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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감법에 '감사보고서 대란' 중소기업 한숨

회계감사 엄격해져 뒤늦게 재무상태 정비…인력‧비용 부족한데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2019.03.29(Fri) 18:27:44

[비즈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0여 개, 코스닥 상장사 40여 개…. 국내 상장사들이 ‘감사보고서 대란’에 빠졌다. 60개(22일 기준)가 넘는 상장사들이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제 때 맞추지 못하고 연기한 것이다. 올해부터 새로운 외부감사법(외감법)이 적용됐기 때문. 회계감사 기준이 엄격해져 많은 기업들이 ‘비적정’ 의견을 받아 뒤늦게 재무상태 정비에 나서는 바람에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감사인들이 엄격한 회계기준을 들이밀어 기업들은 자칫 회계법인이 ‘옥상옥’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새 외부감사법이 적용되면서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많다. 대기업에 비해 회계 인원이나 역량이 부족하고, 회계법인들은 대기업 감사보고서를 먼저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내리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관련 충당부채와 마일리지 이연수익(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으로써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수익) 관련 부채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관행대로 회계를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박삼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수익의 과다계상이나 매출채권 및 자산의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감사보고서를 반려하고 있다. 기업 회계담당자도 앞으로는 철저한 수익 및 자산 평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많다. 대기업에 비해 회계 인원이나 역량이 부족하고, 회계법인들은 대기업 감사보고서를 먼저 처리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기업들은 개별재무제표를 주주총회 6주 전에 감사인에 제출해야 한다. 감사인은 5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주주총회 1주일 전에 감사검토보고서를 다시 회사에 보낸다. 이 5주 동안 감사인은 기업이 제출한 자료 중 미비한 점 등을 지적해 내용을 수정, 보완한다.

 

문제는 12월 결산 법인의 주주총회는 대체로 3월 마지막 3~4영업일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2월 중순부터 회계법인에 감사보고서가 몰리는데, 처리 순서에서 중소기업은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이 다 돼서야 부족한 자료 등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회계법인이 감사검토보고서 제출일에 임박해서야 작성에 1주일 이상 걸리는 자산평가보고서 등의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자료를 작성해 회계법인에 내려면 감사보고서 제출일을 늦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60개(22일 기준)가 넘는 상장사들이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제 때 맞추지 못하고 연기했다. 지난 연말 한국거래소 전광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기업이 부실한 자료를 넘기면 회계법인은 ‘한정’이나 ‘거절’ 등의 감사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다. 이번에도 코스닥 상장사 캔서롭·케어젠·라이트론 등이 ‘거절’ 의견을 받았다. 정부는 새 외감법 도입으로 상장폐지를 1년간 유예해주기로 했지만, 채권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에 해당 돼 차입금 회수나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들은 재감사 제도를 통해 5개월의 유예기간을 받을 수는 있다. 다만 20억~30억 원에 달하는 재감사 비용을 동일 감사인에게 지불해야 해 재무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표준감사시간제가 있어 회계법인이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회계법인에 자산 가치 평가를 맡기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수익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회계법인은 회계부정 관련 형사처벌이 징역 10년 이하로 강화되는 등 감사인의 법적 책임이 커졌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중소기업이라도 회계 인력을 추가로 선발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고 내부 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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