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가(家)와 현대가, 그리고 남양유업까지. 재벌가 3세들의 마약 구매 및 투약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대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경찰의 마약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 자연스레 재벌가 3세들의 일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물론, 국민적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클럽 버닝썬 사건에서부터 불거진 마약 유통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지시가 일선 경찰서에 일제히 내려오면서 진행된 맥락의 결과다. 각 재벌가 3세들의 수사 주체를 살펴보면 인천과 서울, 경기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재벌가 3세는 물론, 또 다른 유명 인사가 등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사정당국의 관측이다.
# 황하나 “연예인 지인 권유” 수사 확대 가능성
박유천 씨의 전 약혼녀에서, 이제는 마약 논란 중심에 선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 황 씨는 2015년 필로폰 투약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결국 6일 구속됐다.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둔 채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마약을 투약한 게 맞다”고 시인했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수원지방법원의 판단에 구속됐다.
문제는 황 씨가 법정에서 한 진술이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 황 씨는 “필로폰을 연예인 친구가 권해서 맞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에 처음 필로폰을 투약하게 됐으며 이후 3년간 투약하지 않다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앞서 언급한 연예인 지인의 권유로 다시 마약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사건이지만 황 씨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버닝썬 때문이라는 게 사정당국의 평가다. 사건 흐름을 잘 아는 수사팀 관계자는 “버닝썬 사건을 취재하던 특정 언론이 유통 과정을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확인한 사실들을 보도해 4년 전 마약 투약 의혹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것”이라며 “황 씨 구속 역시 결국 버닝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 “다른 사건보다 진술 협조 잘 되는 게 마약”
SK가와 현대가도 부끄러운 재벌가 3세 마약 추문에 합류했다. SK가에서 마약 추문을 일으킨 최 아무개 씨.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첫째 아들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5촌 조카와 당숙 사이다.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 유통 흐름을 수사하던 중 최 씨가 고농축 액상 형태의 변종 대마 등을 상습 구매했다는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포착했다. 마약 공급책 이 아무개 씨를 통해 지난해 3월부터 2개월 동안 1회당 적게는 2g에서 많게는 4g의 액상 대마 등 최소 5번 이상 대마 종류를 구입한 것.
경찰은 최 씨가 대마 구매 의사를 밝히고 돈을 송금하면 이 씨는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SNS 등을 통해 알게 된 판매자에게 건네 각종 대마를 구입해 왔던 것으로 파악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최 씨의 구속을 결정했다.
현대가 3세 정 아무개 씨 역시 유학 중 알게 된 마약 공급책 외에도 다른 이들과 마약을 한 정황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처벌을 받게 될 재벌가 자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재벌만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버닝썬 사건 이후 일제히 마약 수사에 착수를 하는 과정에서, 유학 경험이 많은 대기업 오너 일가들이 걸려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약 유통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구입해 투약한 재벌가들이 적발되고 있다는 점. 실제 버닝썬 등 강남 클럽에서 마약이 공공연히 유통된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자, 경찰청을 일선 서에 ‘일제 수사’를 지시했다.
때문에 한동안 마약 투약 유명인사 보도는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선 수사팀 관계자 역시 “아레나 등 강남 클럽도 그렇고, 마약을 투약하는 방식도 그렇고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게 일반적이고, 함께 마약을 하던 모임은 한 명이 적발되면 줄줄이 다 나오게 된다. 다른 사건보다 진술 협조가 잘 되는 게 마약 사건”이라며 “각 경찰서마다 일제히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기업 오너 일가나 연예인 등이 마약 투약을 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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