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29일 오후 2시는 대한민국 공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됐다. 충청북도 청주 제17전투비행단에 도착한 두 비행기 덕이다. 이 비행기는 바로 F-35A 라이트닝II(Lightning II). 한국 공군이 도입할 40기의 F-35A 중 5번째와 6번째 기체로, 한국 공군이 처음으로 품에 안은 스텔스 전투기다.
스텔스는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소리 등 적이 비행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조준하는데 쓰이는 모든 신호를 크게 줄여, 적보다 내가 먼저 적을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기능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비행기에 가장 중요한 스텔스 성능은 전파 스텔스, 즉 적의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특성이 가장 중요한데, F-35는 특히 레이더 스텔스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군사 전문가들은 F-35가 적의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농구공 크기의 금속 구체와 비슷하다고 언급하는데, 200km 밖의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최신 레이더도 이 정도 스텔스 성능을 가진 비행기는 30km 미만의 거리에서 겨우 레이더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스텔스기는 흔히 알려진 상식과 달리 ‘보이지 않는’ 전투기는 아니다. 당연히 눈으로 보면 보이고, 제트엔진 소리도 크게 들린다. 레이더 화면에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 전투기, 대공 미사일, 레이더, 전자전 장비에 탐지되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탐지할 수 있고, 적의 대공 방어막이 강한 곳을 피하거나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적 영공을 통과할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 같은 장비로 스텔스기를 탐지하는데 성공해도, 미사일이나 기관총을 조준하기 위해 필요한 스텔스기의 위치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스텔스기는 ‘내가 필요할 때 전투하고’ ‘어떤 상황에서 전투할지 선택하는’ 장점을 갖는다. 유리한 장소, 유리한 구도, 유리한 시점에서 항상 적보다 먼저 교전을 시작할 수 있으니 스텔스기는 마치 ‘무적’처럼 엄청난 성능을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F-35A는 현존하는 스텔스 전투기 중 가장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최신 기종이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 F-117 나이트호크(Night Hawk)는 말만 전투기였지 미리 정해진 지상 벙커나 건물에 레이저 유도 폭탄만 투하 가능한 공격기였다. 본격적인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Raptor)는 스텔스 상태를 유지하면서 공중전을 벌이기에 가상 공중전에서 거의 무패를 기록한 터무니없이 강한 전투기지만, 지상 공격 능력은 제한적이라 스스로 지상의 표적을 찾아 공격하기는 어렵다.
반면 F-35는 F-22처럼 스텔스 기능을 유지하면서, 탑재된 AN/APG-81 AESA(능동 전자주사) 레이더와 전자광학 추적센서(EOTS)로 적 항공기, 지상 고정 표적, 탱크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전투함 등 거의 모든 지상, 공중, 해상 위협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다.
초음속 비행 성능, 가속 성능 및 상승능력 등 비행기의 기동성은 F-22보다 일부 떨어지지만, 같은 무기를 장착한 F-16보다 F-35의 민첩함을 비교하면 F-35가 몇 배나 빨리 선회나 급기동을 할 수 있다. F-35는 단순히 F-22의 저가 보급형 전투기가 아닌 셈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공군의 F-35 도입은 단순히 구형 전투기를 대체할 새 비행기가 온 것이 아니라, 한국 공군과 한국군이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비 스텔스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침입했을 때, F-35가 스텔스 성능을 활용해서 손쉽게 우리 영공을 방어할 수 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입장에서는 F-35가 실제로 이륙하지 않았더라도 F-35의 기습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진짜 이륙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레이더에 보이지 않을 뿐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F-35의 혁신적 능력은 ‘전략목표 타격능력’이다.
전략목표는 주적 및 가상적국의 전쟁 수행능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표적을 의미한다. 이런 표적들은 적 영토 깊숙이 숨겨져 있거나, 계속 움직이면서 공습을 피하는데, 우리 군은 지금까지 다양한 미사일을 활용해서 이런 전략 목표에 대한 공격을 준비해 왔다. 해성-2/3, 현무-2/3, KEPD-350 타우러스 미사일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밀유도 미사일의 경우 항공기나 전투함에 탑재되기에 탄두 중량이 제한적이고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같이 계속 이동하는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 곤란하다. F-35는 순항미사일의 1000파운드(453kg) 탄두보다 더 크고 강력한 2000파운드(907kg) 유도폭탄 두 개를 탑재하고 스스로 이동하는 지상표적을 추적하고 식별하여 공격할 수 있어 미사일보다 그 효과와 파괴력이 훨씬 뛰어나다. F-35의 도입은 우리 군의 전략 목표 타격능력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실제로 F-35는 실전 배치된 지 겨우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상당히 인상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2018년 9월 미국 해병대는 상륙함에서 이륙시킨 F-35B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적으로 탈레반 공격 임무를 수행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실전 배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국인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대낮에 비행하는 모습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적의 영공을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다는 대단한 위협을 한 셈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F-35의 가장 결정적인 실전은 올 1월 19일의 시리아 공습이었다. 이스라엘군의 F-35I는 이 공습에서 러시아제 자주 대공포인 판치르-S1은 물론 중국제 최신형 저주파 레이더인 JY-27까지 파괴했다. 발달된 러시아의 대공 방어 시스템도 F-35에게는 손쉬운 표적임이 증명된 사건이다.
그렇다고 우리 공군의 모든 문제를 F-35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군과 공군전력은 아직 F-35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하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F-35의 운영유지 비용이다. F-35는 원래 F-16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 졌지만, 가격과 비용이 F-16보다 훨씬 비싸다.
특히 구매 가격보다 유지 정비 비용이 무척 부담스럽다. 2017년 12월에 보도된 전투기 연간 운용유지 비용은 KF-16이 15억 원인데 반해 F-35는 54억 원이 넘는다. 우리 군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인 F-15K의 연간 운용유지비용도 28억 원이니, 그야말로 서너 배쯤 더 드는 셈이다. 이런 유지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령 F-35는 전용 시뮬레이터의 가격이 10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매우 비싸고, 조종사용 시뮬레이터뿐만 아니라 정비사를 위한 VR(가상현실)시뮬레이터가 있는데, 이는 F-35 실제 기체를 비행하거나 수리하지 않아도 꾸준히 조종사와 정비사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복잡하고 정밀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가격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을 생각해 볼 때 F-35를 위한 이런 훈련장비에 더 투자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또 한 가지 우리 군이 해야 할 일은 F-35를 최소한으로 운용해도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여러 무기와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다. F-35는 수십km 밖에 있는 건물 창문을 정확히 관찰할 수 있지만, 조종사가 보고 있는 레이더 화면이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휘부에 전달하는 기능은 없다. 미국 혹은 이스라엘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런 영상전송이 가능한 데이터 통신장비의 개발을 고려할 만하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도입을 고려중인 노르웨이제 JSM(Joint Strike Missile)과 영국제 미티어(Meteor)미사일을 우리도 도입할 경우, F-35는 경기도 상공에서 평양과 원산에 있는 배와 건물을 동시에 공격하거나, 울진 상공에서 독도를 침범한 해상초계기를 공격할 수 있다.
스텔스 전투기는 현존하는 군사 무기 중 가장 정밀하고 복잡한 무기인 만큼, 그냥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그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꾸준한 성능개량과 전술 연구, 효율적 운영방안을 공군이 하루빨리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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