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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다국적 자본에 맞선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생존전략은?

스타트업 대표들 "해외로 확장할 계획", 업계 관계자들 "실질적 효과와 경쟁력 궁금"

2019.04.05(Fri) 16:18:13

[비즈한국] 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은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만 고민하지 않는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들은 ‘사용자 동기부여(User motivation)’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실패의 쓴맛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데이터 수집’이 중요하기에 사용자에게 동기가 부여되지 않아 데이터가 모이지 않는다면 서비스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DHP 헬스케어 스타트업 데모데이 2019’가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라운지에서 개최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들은 ‘사용자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제공


지난 4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가 주최한 ‘DHP 헬스케어 스타트업 데모데이 2019’가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라운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쓰리빌리언(3billion)’, ‘닥터다이어리(Dr.Diary)’, ‘서지컬마인드(SURGICALMIND)’, ‘뮨(MUNE)’, ‘브이알애드(VRAD)’, ‘휴먼스케이프(Humanscape)’, ‘메디히어(MEDIHERE)’의 7개 스타트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0여 명의 벤처투자자, 스타트업, 의료계, 제약회사 등 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 잠재적 사용자들의 고민을 먼저 파악해야

 

‘의사와 환자의 고민이 뭐지?’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창업하고 서비스를 갈고닦고 소비자에게 선보이기까지 늘 이 생각을 한다. 이들 스타트업의 주요 타깃층은 일반인이 아닌, 병원에 자주 드나드는 의사와 환자. 헬스케어에 관심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 전망은 밝다. 당장은 건강한 사람이 나중에 주요 고객이 될 수도 있다. 병은 누가 언제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주 이용자인 의사와 환자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서지컬마인드’가 개발한 VR 기반의 백내장 수술 훈련 시뮬레이터. 사진=김명선 기자


가령 당뇨병 환자를 위한 혈당 자가 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환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췄다. 당뇨는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3~5분의 짧은 진료시간은 환자가 본인의 병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내놓았다. ​지난 2016년 11월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앱) 닥터다이어리 다운로드 수는 현재 22만 회를 기록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공동대표는 “아직 당뇨 환자들은 매일 노트에 혈당 수치를 일일이 적어 의사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의료진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의료 데이터를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고, 환자들이 본인의 병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유화 뮨 대표​는 대다수 국내 의료 인력이 주사침 자상 사고를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주사기 자동 처리 기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 제공


사용한 주사기를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바늘과 주사기 몸통을 분리해주는 기기 앤디(ANDY)를 개발한 뮨도 이용자들의 동기 부여에 초점을 맞춘 건 마찬가지. 김유화 뮨 대표는 “국내 의료 인력의 70% 이상은 주사침 자상 사고를 겪고, 사용한 주사기는 간호사가 일일이 손으로 바늘과 주사기 몸통을 분리해서 폐기해야 되는데 이것이 간호사의 업무량을 가중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실질적 효과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성장 불가능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사용자들에게 동기를 불어넣는 데 세밀히 신경 쓰고 있다면 환자, 의사 등 이용자들은 서비스의 실질적인 효과에 더 관심이 많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도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내놓는 서비스가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였다. 이용자들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서비스 이용을 중단할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도 이 부분에 고민이 깊은 듯했다.

 

이를 두고 이희석 VRAD 대표는 “지난해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유용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효과를 검증하는 지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VRAD는 의료 실습 교육 과정에서 방사선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방사선학과 학생들을 위해, 가상현실 기반의 방사선 촬영 시뮬레이터 RS를 개발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치의학과 등 9개 대학에서 해당 기기를 이용 중이다.

 

‘VRAD’가 개발한 방사선학 시뮬레이터 ‘RS’. 이 기기를 통해 방사선학과 학생들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고도 의료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대부분 해외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특히 일본은 의료인이 굉장히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방사선 촬영 시뮬레이터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의사를 개인맞춤형으로 추천하는 앱을 개발한 메디히어의 김기환 대표도 “국내에서 서비스가 안정된 뒤 인구 대비 의사 숫자가 적은, 우리의 서비스가 ‘필요한’ 국가부터 진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다국적 헬스케어 기업과 견주어 ​스타트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궁금증을 나타냈다. 가령 주사기 자동 처리기기에 주력하는 뮨이 ‘안전주사기’와 어떻게 경쟁할지, 국내에 모든 환자를 커버하는 플랫폼이 생겼을 때 당뇨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닥터다이어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의 김유화 뮨 대표는 “실제로 대만이나 독일에서 안전주사기가 있으니 (우리 제품을) 안 쓸 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은 안전주사기의 가격이 비싸서 못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제윤 닥터다이어리 공동대표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헬스케어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기업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 주최를 담당한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외국에 비해 규모도 작고 열악하다”며 “다국적 제약사 및 의료기기 회사 등의 출자를 받아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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