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많은 문의를 받는다. ‘아파트 시세 조정이 계속될 듯한데 매수 타이밍을 언제쯤으로 생각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다수다. 꽤 많은 사람이 정부 방향성과 다른 기대를 한다는 걸 느낀다.
정부 예산의 주된 수입원은 세금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건 국민의 저항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만 시세가 꾸준히 올라주는 거다. 불만이 누적되지 않는 범위에서 세금을 효과적으로 걷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대표된다. 8·2 부동산 대책의 정식 명칭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다. 첫 번째 목적이 실수요자 보호다. 두 번째 목적은 첫 번째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는 것이다. 이 정책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것, 즉 무주택자나 1주택자를 위해 추가 투자 수요를 억제하려는 의도이지 집값 하락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
정부 의도와 달리 집값 하락만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때문에 시장의 전개가 정부나 국민의 기대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주택자 혹은 이사를 해야 하는 세대가 대책 없이 집값 하락만을 기다릴까 걱정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정책적으로 어렵게 해 실수요층이 희망하는 입지, 선호하는 주택을 매수할 기회를 주려 한다. 시세를 낮출 테니 가격이 하락하면 집을 사라는 뜻이 아니다. 투자 수요층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과거보다 희망하는 주택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준비된 세대부터 매수하란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더 조정되면 사야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및 수도권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14년 수준을 기대한다. 2014년 서초구 반포동의 한 단지는 3.3㎡(약 1평)당 2000만 원대에 분양됐다.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 매매가는 전세가와 1억 원 이하의 차이를 보였다.
이런 가격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지금의 가격대가 엄청난 거품이라면 기대해 볼 만도 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가격을 거품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 입지와 상품이 좋은 단지는 더욱 그렇다.
2006년 전후 부동산 시장은 거품이 많았던 때로 평가된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17차례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다주택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자 서울, 경기, 인천 내 수요가 적었던 입지의 재개발 투자와 대형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집중된 시기였다. 말 그대로 풍선효과였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실거주 수요의 척도가 되는 전세가율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똘똘한 한 채’로 불리던 대형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30% 전후로 50%에 미치지 못했다. 아파트의 시세가 엄청난 거품 가격이란 걸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의 전세가율은 70% 전후가 상당수다.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단기 가격 조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 실수요가 많은 주택이라도 투자 수요가 없는 경우는 없으니 이들이 단기적으로 빠진다면 가격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투자 수요로 빠지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과연 2014년 시세까지 하락할 수 있을까?
정부는 시세 하락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정책적으로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2014년 가격대까지 하락한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만세를 부르지 않을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시세가 하락하면 실수요층의 매수 수요는 증가할까? 아니다. 2010년 이후 3년간 시장이 그래왔듯 주택 매수 수요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입지에 좋은 가격대 상품이 있다면 추가 하락을 너무 많이 기다리지 않길 바란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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