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 원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3월 25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4월 중 1차 대상자 1만 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매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대상자를 추가 선발하며 연중 총 8만 명이 목표다.
구직자의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접수를 받는 ‘온라인 청년센터’ 홈페이지는 신청 첫날인 25일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차 접수를 마감했고 현재 서류 확인 과정에 있다. 서류가 미비한 경우도 많아 일일이 전화로 확인하는 중”이라며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4인 가구인 경우 월 553만 6244원 이하) 가구의 청년 중 졸업·중퇴 2년 이내 미취업자를 1~9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부터 우선순위로 선발 예정이며 1차 대상자는 1만 명을 조금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지자체 3816억 원의 취업지원금, 취업 준비에 쓰이긴 할까
정부에서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올해 처음 신설된 제도라고 설명하지만 서울시 및 지자체 등이 시행해오던 ‘청년수당’과 유사하다.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취업준비생 5000명에게 월 50만 원(최대 6개월)을 지급해왔다. 경기도, 대전시, 부산시, 제주시 등도 청년을 위한 취업지원금 정책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전라남도, 경상남도, 대구시, 울산시, 인천시 등도 청년수당을 신설한다.
2019년 지자체에서 청년수당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연 2234억 원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예산 1582억 원까지 더해지면 한 해 동안 청년 취업 지원금으로 쓰이는 금액은 3816억 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대상자 선발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었다. 소득 기준을 낮게 책정하고 졸업유예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해 많은 취업준비생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선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소득 기준을 맞추기도 어려운데 졸업 후 2년으로 기간을 한정하니 주변에 신청 가능한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부모님이 개인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인증해야 하는 등의 과정도 복잡하고 안내가 잘 돼 있지 않다. 졸업유예자는 대상에서 제외되니 취업이 절박한 사람을 돕는 제도가 맞는지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대상자 선발에는 깐깐한 조건을 내걸면서 선발이 되고 나면 지원금 사용은 ‘양심’에 맡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체크카드 형태의 클린카드에 50만 원의 포인트가 적립돼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금 인출은 불가능하며 카드 사용 내역은 전산으로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전산으로 사용 내역이 기록되지만 확인하는 작업은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인이 자신의 카드 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하기도 어려운데 그 많은 사람의 카드 사용 내역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한 번에 30만 원 이상을 사용할 경우 소명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취업 프로그램 연계로 청년수당과 차별화 “지자체와 협업해야”
지자체 청년수당 대상자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던 한 청년은 “매달 50만 원을 지원받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여유롭게 취업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주로 서적 구매, 면접 시 교통비, 자격증 등록비 등으로 사용했지만 관리가 소홀하다는 허점을 악용해 개인 용돈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요즘에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카페·식당 지출도 많다. 담당자가 모든 내역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구직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제도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취준생 커뮤니티에서는 ‘카페·식당에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나’ ‘제한 업종은 어떻게 되나’ 등의 질문이 자주 게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유흥주점 및 사행성 업종, 고가 상품 및 자산 형성 관련 업종 등에서의 사용은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제한 업종은 호텔, 항공사, 유흥주점, 단란주점, 골프장, 노래방, 예식장, 안마방 등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업종 확인을 꼼꼼히 했다. 항공권 같은 경우 예매했다 취소하면 현금으로 환불되는 구조라 제한 업종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PC방은 제한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청년수당 대상자들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며 금액을 지출한 게 여러 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PC방을 제한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 게임중독 등으로 인해 부정사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PC방에서 이력서를 작성할 수도 있고 취업준비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금전적 지원 외에도 다양한 청년지원사업을 연계해 기존의 지자체 청년수당과 차별화된 설계를 했다고 강조한다. 일대일 상담과 다양한 취업교육 등을 마련하고 고용센터 활용을 유도할 예상이다.
정준영 불평등과 시민성 연구소(ICRC) 연구원은 “관리 프로그램을 위해 민간시장을 이용할 경우 프로그램의 질이 담보될까 하는 우려가 있다. 취업성공 패키지가 취지는 좋지만 민간시장의 프로그램 질이 떨어져 효과를 내지 못했던 사례도 마찬가지”라면서 “지자체에서 실험해온 청년수당을 정부 버전으로 확대 시행하는 정책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만족스러운 효과를 내려면 프로그램을 잘 관리하면서 청년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고 지자체와 협업해야 한다. 정부와 대상자가 수혜자와 시혜자 관계로 경직되는 분위기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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