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는 물론 해외송금, 키오스크 렌털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 것. 업계에선 암호화폐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거래소들이 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 거래소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 3월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루니버스’를 정식 출시했다. 지난해 5월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 설립에 이은 두 번째 사업 확장이다. 루니버스는 블록체인 서비스 확대를 돕고자 관련 스타트업들로부터 비용을 지불받고 인력, 시스템 지원 등에 나설 예정이다. 개발사들과 일반 유저, 기업들을 연결해 서비스를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마켓 등도 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블록체인 관련 생태계가 아직 미비한 만큼 이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루니버스 운영은 람다256이 도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인원’은 두나무보다 먼저 새 사업 운영에 착수했다. 2017년 자회사 ‘코인원트랜스퍼’를 설립해 해외송금 서비스인 ‘크로스’를 출시한 것. 코인원 관계자는 “해외 송금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지난해 10월 다시 리뉴얼해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크로스는 시중은행보다 수수료를 낮추고 송금 속도는 높였다. 코인원은 이미 특정 암호화폐의 노드(블록체인 유지에 필요한 장치 등)를 대신 운영해 그 수익을 회원들에게 보상해주는 ‘코인원노드’ 서비스도 6개월 전부터 운영 중이다.
‘빗썸’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 중이다. 지난해 3월 키오스크 전문 브랜드 ‘터치비’를 설립, 무인매장 맞춤형 제품 렌털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 생과일주스 브랜드 쥬씨,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와도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올 3월 ‘2019 제45회 프랜차이즈서울 박람회’에 참가해 자사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빗썸 관계자는 “기존 사업이 키오스크와 큰 연관은 없지만 결제라는 영역에서 상당 부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떨어진 수익을 충당하기 위해 자구안을 찾는 것이라 평가한다. 지난해 초부터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하면서 거래소 거래량은 대폭 줄었다.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는 거래소들 입장에선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박창기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회장은 “비트코인 시세가 한때 2000만 원을 넘는 등 호황기였을 땐 거래소들 수익이 상당했다. 하지만 거래 규모가 5분의 1로 줄면서 거래소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강구하는 거라 봐야 한다. 내부적으로 인력·비용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암호화폐에 호의적이지 않은 정부 정책도 사업 확장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해외법인 설립으로 기존 거래소 사업을 확장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두나무는 지난해 2월 ‘업비트 싱가포르’를 설립, 11월 거래소 서비스를 오픈했다. 인도네시아 거래소 사업은 올 1월부터 시작했다. ‘고팍스’도 인도네시아 거래소 사업에 진출한 상태. 현재 태국 진출을 위해 라이선스를 신청 중이다. 빗썸도 마찬가지. 빗썸 관계자는 “영국, 아시아 쪽 시장 현황을 파악 중이다”며 “방향성 등은 추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거래소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등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진출 전망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전 세계 10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국내 거래소는 전무하다. 이와 관련, 두나무 관계자는 “한국 거래소들이 세계적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기에 해외 거래량 등을 조금씩 늘려갈 예정”이라며 “관련 마케팅도 다각적으로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거래소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기 회장은 “정부는 위험성 등으로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있지만 거래소에 대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본다. 시장은 죽어가는데 거래소는 지금 100개가 훌쩍 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해킹, 불법거래 등이 횡행하며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다”며 “사업다각화를 벌이는 건 거래소 경쟁이 그만큼 과열됐다는 이야기다. 일본처럼 거래소 인가제 도입 등으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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