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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보험까지 '미세먼지 마케팅' 실효성 팩트 체크

정전기 발생 줄이는 '도전사' 사용, 시험규격은 없어…보험은 차별화 의문

2019.04.01(Mon) 15:41:21

[비즈한국] 미세먼지 재난에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다양한 산업군에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제품을 쏟아내는 추세다. 아직은 제품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힘든 상태. ‘미세먼지 마케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3월 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미세먼지 영향으로 뿌옇다. 사진=고성준 기자

 

# 미세먼지에 매출 하락? 아웃도어 위기를 기회로

 

미세먼지에 빠르게 대응한 건 아웃도어 업계다. 미세먼지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야외 활동이 적어지고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지난겨울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다 보니 미세먼지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업체들 사이에서 ‘미세먼지를 빼면 마케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체가 봄을 맞아 내놓은 상품 상당수는 안티 더스트 제품이다.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는 미세먼지를 막아준다는 콘셉트의 ‘더스트 스탑’ 시리즈를, 노스페이스는 ‘프로텍션 재킷 시리즈’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모두 미세먼지가 의류를 통과해 피부에 닿는 걸 막아주는 기능성 제품으로 소개한다. 

 

현재로선 미세먼지가 의류를 통과해 피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 대한피부과학회에서는 의류를 통과한 미세먼지로 인한 피부 질환 등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문이나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안티 더스트 제품의 기능성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변은 듣기 어렵다. 르까프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봄을 맞아 정전기·미세먼지 방지 효과가 있는 도전사 원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르까프뿐만 아니라 상당수 업체가 미세먼지 방지 기능을 위해 선택하는 원단이 도전사다. 도전사 원단은 전기를 전달하는 특성이 있는 탄소가 함유된 제품으로 정전기 방지 기능이 있어 그동안은 교복이나 신사복 등에 사용됐다. 

 

의류업체는 정전기 발생을 줄이는 도전사 원단을 활용함으로써 황사나 미세먼지가 옷에 부착되지 않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홍보한다. 르까프 측은 “공기청정기가 정전기를 발생시켜 미세먼지를 흡입해 미세먼지를 걸러낸다면, 더스트 스탑은 정전기 발생을 억제하는 도전사 원사를 사용해 미세먼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르카프에서 출시한 더스트 스탑 시리즈. 사진=르까프 제공

 

# 의류 관련 미세먼지 시험 규격 없어 신뢰 어려워

 

도전사 원단의 미세먼지 차단율에 대한 시험 결과 등은 확인이 어렵다. 르까프가 제공한 시험 결과는 마찰 대전압(모포, 면포와 마찰했을 시 나타나는 수치)에 대한 내용뿐이다. 르까프 관계자는 “FITI(Friend of Industry Technology Information)시험연구원 시험 결과에 따르면, 더스트 스탑에 사용한 도전사 원사는 마찰 대전압이 40 정도로 일반 원사·원단이 2000 이상인데 비해 매우 낮다. 여러 번 세탁 후에도 마찰 대전압이 크게 상승하지 않아 기능이 반영구적이라 볼 수 있다”는 결과만을 전했다. 

 

노스페이스는 도전사와 더불어 특수 처리 원단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노스페이스는 “미세먼지보다 직경이 작은 원단을 사용했다. 미세먼지가 의류 사이를 투과할 수 없어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다”라며 “손목 등의 조임새 부분도 더욱 디테일하게 만드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원단 직경에 대한 실험일 뿐, 이를 통해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다. 노스페이스는 내부 사정상 시험 결과에 대해서는 외부 공개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의류와 관련한 미세먼지 시험 규격은 없는 상태다. 대학이나 업체 등이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는 있지만 법정 시험이 아니라 인증 등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는 합성세제 관련 미세먼지 시험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그 결과 역시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원 관계자는 “합성세제의 경우 미세먼지 시험 요청이 너무 많아져 의뢰자 제시 시험 방법에 따라 시험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기존 오염물질을 미세먼지로 바꿔 세척력을 시험하는 것이라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시험 결과를 통해 미세먼지 제거력을 완벽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수준”이라며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미세먼지 차단력을 시험한다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황사, 미세먼지 마스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 틈새시장 노리는 미세먼지 보험까지 출시 

  

지난 2월 DB손해보험은 ‘미세먼지 보험’을 출시했다. 보험업계에서 미세먼지를 대비한 상품이 출시된 것은 처음이다. DB손해보험 측은 “틈새시장을 노려 미세먼지 등으로 불안감이 높은 호흡기 질환 쪽을 특화한 미니 보험을 출시했다. 관련 질병에 관해서는 중복 보험이 되기 때문에 종합보험 외에 보장 강화용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보험은 개인의 호흡기 질환 등에 대한 치료비 보장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보장 내용이 기존의 건강보험과 큰 차별화가 없다”며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이나 장애는 단기간 내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당장 미세먼지 보험에 가입한다고 해서 충분한 대비책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소비자의 건강 우려나 불안한 심리를 판매 전략으로 삼은 상품이다. 1년에만 수백 개의 새로운 보험 상품이 나온다”며 “미세먼지 보험을 가입하려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보험이 보장하는 내용을 확인하고 추가 보상이 필요할 경우 가입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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