수도 있다.
부천시에 백화점을 짓겠다는 계획을 인천광역시는 처음부터 반대했을 것이다. 상인들 문제뿐 아니라 지자체의 이해관계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기업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의 협력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서울시 종로구에는 서촌과 북촌이 있다. 두 지역에는 이제 프랜차이즈 상가가 들어올 수 없다. 서울시는 두 지역을 프랜차이즈 입점 불가 지역으로 지정했다. 합리적인 행정 태도라고 판단된다. 북촌과 서촌의 지역 특성을 살려 상권을 운영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포함됐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문제는 인천광역시와 부천시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와 지자체에 플러스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 지원해야 하고, 지역경제 발전, 일반 시민 생활에 마이너스가 된다면 유치하면 안 될 일이다. 이번 문제는 님비, 핌피가 모두 포함된 사례다. 누구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자체의 이해관계와 중소상인의 생존권, 주거지역 거주민의 생활권이 모두 포함돼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다.
인천광역시, 부천시만의 사례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님비, 핌피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플러스 효과가 생길 지역은 부동산가치가 상승하고,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할 지역은 부동산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지자체 간의 문제는 두 지자체 상급기관이 결정해야 한다. 중소상인 보호 문제는 지자체와 대형 유통시설에서 함께 보조해주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의사조정을 위해서는 정치라는 게 필요하다. 정치가 없으면 모두 자기 입장에서 유리한 내용만 주장할 테니 말이다. 어떤 형태로든 의사결정이 되면 그에 대해 반응할 수 있지만, 협의만 하고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다. 부천 신세계백화점 무산 문제에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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